[한의신문] 수술과 항암요법의 발전으로 암은 만성질환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지만, 췌장암은 발견도 어렵고, 치료도 어려워 현대의학에서도 가장 난제인 암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췌장암은 수술과 항암화학요법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어려운 암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한약재인 옻나무, 즉 건칠 추출물이 안전하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최근 국내 한의대-의대 공동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연구팀(윤성우 교수(사진)·진하윤 연구원)과 강동경희대의대병원 소화기내과 연구팀(주광로 교수·박남영 교수)은 수술이 불가해 1차 항암화학요법을 받기 시작한 진행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건칠 추출물을 항암제와 동시 투여하는 임상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인 ‘Frontiers in Oncology(IF: 3.5)’ 2024년 11월호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일환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항암치료 중인 진행성 췌장암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환자들의 생존기간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환자에게 투여하는 건칠 추출물의 용량이 늘어날수록 생존기간도 유의미하게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다변량분석을 시행한 결과 건칠 추출물의 용량 증가에 따른 위험비는 무질병생존기간에서는 0.18이었으며, 전체생존기간에서는 0.01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건칠 추출물 용량이 췌장암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적 예후 인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연구는 표준항암화학요법과 한약 치료 병용 투약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초기 연구로, 향후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고 논문을 통해 덧붙였다.
이와 함께 안전성 검증 결과에서는 건칠 추출물을 항암제와 함께 투여했을 때 항암제의 효과를 감소시키거나 부작용을 증가시키는 작용도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한약재 추출물의 간과 신장에 대한 독성 우려를 고려해 간기능 및 신기능 검사에 대한 추적 분석 결과에서도 치료 전후 간과 신장 기능 수치 모두 이상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건칠은 ‘동의보감’에서도 피가 뭉친 증상인 어혈을 개선하는 효과가 기록돼 있는 약재이며, 현대에도 많이 사용되는 약재로 이미 다양한 세포 및 동물실험을 통해 면역기능과 항염증 작용을 향상 효과가 확인되면서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옻독’으로 알려진 심한 알러지 발진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번 연구에 사용된 ‘건칠단’은 건칠의 알러지 발진 성분을 제외하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성분만을 추출해 경희대한방병원에서 개발한 약제다.
이와 관련 윤성우 교수는 “연구에서 사용된 건칠단은 오랜 기간 한약재로 사용돼 왔으며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여러 종류의 암을 억제하고 암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확인됐다”면서 “이번 연구는 건칠 추출물을 항암치료 중인 환자들에게 투여한 최초의 전향적 임상연구로, 안전하면서도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희망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어 “다만 항암치료와 한약의 병행치료를 안전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서 한·양방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 하에 면밀한 추적 검사를 시행하면서 검증된 약재를 투여해야 한다”며 “특히 항암 치료 중인 암 환자는 암과 암 치료로 인한 부작용이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더욱 주의 깊게 병행 치료에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