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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1일 (목)

싱글맘 한의사가 정치에 도전했던 이유는?

싱글맘 한의사가 정치에 도전했던 이유는?

“한의사가 본연의 역할에 매진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꿨기 때문”
남지영 원장, 제22대 총선 출마도전… “불합리한 제약 타파에 관심”
“어떤 상황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으며 최선 다하고파”

[한의신문] 제주 섬에 살며, 싱글맘으로 초등학생 딸을 키우면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남지영 원장. 남 원장은 비주류로서의 삶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난 4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에 도전했다. 본란에서는 남지영 원장의 출사표 계기, 한의사로서의 사명감 및 개인적인 신념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남지영 (3).jpg

 

남지영 원장(대한여한의사회 부회장, 경희미르애한의원)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안녕하세요. 대한여한의사회 부회장 남지영입니다. 제주에서 한의원을 운영중이고, 서울로 출강하고 있으며, 10세 딸아이와 둘이 살고 있습니다.


Q. ‘비주류’가 본인 삶에 주는 의미는?

 

A. 사실 저 자신을 비주류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어요. 그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왔지요. 남들이 보기엔 제가 하는 일들이 많아 보였는지 어떻게 그 일들을 다 하냐고 신기해했지만, 그 말이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불현듯 “아, 너무 힘들다. 왜 이렇게 힘들지. 이상하다. 진짜 힘드네”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는 거예요. 나이 때문인가 했지만, 40대 중반이라는 나이는 벌써 그런 생각을 할 시기가 아니잖아요.

 

곰곰 생각해보다가 그제야 깨달았어요. 제가 쉽지 않은 조건을 여러 가지 가지고 있었더라고요. 어떤 이는 저에게 ‘비주류의 아이콘’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갖가지 일을 하니 피로가 누적되었나봐요. 

 

저는 섬에 살고 있는 싱글맘 한의사입니다. 이런 요소들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주류는 아니에요. 제주에 살면 여러 가지 활동에 지리적 시간적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아직 어린 딸과 단둘이 살면 어른으로, 보호자로, 가족으로 할 일들이 더욱더 많을 수밖에 없고, 한의사는 전문직이지만 의료계에서 주류라면 겪을 수 없는 불합리한 일들이 많이 생기지요.

 

그런데요, 저는 이 모든 요소들이 좋습니다. 주류가 아닌 불편함이 있을지언정 말입니다. 모든 것이 제가 선택한 것들이고, 저라는 사람을 채워왔고 또 채워주고 있는 것들이니까요.

 

남지영 (1).jpg

 

Q.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계기는?

 

A. 저는 언제나 나 자신의 환경, 그리고 내가 속한 공동체를 둘러싼 제반 환경을 가꾸는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조금씩 실천하다 보니 시스템개선이나 세팅에 관한 일들을 할 기회도 상당히 있었고요. 한의원이나 집에서도 저 자신이나 딸, 직원들이 의지를 불태우고 다지도록 독려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응당 해 나가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주한의사회 임원으로 잠시 몸담아보기도 했고, 중앙대의원에 출마도 해 보게 되고, 제주선관위장의 편파적 결정에 항의한 적도 있고, 중앙회 임원이 되어 일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불합리한 일들에 대한 개선에 관심이 많다 보니 불법의료근절특별위원회와 노인외래정액제TF에서 정말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TF에서는 대회원 공지 업무를 맡았는데, 중요한 내용을 전달한다는 책임감이 무겁게 짓눌렀지만 그래도 열심히 일했습니다. 요약하자면 1500원이 2400원 되었던 일이지요. 위원들 능력이 모두 출중하셨고 위원장님의 통솔력과 통찰력이 참 존경스러웠어요.

2017년 대선 때 후보 캠프에서 일을 하기도 했는데요. 하나씩 하나씩 돕다 보니까 어느 순간 상근으로 일하고 있더라고요. 마지막 2달 정도는 월요일 새벽 비행기로 서울에 올라와 여의도에서 일하고 금요일 마지막 비행기로 제주에 내려가 주말 동안 아이를 만나고 했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꼭 해보는 편이고, 하고 싶은 일이 남에게 도움까지 주는 일이라면 정말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돼요. 혹시 불합리한 제도라고 생각하면 실제적인 개선 노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 거 같고요. 국회의원 비례대표에 도전하게 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어진 흐름이었던 듯합니다. 


Q. 비례대표 선발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이 있다면?

 

A. 개인적 부분에서 힘든 점이 있었어요. 혼자 경제활동을 하면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와중에 제주에서 서울을 다니며 경선을 치르다 보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버겁기도 하고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없었어요. 오랜 기간 준비한 게 아니라 급박하게 진행된 일들이거든요.

 

게다가 아직 법적으로는 배우자가 있는 상태라서 배우자 서류도 발급받아야 했는데, 저도 신청가능한 것들이라 참 다행이었지만 그 자체로 마음이 좀 착잡하더라고요. 관청들 방문으로 시간도 너무 많이 소비했고요.

 

며칠 연속 당일치기로 여의도를 다녀오며 갖가지 절차들을 진행하고 오디션(경선 2차 명칭) 준비하며 그 와중에 아이 학교며 학원도 보내고 밥도 해 주고 저는 5시간밖에 못 자기도 했습니다. 하루 5시간 아니고 3일 내내 도합 5시간이요. 엄마가 밤을 새니까 

아이도 걱정되고 신경이 쓰였나 봐요. 고사리손으로 저에게 간식과 공진단도 챙겨서 갖다주고 하더라고요. 기자회견 하는 날은 함께 국회를 다녀왔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아이가 코피를 쏟더라고요. 너무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서 저 혼자 몰래 엄청 울었어요. 

 

남지영 (2).jpg


Q. 선거 출마에서 얻은 배움은?

 

A. 보건의료 직능에 한의사가 3만 명이나 되는데, 3만이나 되는 한의사의 목소리가 사회에 제대로 전달되지는 않고 있잖아요. 비뚤어진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바로잡는데 한의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많은 한의사 동료 선후배들이 격려와 응원을 해 주셔서 정말 든든했습니다. 네가 뭐라고 그런 걸 하느냐는 말을 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어요. 모두가 저에게 힘든 일에 나서주어 고맙다고만 하셔서 정말 뭉클하고 감사했습니다.


Q. 정치활동을 통해 기대했던 변화는?


A. 한의사는 의료 전문직이지만 여러 가지 불합리한 제도들로 인해 제약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그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이런 것들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대 양당으로 일그러진 정치계나 거대집단의 독식으로 일그러진 의료계나 비슷하죠. 새로운미래라는 정당이 이런 점을 바꾸어보려고 출범했던 거잖아요. 우리 한의사들이 5천만 국민 건강을 위한 한 축을 제대로 담당하여 안심의료를 지켜보면 얼마나 좋아요. 그런 점에서 새로운미래와 저는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신생정당이라 힘과 조직이 필요한 상황인데 3만 한의사의 가족과 한의의료기관 종사자들까지 마음을 모은다면 대한민국에 새로운 좋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했지요. 안타깝게도 경선결과가 흡족하지 않아 저는 일반당원으로서 열심히 하겠노라 사퇴를 했고, 총선에서 새로운미래도 결과적으로 몹시 아쉽게 되었지요. 하지만 이렇게 국민의 대표가 될 국회의원 예비후보로서 주장할 기회가 주어졌던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 생각합니다. 

 

어느 분이 그러는데 정당 측에서 한의사를 인재영입 시도한 것이 최초라고 하더군요. 부족한 제가 그 가운데 있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앞으로 많은 한의사들에게 더 가능성 높은 일들이 열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앞으로 모든 직능이 더 존중받고 서로 신뢰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한의사들이 본연의 직능업무인 사람들의 건강을 살피고 보듬는 일에만 매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밑거름이 되어주시기를 희망합니다. 


Q. 한의사로서의 삶의 방향은?

 

A. 저는 사실 구체적인 목표나 신념이 따로 있진 않습니다. 위에 말씀드렸다시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가급적 하면서 살고 싶고요. 하기 싫은 일은 가능하면 안 하고 살고 싶습니다. 혹시 타인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면 당연히 하지 않을 것이고 하고 싶지도 않겠고요. 그렇다고 제가 뭔가 많이 희생하고 봉사해서 남들을 위하고 싶다 그런 깜냥도 안 됩니다. 그저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들이 혹시라도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생각지 못하게 더욱 기쁠 일이 되겠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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