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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6일 (금)

‘근거의 데이터화’와 ‘미래의 표준화’…일본 한방의학이 가는 길

‘근거의 데이터화’와 ‘미래의 표준화’…일본 한방의학이 가는 길

제76회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를 다녀와서
복진·설진 체험교육, AI 활용, 국제표준 대응 등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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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상지대 한의대 교수

 

제76회 일본동양의학회(JSOM) 학술총회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일본 도야마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올해 학술총회는 일본 한방의학계의 임상·교육·연구 현황을 확인하는 자리였을 뿐 아니라 한방의학의 디지털 전환과 국제표준화 전략, 그리고 임상 근거 창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무대였다.


학술대회는 도야마 국제회의장과 인근 도야마 시민프라자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10개의 회의장과 포스터 전시장이 운영됐으며, ‘Meet the Expert’ 세션을 비롯해 복진 술기 세미나와 설진 체험 세미나가 큰 관심을 모았다. 일본 학회가 이를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모습은 국내 한의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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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 전경.jpg

 

◆ 급성기 진료·구강안면질환·AI…일본 한방의학의 현재


특히 필자가 한의대 교수로서 가장 인상 깊었던 프로그램은 ‘Meet the Expert’ 세션으로, 이는 회원 추천을 통해 만나고 싶은 전문가를 선정하고, 해당 전문가가 짧은 강연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학술 발표를 넘어 세대 간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장으로 기능했다는 점에서 국내 학술대회에도 참고할 만한 시도였다.


최근 일본 한방의학계에서 주목받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급성기 통합진료다. 급성기 서양의학 치료 과정에서 한방치료를 병행했을 때 효과가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분석하고, 어떤 상황에서 한방치료가 임상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연구가 활발히 발표됐다. 


이는 한방치료를 보완요법을 넘어 급성기 의료체계 안에서 활용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협진체계를 중심으로 관련 연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임상 분야에선 구강안면질환도 새로운 관심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구내염과 구취 클리닉뿐 아니라 안면부 질환 전반에 대한 한방치료 적용 사례가 증가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부인과 질환, 스트레스 관련 질환, 수면장애 등은 여전히 주요 연구 주제로 자리하고 있었다.


한편 최근 2~3년 사이 급속히 확산된 생성형 AI 활용 흐름 역시 일본 한방의학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AI를 임상, 교육, 연구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으며 관련 서적도 출간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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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필자, 이토 고(기타사토대)·전찬용(가천대 한의대)·권나연(가천대 한의대) 교수 

 

◆ 표리한열과 상열하한, 병태별 접근의 가능성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기타사토대학 한방의학연구소의 이토 고(ITO Go) 교수를 만나 수족냉증 연구 현황에 대해 의견을 나눌 기회도 있었다. 그는 수족냉증의 병증명과 진단기준 정립 문제를 비롯해 체온 측정 방법론에 대한 연구 경험을 소개했다. 특히 표면온도보다 심부 체온 변화에 주목해 복부 밀착형 온도 측정기와 다수의 센서를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오수유탕과 부자제제 복용 후 체온 변화를 장시간 추적 관찰한 결과도 소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 규모보다 측정의 정밀성을 우선시한다는 점이었다. 국내에서는 다수의 연구대상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반면, 일본 연구진은 소수 사례라도 정밀한 생리학적 변화를 확인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또한 수족냉증을 표리한열(表裏寒熱)과 상열하한(上熱下寒) 등 다양한 병태 유형으로 구분해 접근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는 향후 한의 임상진료지침과 변증 연구 발전에 참고할 만한 부분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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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교수와 수족냉증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국제표준화 전략에서 읽는 일본 한방의 미래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에서 매년 주목하게 되는 세션 중 하나는 ISO와 WHO 관련 활동 보고다. 일본은 ISO/TC249 대응을 위해 분야별 전문가와 산업계 전문가를 함께 참여시키고 있으며, 국제표준 제정 과정과 진행 상황을 학회 회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와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하며 학술과 산업의 관점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ICD-11(11차 국제질병분류) 역시 중요한 변화다. WHO는 ICD-11 제26장에 전통의학 병증 분류 체계를 포함시켰다. 이를 통해 서양의학 진단과 전통의학 변증을 동시에 기록하는 이중 코딩이 가능해졌다.


이는 향후 특정 질환군에서 어떤 변증이 많이 나타나는지 분석하고, 변증별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 기반이 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전통의학 변증의 과학적 타당성을 WHO가 공식 인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는 전통의학 진단체계를 국제적으로 표준화하고 기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일본은 후생노동성을 중심으로 ICD-11 관련 자료와 일본어 표준 번역을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관련 논의와 진행 상황을 일반 회원들이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학술대회에서 정기적인 국제표준화 활동 보고 세션을 운영하는 일본의 사례는 국내 한의계도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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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토야마대학병원, 병원 내 화한진료과(한방진료과)

 

◆ 일본 한방의학의 현재와 한국 한의계에 던지는 과제


이번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를 통해 확인한 가장 큰 흐름은 ‘근거의 데이터화’와 ‘미래를 위한 표준화’였다. 급성기 통합진료, AI 활용, 객관적 진단기술 개발, 국제표준화, ICD-11 대응 등은 모두 한방의학을 현대 의료체계 안에서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에 있었다.


한편 JSOM은 내년 6월 4일부터 6일까지 일본 나고야에서 국제동양의학회(ISOM)와 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할 예정이다. 일본 한방의학계가 보여주고 있는 변화와 도전이 앞으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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