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의료계가 증(證) 기반 진단·처방을 데이터로 검증하고 생성형 AI의 임상 활용 가능성을 평가하는 등 ‘한방 AI 대전환(漢方 AX)’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동양의학회(JSOM) 제76회 학술총회에서 공개된 임상·전통지식의 데이터 자산화와 각 AI 플랫폼들은 한국 정부와 한의계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한방DX연구회(회장 노가미 다쓰야)와 ㈜VARYTEX는 13일 도야마 시민프라자에서 ‘AI×한방의 미래와 새로운 가능성-임상·교육·연구의 최전선(AI×漢方の未来と新しい可能性~臨床·教育·研究の最前線~)’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공동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좌장 기무라 요코·노가미 다쓰야)에선 △차세대 한방 진료평가 시스템 ‘TOMRASS 2’의 도입과 향후 전망(요시즈미 나오코 조교수·도쿄여자의대 동양의학연구소) △AI의 한방의학 능력 측정과 신뢰할 수 있는 AI 구축-KampoBench 구축을 중심으로(다카다 히데아키 교수·도카이대 의학부) △한방 관찰연구를 위한 데이터 수집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시스템 통합 과제(요시노 데쓰오 교수·게이오기주쿠대 의학부) △지역 외과 외래에서의 한방치료와 AI 활용-KAMPO365works 활용 사례(요시카와 도루 원장·고료카쿠네프로클리닉) △생성형 AI의 진보와 한방의학 활용 가능성(오타케 하야토 기술책임이사·㈜VARYTEX)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출처: 吉住奈緒子(東京女子医科大学)
◎ ‘증(證)’ 데이터화, 개인맞춤형 한방 플랫폼 ‘TOMRASS 2’ 본격 가동
요시즈미 나오코 조교수는 한방의 핵심인 증(證) 기반 진단·처방 체계를 객관적 데이터로 검증하기 위한 차세대 임상평가 플랫폼 ‘TOMRASS 2’를 소개하며, 질환명이 아닌 증후·체질·병태 기반의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제시했다.
감염병 시기 비대면 진료 수요에 대응해 개발된 TOMRASS 2는 클라우드 플랫폼 ‘KAMPO365 custom’ 기반 시스템으로, 축적된 환자보고결과(PRO)에 다변량 통계분석·데이터마이닝을 적용해 증후-처방 상관관계와 치료반응 평가모델을 구축하도록 했다.
기존 종이문진과 병원 단말기 중심 구조를 스마트폰·태블릿 기반 웹문진 체계로 전환한 점이 특징으로, 주요 기능은 △QR코드 기반 전자문진 △주증상·부증상·생활습관 입력 △증상 빈도·강도의 11단계(0~10점) 정량평가 △재진 시 시계열 추적 △설진·맥진·복진 소견과 처방 데이터 통합 △증후 변화 및 치료반응 그래프 시각화 등이다.
운영 결과 초진 환자 웹문진 이용률은 ’25년 4월 48.1%에서 ’26년 2월 62.1%로, 시스템 활용 건수도 같은 기간 48건에서 94건으로 증가해 임상현장 정착 가능성을 제시했다. 제시된 임상 적용 사례에선 57세 만성 설사 환자에게 부자이중탕을 투여한 결과, 설사와 복부 증상, 피로도 개선을 시계열 데이터로 시각화해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줬다.
이에 요시즈미 조교수는 향후 대규모 한방 임상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증후·체질·처방 효과 간 연관성을 분석하고, 전통 임상지식인 구결(口訣)의 데이터 과학적 검증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한방의학의 본질은 개인맞춤의학”이라며 “TOMRASS 2는 증(證)의 타당성을 데이터로 검증하고 새로운 한방 임상근거를 창출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高田 英明(東海大学医学部医学科)
◎ 한방 임상추론 평가 플랫폼 ‘KampoBench’…AI 안전성 검증 착수
다카다 히데아키 교수는 AI의 임상추론 능력과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한방 특화 벤치마크 ‘KampoBench’를 공개하며 “한방의학이 체질·전신상태·동반증상·병태생리·설진·맥진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만큼 단순 정답률 중심 평가만으로는 실제 임상 역량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방진료 시나리오와 전문가 평가기준(루브릭)을 기반으로 설계된 KampoBench는 △레드 플래그(중증질환 의심 신호) 인지 △변증의 적절성 △처방 선택의 타당성 △생약 상호작용·부작용 검토 △환자 안전성 △임상추론의 논리적 일관성 등을 평가한다.
연구진은 향후 전문가 검증을 거친 한방 증례 200~500건 규모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정기 평가체계 운영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카다 교수는 이날 설진(舌診)의 디지털화(DX) 개발사례로 △대규모 설 이미지로 구축된 AI 학습용 설진 데이터셋 ‘TMC-Tongue’ △스마트폰 촬영 진단(부종·치흔·황태·백태 분석) 앱 ‘다카다 설진 카메라’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AI의 임상 적용에는 안전성과 신뢰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며 “한방 전문가가 주도하는 평가체계 구축이 책임 있는 개발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출처: 吉野 鉄大(慶應義塾大学医学部)
◎ ‘KAMPO365’ 전환…전국 규모 한방 데이터 통합 추진
요시노 데쓰오 교수는 AI 시대 한방의학의 근거 창출을 위한 전국 규모 임상데이터 플랫폼 구축 현황을 소개했다. 요시노 교수팀은 외래 환자 레지스트리를 운영하며 증(證), 자각증상, 진찰소견, 처방 데이터를 축적해 왔으며, 지난해 ePRO와 클라우드형 EDC를 통합한 ‘KAMPO365 custom’을 도입해 환자와 의료진 정보를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했다.
이는 환자가 스마트폰 전자문진으로 한열·허실·기혈수 관련 증상을 입력하고, 의료진은 복진·맥진·설진 소견과 진단명, 처방 정보를 등록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게이오기주쿠대, 도호쿠대, 지바대, 도카이대, 후쿠시마현립의대 등이 참여하고 있다. 레지스트리는 △증 진단 객관화 △처방 반응 예측 △예후 분석 △AI 기반 진단·처방 추천 알고리즘 개발을 목표로 한다.
요시노 교수는 “AI는 평균적 패턴 학습에는 강하지만 비전형적 환자와 복합 증후군에는 취약하다”며 “한방 진료의 핵심은 질환명이 아니라 체질·병태·기혈수 상태와 복진·설진 소견을 종합한 개별화 판단인 만큼 최종적으론 의료인이 수행하는 Human-in-the-loop 구조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출처: 吉川 徹(五稜郭ネフロクリニック)
◎ 외과·항문외과·투석 진료를 아우른 한방 활용과 AI 지원
요시카와 도루 원장은 지역 외과·항문외과 외래에서의 AI 기반 한방 임상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 ‘KAMPO365 works’ 활용 사례를 소개하며, 의료자원이 제한된 지방 의료현장에서의 한방 DX의 실질적 임상 가치를 제시했다.
KAMPO365works는 디지털 문진 기반 증상 분석, 처방 후보 추천, 병태 해설, 생활관리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구조로, △진단 내용 재정리 △처방 후보 탐색 △잠재 증상 발견 △새로운 처방 아이디어 획득 △환자 교육 효율화 및 질문 감소 등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요시카와 원장은 “AI는 의사를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주는 도구”라며 “바쁜 외래 환경에서 한방 처방 선택 부담을 줄이고 환자 교육의 효율성을 높여 진료 만족도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大竹 隼人(VARYTEX 株式会社)
◎ “한방 진단은 본질적으로 멀티모달 의학”
오타케 하야토 기술책임이사는 변증 중심의 한방 진단체계가 이미지·음성·문진·생체신호를 통합하는 ‘멀티모달 의학’이라는 점에서 최신 AI 기술과 한방이 높은 친화성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변증의 정량화와 진단 재현성 향상을 위해 현재 △설진 이미지 △안면 영상 △음성 데이터 △전자문진(ePRO) △맥파 정보 △웨어러블 생체신호를 통합 분석하는 AI 기반 변증·처방 지원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날 공개된 한방 특화 대규모언어모델 ‘KAMPO LLM Pro’는 한방 전문의 시험 수준 471문항 중 459문항을 정답 처리해 정답률 97.4%를 기록했다. 이는 Gemini 2.5 Pro(91.7%), o3(91.3%), GPT-4.1(77.1%)을 상회하는 수치다. KAMPO LLM Flash 역시 92.1%를 기록하며 범용 모델 대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KAMPO LLM은 통합 한방 플랫폼 ‘KAMPO365’와도 연계돼 △AI 변증 지원 △처방 후보 추천 △한방 리포트 자동 생성 △환자 교육 △양생(養生) 관리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오타케 이사는 “한방이야말로 AI와 가장 친화력이 높은 분야”라며 “한방 AX의 핵심은 기술이 아닌 임상적 유효성·안전성·신뢰성 확보에 있는 만큼 AI와 의료인이 협력하는 생태계 구축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