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을 옮긴 환자 4명 중 1명 이상이 한 달 이내에 같은 컴퓨터단층촬영(CT)을 다시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공명영상(MRI) 역시 적지 않은 환자가 동일 상병으로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한 뒤 재촬영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기관 간 영상정보 공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데다 관행적인 재검사까지 더해지면서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고가의료장비 재촬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25년 CT를 촬영한 뒤 동일한 상병으로 30일 이내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는 94만4172명이었다. 이 가운데 25만3438명(26.8%)은 새로운 의료기관에서 다시 CT를 촬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원 환자 4명 중 1명 이상이 기존 검사 결과가 있음에도 동일 검사를 반복한 셈이다. CT 재촬영률은 △’22년 25.8% △’23년 26.2% △’24년 26.5% △’25년 26.8%로 매년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MRI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MRI를 촬영한 뒤 같은 상병으로 다른 병원을 찾은 환자 22만4894명 가운데 3만944명(13.8%)이 한 달 이내 MRI를 다시 촬영했다.

▲CT 재촬영 현황(단위: 명, 백만원, %)

▲MRI 재촬영 현황(단위: 명, 백만원, %)
■ CT·MRI 재촬영 650억원 육박…건보 재정 부담 가중
문제는 이러한 재촬영이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CT 재촬영에 따른 건강보험 급여 청구액은 491억5200만원으로, MRI 재촬영에 따른 급여 청구액도 159억원에 달했다. 두 검사를 합한 건강보험 급여 청구액은 무려 650억5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동일 질환으로 병원을 옮긴 환자들이 한 달 이내 다시 받은 CT와 MRI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이 부담한 비용이다. 실제로 환자의 상태 변화나 추가 진단이 필요한 사례도 포함돼 있어 모든 재촬영을 불필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규모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CT와 MRI 이용량 자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재정 부담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심평원 자료(’25년)에 따르면 △CT 검사 환자는 771만1253명 △청구 건수는 1181만1298건 △청구금액은 2조2907억원이었다. MRI는 △환자 218만5887명△청구 건수 268만1926건 △청구금액 1조3780억원으로 집계됐다.

■ 재촬영률 50% 넘는 기관도…중복 촬영 관행 여전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상태나 기존 영상 품질과 무관하게 관행적으로 재촬영이 이뤄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의료기관별 재촬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다른 병원에서 검사받고 전원된 환자 가운데 CT 또는 MRI를 다시 촬영한 비율이 40~50%를 넘는 기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과 종합병원에서는 전원 환자의 절반 이상에게 고가 영상검사를 다시 시행한 사례도 확인됐다.
영상자료를 활용할 수 있음에도 자체 판독을 위한 재촬영을 선호하거나 의료기관별 장비 차이와 판독 기준 차이, 책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CT·MRI 등 고가 영상검사의 수가를 조정해 연간 2조6000억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이를 지역·필수의료 강화에 활용하는 내용의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방안’을 최근 발표했으며, 이르면 오는 12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중복 촬영을 직접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의료기관 간 영상자료 연계 활성화와 함께 의학적 필요성이 없는 중복 촬영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윤리적 관리체계 마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