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비용 측면에서 인터넷 건강정보 높은 효율성 가지지만…
인터넷 건강정보를 이상향으로 생각하는 건 착각
전문가들 “이용자, 헬스 리터러시를 키워야” 지적
#. 30대 직장인 A씨는 계속된 소화불량으로 큰 고생을 겪고 있다. 평소 인터넷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내원 전 자가진단을 통해 ‘OO병’이라 확신한 채 한의원을 찾았다.
하지만 검진 결과 한의사는 A씨가 생각했던 병명과는 다른 진단을 내렸다. 당초 그가 생각했던 병명과 증상은 비슷했지만 진단 결과 병의 원인은 다른데 있었던 것이다. 이에 못 믿은 A씨는 다른 한의의료기관도 두 곳 더 내원해 진찰을 받았지만 역시나 첫 내원했던 한의원과 같은 진단을 내렸다.
#. 50주부 B씨는 TV 건강프로그램 애청자다. 하루는 건강프로그램에서 홍삼이 갱년기 증상 완화에 좋다는 말만 믿고 홍삼을 일 년 가까이 장복했다. 하지만 불면으로 인해 한의원을 찾은 B씨는 “홍삼을 3개월 이상 장복할 경우 도리어 폐경여성에게는 더 안 좋다”는 한의사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인터넷이 본격 보급된 지 2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정보의 범람’ 시대에 살고 있다. 기존 TV프로그램이나 포털사이트는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정보까지 그 정보 데이터의 양은 실로 방대하다.
실제 2011년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이틀 동안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지는 양은 약 5엑사바이트(Exabyte, 지구의 탄생부터 2003년까지 인간의 입에서 나온 모든 말을 저장할 수 있는 양1)에 달한다. 그 중 의료와 건강에 관련된 정보가 1%라 가정해도 온라인 건강정보의 양은 상당한 수치.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면서 올바른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잘 선별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 이용자, 72%는 건강정보 이용
최근 의료소비자들의 온라인 건강정보의 활용에 대한 올바른 방법을 10인의 전문가 분석을 통해 그 결과를 도출한 흥미로운 연구가 나왔다.
오영삼 부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와 조영은 연구원(연세대학교 박사 과정)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건사회연구 제39권 제2호에 ‘온라인 건강정보 활용의 한계와 발전방향 모색(무지의 틀을 이용한 전문가 지식 분석을 중심으로)’ 이라는 제하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들은 먼저 논문에서 2012년을 기준 전체 미국인구(약 3억 1400만명)의 약 82%는 인터넷을 사용하며, 이중 72%는 인터넷을 통해 건강정보를 찾거나 이용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람들은 자신과 동일한 증상과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이 공유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지속적으로 찾는 반면, 전통적 건강 정보자원인 의료전문가에 대한 의존은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논문에서 언급한 한 미국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자가진단자의 35%는 전문가 소견을 구하기 위해 병원을 전혀 방문하지 않았고, 18%는 전문가가 환자의 상황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거나 다른 소견을 줬다고 믿었다. 진단자의 1%는 심지어 전문가가 자신이 가진 질환은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오영삼 교수는 “시간과 돈 측면에서 인터넷은 높은 효율성을 가진데다 TV와 신문, 그리고 의료전문가와 의학저널과 같은 전통적 건강정보매체를 통해서 건강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결과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디지털 기기와 매채, 플랫폼은 건강정보에 대한 욕구를 가진 개인에게 건강관련 앱 등과 실시간 연동돼 건강관리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한 건강정보 활용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오 교수는 이와 함께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환자와 의료전문가 사이의 불평등 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온라인 건강정보를 활용한다고도 덧붙였다.
오 교수는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건강정보 활용이 정보가 필요한 모두를 건강정보의 이상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건강정보를 바르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전문지식과 잘못된 정보 습득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전문가 “인터넷 의료정보에 맹목적으로 반응”
실제 이를 심층 분석하기 위해 오영삼 교수와 조영은 연구원은 의료와 공학, 사회과학, 법학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10인의 전문가와 개별 인터뷰를 실시했다.
연구 참여자의 특성별로는 △의료(전문의 2명, 경력 10년 이상 간호사) △사회과학(노년학 교수, 사회복지사) △법(건강법 전공 변호사) △실천 및 생활(재활치료 연구원, 정보통신기술 선임연구원, 의료출입기자) △공학(헬스케어관련 교수) 등이었다.
인터뷰 결과 전문가들은 온라인 의료정보 이용자들이 보이고 있는 특성은 △개인이 가진 건강정보에 대한 잘못된 인식 오류 △정보를 위한 정보추구를 반복하는 인지된 무지(known unknown) △전문가로부터 전달되는 의료와 건강정보를 거부 △온라인 건강정보 활용의 상당 부분은 미인지된 무지(unknown unknown) 등 크게 네 가지 특성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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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은 채널A의 ‘몸신처럼 살아라’ 캡쳐 화면.[/caption]
한 의료전문가는 “의사는 환자에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치료를 적용하는 것인데, 인터넷 정보에 현혹돼 맹목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며 “즉 인터넷 정보를 맹목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환자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신의 증상을 파악하고, 자기진단 후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과다정보로 판단을 어려워하고, 다시 내원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건강정보 이용자, 헬스 리터러시를 키워야”
온라인 건강정보 활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헬스 리터러시(literacy,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를 높이는 방안을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또 이들은 정보관리 측면에서 정부와 비영리단체와 같은 높은 신뢰성이 가진 조직이 온라인 건강정보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정보가 여과장치를 거치지 않고 판단할 틈 없이 급속히 사회에 유포될 때 사회는 여러 형태의 부작용을 경험하는 만큼, 온라인 건강정보 활용의 일정영역에서 정보제약 내지 금기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온라인 건강정보의 순기능에 대해서도 역설하며 “온라인 활용은 일반인의 질병과 건강관리에 대한 이해의 증대뿐만 아니라 의료현장에서 전문가와의 긍정적 대화와 관계, 그리고 건강지식에 대한 교육효과를 이끌어낸다”고 평가했다.
한 전문가는 “방송프로그램에서 암에 대한 전초현상을 알려주면서,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와 질환이 조기 발견된 경우가 있다”며 “환자의 입장에서는 정보를 어떤 방법으로든 제공받는 것이 좋다고 본다. 질환에 대해 조기진단을 받을 수 있고 검사과정에 대한 저항이 적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전문가는 “자신의 정보나 질병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우리가 설명할 때 어려움이 많다. 예컨대 대학 병원에서 의사들이 좋은 얘기를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자신의 정보에 대해 알고 오면 설명하기 좋고 결과에 대해 이해시키기도 쉽다”고 평했다.
출처:1) Anand B. (2016). The content trap: A strategist’s guide to digital change. New york: Random House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