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영 경희궁전한의원 대표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에 한의사 주치의로 참여 중인 박호영 경희궁전한의원 대표원장에게 팀닥터 합류 배경과 활동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점, 다양한 분야에서 한의학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서울시 서초구에서 3년째 한의원을 경영 중인 박 원장은 지난해 ‘골때녀’에 팀닥터 합류 제안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한의진료소에 방문한 환자의 비중을 넓히며 한의학을 알리는 데 기여해 왔다.
Q. ‘골때녀’ 시즌1 방영 이후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골때녀에 한의사 팀닥터로 참여하면서 많은 연예인 분들에게 한의치료를 제공해 왔다. 이 과정에서 연예인 분들뿐만 아니라 방송 관계자분들과 인연을 맺으며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쌓아 왔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에피소드는 가수 출신 연예인 ‘바다’에 대한 진료 경험이다. 한 번은 그가 시합 직전에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감독님도 절대 시합을 뛰지 말라고 할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침, 간단한 추나 치료 등을 한 이후 극적으로 상태가 호전돼 경기를 풀타임으로 다 뛸 수 있었다. 이전까지 한의치료 경험도 없고, 침습 치료 등을 무서워하던 분이었는데 이번 계기로 팀원들에게도 한의치료를 권할 정도로 한의치료에 호감을 보이게 됐다. 이후에는 먼저 제게 자신의 데뷔곡인 ‘드림스 컴 트루’를 같이 추자고 해서 숏폼 콘텐츠에 관련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맡은 이영표 전 축구선수 치료도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이 부회장의 팬인데, 대화할 기회가 별로 없어 아쉬워하던 차였다. 한 번은 제가 ‘FC액셔니스타’ 출연자 중 한 분이 몸이 안 좋아 진료받고 싶다고 해서 최선을 다해 치료해 드린 적이 있다. 간단하게 추나 요법 정도를 했는데, 효과가 좋아서 주변에 입소문을 냈다고 들었다. 이 얘기를 전해들었는지 이 부회장이 촬영 중에 조용히 제게 다가와 평소 목이 좋지 않은데 혹시 치료해 줄 수 있는지 물어오셨다. 치료 후 기분이 좋으셨는지 활짝 웃으셨다. 이후 내성적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이영표 부회장과 사진까지 찍을 정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영진 배우 분의 치료 경험도 강렬하다. 시즌1부터 지금까지 연이어 참여해 오신 분인데, 항상 직접 주변에 얘기하곤 한다.
자기는 축구 경기를 하러 온 게 아니라 추나 받으러 왔다고 한다. 우연한 계기로 제가 이 분에게 추나치료를 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계속 제게 치료를 받으시면서 “1일 1추나는 필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목이 불편해 추나를 받은 후 목이 풀려 헤딩 슛을 잘 넣을 수 있었다던 이혜정 배우의 전언도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한의 치료를 유명하신 분들이 직접 받은 후, 그 효과를 주변에 알리는 과정에서 뿌듯함을 넘어 사명감을 느꼈다. 이 과정과 결과가 모두 한의학 홍보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Q. 팀닥터 활동에서 한의사 주치의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첫째, 한의사 주치의는 스포츠 현장에서 제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치료가 다채롭다. 현장에서는 발이나 손목을 삐끗하거나 담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진통제를 먹거나 주사를 맞기보다 침, 추나 치료 등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둘째, 평소에 불편을 못 느꼈지만 막상 경기를 뛰면서 느낀 신체 불편함 등도 한의진료를 통해 바로바로 개선할 수도 있다. 이렇게 즉각적인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점이 실전에 해당하는 경기의 흐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셋째, 한의학은 경기를 앞두고 체력을 끌어올린다든지, 체력을 보호한다든지 하는 기능이 있어 선수들의 면역력 증진에 영향을 미친다.
Q. 스포츠 현장에서 한의진료의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다.
‘골때녀’ 시즌1 초반 때만 해도 그랬다. 이 때 한의 진료소는 별도의 그늘막 공간도 없었고, 제공할 수 있는 치료도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선수 분들과 스탭, 감독 분들을 묵묵히 치료하며 우리에게도 별도의 진료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시즌2 이후부터는 별도의 공간도 생기고, 한의 진료소에서만 치료를 받겠다고 하는 분들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시즌3이 진행 중인 현재는 거의 한의 진료소가 중심이 된 상태다. 한의치료가 참여하지 못하는 일정에는 운영팀에서 연락이 와서 꼭 참여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다.
의무실이 필요한 행사장을 가면 대체로 의과 진료소의 비중이 더 큰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의사 개인으로서 당장 몸이 불편한 환자의 증상 개선에 집중하는 것이 한의 진료의 비중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환자분들의 눈을 한 번이라도 더 마주치고, 증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정성을 들여 환자 분의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다. ‘골때녀’에서도 차츰 회차를 거듭할수록 한의사 주치의 비중이 높아졌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최근 태국에 여행을 다녀왔다. 방콕 현지에는 여행객들의 호평을 받는 ‘페닌슐라’ 호텔이 있다. 이 호텔은 체리 빛 인테리어 등 다소 예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데, 이 호텔의 리뷰를 보면 부정적인 평가가 거의 없다. 그보다는 호텔의 서비스, 분위기, 식사 등의 여러 요소와 맞물려 ‘고풍스럽고 고급스럽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는 현대 한의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런 차이가 아마도 ‘올드’와 ‘클래식’의 차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오랜 역사를 거쳐 이어온 만큼, 그 전통이 주는 권위를 현대적으로 살리고 싶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원장님 분들도 자신이 속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 더 나은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