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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8일 (토)

경희한의대 ‘선음’, 창단 20주년 연주회로 이어간 선율의 역사

경희한의대 ‘선음’, 창단 20주년 연주회로 이어간 선율의 역사

졸업생과 현역 단원, 세대를 잇는 음악적 유대 확인
"음악적 감성으로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한의사 양성"

[한의신문] 한의계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아리)란에서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이 기사를 통해 동아리 활동의 추억을 되새기고, 그 열정을 다시 한 번 느껴보면 어떠실까요? 소개하고 싶은 동아리가 있다면 아래 이메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선음.png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오케스트라 ‘선음’이 창단 20주년을 맞아 특별한 연주회를 통해 지난 여정을 기념했다. 지난 9월 구리아트홀 코스모스대극장에서 열린 이번 연주회는 평소 경희대학교 크라운관에서 열리던 정기 연주회와 달리 외부 공연장에서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함께 만들어간 20년의 역사


선음은 2004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생들의 자발적 열정으로 시작됐다. 작은 동아리로 출발한 선음은 현재 박성규, 장문석, 이승훈 교수의 지도 아래 한의대는 물론 경희대학교 전체에서 영향력 있는 음악 동아리로 자리 잡았다.

 

선음의 창단 멤버이자 지도 교수인 이승훈 교수는 “20년 전 음악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모여 시작한 작은 동아리가 지속적으로 성장해 오늘날 수많은 이들 앞에서 연주회를 개최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이번 연주회가 지난 20년을 돌아보는 동시에 새로운 20년을 기대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음 (2).jpg

 

이번 연주회는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를 담았다. 선음의 졸업생과 현역 단원들이 한 무대에 올라 음악적 조화를 이루며 20년 동안 이어온 유대를 다시금 확인한 순간이었다. 강지석 초대 회장은 “창단 초기에는 재정적 어려움과 단원 모집의 어려움이 컸다”고 회고했다. “재학생들만으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하기 어려워 객원 단원을 초청하고, 타악기 대여비와 연주회 제작비를 감당해야 했다. 초대 지도교수 박성규 교수님이 개인적으로 물심양면으로 큰 도움을 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강지석 회장은 선음의 10주년 공연에서 첼로 독주 협연을 맡았던 순간을 가장 뿌듯한 기억으로 꼽았다. 그는 “오랫동안 악기를 연주했지만 협연은 처음이라 걱정이 컸다. 하지만 의미 있는 곡으로 도전하고 싶어 약 6개월 동안 진료 시간 외의 거의 모든 시간을 연습에 매진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열심히 준비한 끝에 재학생들과 함께 협연한 그 순간은 창단 회장으로서 무척 자랑스러웠고, 오랜 기간 첼로를 해왔던 제 아마추어 커리어의 정점을 찍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강 원장은 음악이 가지는 힘에 대해 “음악이 만국공통어라는 것은 감정을 터치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악기 연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내면의 깊은 감정을 음악으로 표출할 수 있게 해준다. 연주를 통해 감정을 풀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것은 제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부분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악기 연주가 삶에 현실적인 도움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신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강 원장은 개인적인 경험도 공유했다. “첼로 연습을 할 때 두돌된 아들이 그 산만한 성격에도 몇십 분 동안 제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기특함과 행복감을 느꼈다. 연주를 통해 내 감정을 풀고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것이 음악의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싶다”라며 음악과 삶의 연결고리에 대한 깊은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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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소통하는 공동체 ‘선음’


2024년 선음을 이끈 회장 전희진 학생은 “선음은 악기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 단원이 많아 음악을 즐기는 마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소개했다. 선음은 단순히 좋은 연주를 목표로 하지 않고, 연습 과정과 선후배, 동기 간의 교류를 통해 음악으로 소통하며 성장하는 경험을 중시한다.

 

전 회장은 “이번 20주년 연주회는 졸업 선배들과 현역 단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뜻깊은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의 마지막 피날레는 모두가 두 달 동안 심혈을 기울인 연습의 결실이었기에 가장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마지막 앵콜곡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하며 단원들이 긴장을 풀고 무대를 즐기는 모습 또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 준비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선음에 새로 들어온 신입 단원들이 오케스트라 연주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도전 과제였다. 전 회장은 “각 파트별로 선배들이 주축이 되어 연습을 힘들어하지 않도록 차근차근 가르쳐주고, 단원들이 지치지 않도록 즐겁게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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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배운 조화와 공감


초대 지도교수 박성규 교수는 선음의 창립부터 20년간 함께하며 한의대생들에게 음악의 가치를 전해왔다.

 

박성규 교수는 첫 연주회를 떠올리며 “초조함 속에 연주를 지켜봤는데, 학생들이 의외로 실수 없이 잘 해내는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졸업생들이 후배들을 물질적, 정신적으로 지원하며 함께 연주에 참여하는 점을 선음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선배들의 지원 덕분에 선음은 단순한 동아리가 아니라 한의대의 소중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박성규 교수는 선음이 단순한 동아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는 단순히 기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아픈 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감정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은 이러한 따뜻한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며, “선음을 통해 학생들이 감정을 가진 의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 교수는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협업과 조화를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자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하나로 조화를 이루듯, 학생들도 오케스트라를 통해 타인과 협력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의료 현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진료하는 역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20주년 연주회에서 그는 더욱 특별한 감회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에 구리아트홀에서 열린 연주회에 많은 졸업생들이 참석했는데, 놀랍게도 그들이 자녀들과 함께 왔다. 자녀들이 엄마, 아빠가 활동하던 오케스트라의 20주년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 졸업 후에도 선음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졸업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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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선음의 다음 20년


강지석 원장은 후배들에게 “학생 시절만 누릴 수 있는 낭만과 열정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선음을 통해 쌓은 추억이 훗날 여러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것”이라며 “학생 시절 열정적으로 만든 기억들이 인생의 큰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선음의 단원들은 연습과 공연을 통해 음악뿐 아니라 협업과 공감을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 전희진 회장은 “20년 후의 선음은 지금처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며 현역 단원들과 졸업 선배님들 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계속 이어져 음악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동아리로 발전하길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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