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대한생활습관의학원(이사장 이승현·KCLM)이 최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2024 국제 생활습관의학 콘퍼런스’를 개최, 생활습관의학 활성화에 나섰다. 본란에서는 콘퍼런스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건강한 수면습관-몸과 마음 재충전하기’를 주제로 발표한 하원배 원광대학교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원광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에 근무하고 있는 하원배입니다. 2022년부터 한방병원에서 전임의로 근무를 시작했고, 2023년 9월부터는 조교수로 임용돼 병원에서 주로 근골격계 질환과 수술 후 재활치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추나의학, 영상의학, 그리고 임상술기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2022년에 국제 생활습관의학 전문의 자격증(Board Certified Lifestyle Medicine Physician; DipIBLM/KCLM)을 취득해 한의학과 생활습관의학을 연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콘퍼런스의 주제 발표 내용은?
2024년 11월 29~30일 이틀간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제3회 국제생활습관의학 콘퍼런스 중 건강한 수면습관을 주제로 발표를 맡게 됐습니다. 본 발표에서는 지역사회 중장년층 543명의 생활습관 설문에 근거해 수면의 생리학적 및 신경과학적 기초를 이해하고, 수면이 신체적 회복과 정신적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습니다. 더불어 수면 부족 및 수면 질 저하가 신체 대사, 면역 기능, 인지 능력에 미치는 단기 및 장기적 영향을 확인해 수면 개선을 위한 실천 가능한 생활습관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좋은 수면이란 얼마나 자는지(수면 시간), 얼마나 잘 잤는지(수면의 질) 그리고 언제 잠들고 일어나는지(수면 주기), 이 세 가지가 잘 갖춰진 수면을 의미합니다. 수면 시간은 2015년 미국수면재단의 수면 시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성인 기준 7~9시간을 권장하고 있으며, 6시간 혹은 10시간의 수면도 적당하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대신 5시간 이하 혹은 11시간 이상의 수면은 적당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경우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평균 수면 시간이 짧습니다. 특히 짧은 수면 시간을 갖는 경우 많은 질병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렙틴이 감소하고 그렐린이 증가해 식욕 증가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잠이 부족하면 살이 찌는 이유입니다. 대규모 추적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여성에게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한편, 잠들기 6시간 전 이내의 카페인 섭취는 수면을 촉진하는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하고 멜라토닌 대사산물을 감소시켜 수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멜라토닌은 시상하부의 시교차상핵(SCN)에 의해 조절되는데, 일주기 리듬을 외부 24시간 주기에 맞추는 역할을 합니다. 잠들기 전 빛 파동은 멜라토닌과 일주기 리듬을 약 30분 지연시키며, 이는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거나 테이블 램프 옆에 앉는 것과 비슷합니다.
Q. 수면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생활습관의학적 중재가 있을까요?
먼저 수면 시간과 수면 시간대를 기록하는 수면 일지를 작성해 자신의 수면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주중과 주말 모두 취침·기상 시간을 약 2시간 이내로 일치시켜 사회적 시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수면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시원하고 어둡고 조용한 환경을 통해 수면을 촉진하는 취침 습관을 확립하며, 아침 기상 시 빛 노출을 늘리고 저녁에는 빛 노출을 감소시켜 멜라토닌과 연관된 우리 몸의 일주기 리듬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 외에 식이요법이나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의 방법들을 활용해 수면 건강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Q. ‘한의 건강 노화 코호트 연구’를 소개한다면?
원광대학교 한방병원과 장흥통합의료병원은 2023년부터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함께 ‘한의 건강 노화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의 주된 내용은 지역사회의 50~65세 중장년층 1000명을 대상으로 매년 다양한 설문 평가와 신체 평가, 혈액 검사를 진행해 노화의 과정을 추적하는 것입니다.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평가 항목과 한의학적 변증 사이의 관계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음에 따라 사회적으로 건강한 노화, 즉 노년의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노화 코호트 연구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나 각오는?
한의학에서 ‘미병(未病)’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미병은 ‘질병은 아니지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이상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겪거나 검사상 경계역의 이상소견을 보이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미병에서 질병 상태로 진행되지 않도록 다양한 중재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때 함께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생활습관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성인병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생활습관 개선으로 증상의 위험도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자연식물식 위주의 식단,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 7~8시간의 수면 등의 생활습관 개선은 질병 상태로 넘어가지 않도록, 혹은 질병 상태에서 건강한 상태로 회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의 진료 환경에서 환자의 주증상 외에 다양한 생활습관을 평가하고 진단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생활습관을 파악하는 것은 한의학의 전통적인 진단체계인 변증과 연계해서 생각할 수 있으며, 이는 현대 의학의 예방의학적 관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의료는 근거 중심 진료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환자 중심 진료로 발전할 것입니다. 이에 병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인식과 교육이 필요하며, 저는 이 과정에서 매개체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수면의 질을 높이며, 일정한 수면 주기를 유지한다면 건강한 수면 습관을 지닐 수 있고, 이는 수많은 질병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건강한 생활습관에 관심을 가지고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 보세요. 여러분의 건강한 생활습관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