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장세인 대한스포츠한의학회장은 대한스키협회 의무위원,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한의진료실 주치의, 이천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촌 촉탁의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한국 스포츠 현장에서 한의학의 위상을 높여왔다. 특히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안세영 선수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하며 한의학의 실질적인 성과를 입증한 바 있다. 본란에서는 2024 한의혜민대상 수상자로서의 소감과 그간의 활동, 스포츠한의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장 회장의 생각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Q. 한의혜민대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소감은?
한의계에서 주는 가장 큰 상인 혜민대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다만, 한의계를 위하여 묵묵히 뒤에서 노력하시는 다른 분들이 훨씬 많을 텐데, 이런 큰 상을 제가 받아도 되는 것인가 하는 마음이 크고, 앞으로도 스포츠 한의학이라는 분야를 더 많이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Q. 국제 대회에서 선수들의 부상 관리와 건강 증진에 기여해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 올해까지 1년에 짧게는 보름, 길게는 두 달 정도 국제대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모든 순간이 다 힘들지만 보람 있었습니다. 뛰지 못할 것 같던 선수들이 좋아지고, 통증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선수들이 경기 전까지의 치료를 통해 호전되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못되지 않았구나라고 생각도 많이 하였습니다. 다만 이번 파리 올림픽처럼 치료한 선수가 금메달을 딴 적은 없었으니, 올해 안세영 선수를 파리에서 치료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Q.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의 하루 일과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진료인데, 아시안 게임 같이 선수들이 많이 입촌해 있지 않는 경우 대체로 저녁 진료 시작 시간인 6시 30분까지는 많이 한가한 편입니다. 하지만 저녁 6시 30분부터 9시까지는 굉장히 바쁜 편입니다. 진천 선수촌 한의진료실에서는 약침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약침이라는 것이 제약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도핑에 안전한 성분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선수촌에서 처음 한의진료실을 설치할 때 약침은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진단 이후 침 치료(환자가 많이 밀리는 경우에는 단자 위주로), 침 치료 이후에도 통증이 남아 있는 경우 도침 치료, 추나 치료를 실시합니다.
Q. 평소 여가 시간에는 어떤 취미를 즐기시는지?
날씨가 따뜻할 때에는 골프 라운딩을 하고, 매주 일요일에는 동호회 농구를 2시간 정도 합니다. 둘 다 실력은 형편없지만 즐기고 있습니다.
Q. 국가대표 선수들을 치료하시면서 한의학의 효과를 실감했던 사례는?
너무 많아요. 강의 때 자주 이야기하는 사례로, 현장에서 저희가 부분 파열된 인대를 갑자기 낫게 해줄 수는 없는 게 자명하고, 일단 통증의 조절, 그다음이 가동성의 개선인데, 한의 진료는 급만성 근골격계 질환에서 통증과 가동성의 개선에 있어 너무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창 때는 시합 4일 전 복사근 파열을 진단받은 선수를 하루 몇 차례 치료하며 출전시킨 경험도 있고, 또 허리가 안 좋았던 선수가 매일 치료를 받고 시합 3일 전 통증이 없어지면서 메달을 딴 경험도 있습니다.
Q. 치료 후 선수들의 반응은?
대부분의 선수분들은 시합 훨씬 이전부터 한의 치료를 받으면서 개인적인 라포나 치료에 대한 믿음이 있습니다. 치료 후 특별히 어떠한 반응이 있기보다는, 오히려 시합 전까지 얼마나 빨리 좋아질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을 많이 궁금해하는 편입니다.
Q. 일반인과 엘리트 스포츠 선수 부상 치료 접근법의 차이점은?
치료는 일반인, 선수가 다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시합에 임하는 선수들은 최대의 성과를 내기 위하여 최대의 신체 능력을 사용해야 하므로 훨씬 더 예민한 부분이 많습니다. 엘리트 스포츠 선수 같은 경우에는 근력에도 큰 이상이 없고, 가동성도 굉장히 좋은 상태이지만 순간적인 동작에서 약간의 통증만 발생하더라도 결과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Q. 스포츠 분야에서 한의학의 역할이 확장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은?
의료 선택권의 문제에서 한의학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아직 진천 선수촌 내 한의진료실에 상주하는 한의사가 없기 때문에 상주하는 의사 선생님들로 의료진이 구성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선수들 중에는 한의 진료가 개인적으로 훨씬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한의사가 국제 대회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체육회가 잘 공조하여 선수촌 내 한의진료실에 상주 한의사가 있게 된다면, 한의학의 역할이 점점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Q. 올해 대한스포츠한의학회가 4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 바라는 학회의 모습은?
40주년 동안 많은 명예회장님들과 회원님들의 노력으로 스포츠 현장에서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의과 대학 내 정규 과목으로 스포츠 한의학이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학회지에 논문을 수급하는 문제가 있다 보니 학회지가 등재지로 선정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내년 초까지 스포츠 한의학 교과서 집필 및 출간을 마칠 예정이고, 학회 내 많은 임원님들의 노력을 통하여 빠른 시일 내 등재 후보지로 선정되고자 합니다. 현장에서의 스포츠 한의학의 우수성을 학술적으로 연계시켜 조금 더 객관화된 자료들을 많은 한의사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Q. 스포츠 한의학에 도전하고 싶은 후배 한의사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린다.
도전하자마자 바로 대표팀의 팀닥터가 되고, 프로팀의 팀닥터가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만, 그렇게 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한의약적 치료가 많은 우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한의사 회원분들께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실 어떠한 치료가 어떠한 상해에 더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학회 회원분들과 계속 해서 세미나를 통해서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스포츠를 사랑하는 열정만 있으시다면, 1년에 두 차례씩 열리는 팀닥터 프로그램을 먼저 수강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학회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들을 치료하고 관리하는지를 경험해 보시고, 스포츠 한의학에 도전하신다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