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25일 국민연금공단 북부지역본부 앞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가운데 이날 의협은 첩약의 안전성·유효성 검증, 국민건강 위협 및 보험재정 낭비의 문제, 원외탕전실 관리 부실화 등을 거론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같은 의협의 주장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진행을 위한 논의단계에서부터 제기돼 왔던 문제들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진행한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 최종보고서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제시돼 있으며, 지난 4월 구성된 '한약 급여화 협의체'에서도 첩약 급여화 실무협의체를 통해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는 등 국민에게 보다 안전하고 치료효과 높은 방향으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기울여 나가고 있다.
최근 진행된 제2차 첩약 분과 실무회의에서도 대한약사회가 참여해 한약의 안전성 등을 운운하면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실시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부측에서는 첩약의 안전관리는 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첩약이 급여화를 통해 제도권의 영역으로 들어왔을 때 오히려 한약의 안전성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견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등과의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한약재 △처방 △투약 및 투약 후 등 각 단계별로 나눠 첩약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또한 유효성 부분과 관련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사업을 통해 연구과 진행되고 있는 질환과 더불어 기존에 국내외 연구 등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질환을 중심으로 소요재정 및 국민들의 요구도 등 전반적인 부분을 고려, 첩약의 유효성이 검증된 질환을 중심으로 우선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유효성에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최근 한의협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한의원 혈액검사 사용운동'도 첩약의 투약 전·후 혈액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함으로써, 간이 나쁜 사람이 한약을 먹은 것인지, 한약을 먹어서 간이 나빠졌는지를 명확히 확인함으로써 한약의 안전성은 물론 유효성까지 검증할 수 있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의 위협 및 건보재정의 낭비라는 지적 역시 어불성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등에서 진행한 한약소비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국민들은 첩약의 효과성을 인정해 복용하고 싶지만 정작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한의약 분야에서 보장성이 적용돼야 할 최우선순위로 첩약을 선택하는 등 첩약의 효과가 이미 국민들 사이에서 인정되고 있어, 첩약 급여화가 국민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 지적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지난 30여년간 침·뜸 위주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급여화가 진행돼 한의의료가 근골격계 상병에 편중돼 제공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한의의료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치료 분야는 내과, 소아과, 부인과 등의 영역인 데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근골격계 질환 위주의 의학으로 인식되는 것은 무엇보다 편중된 급여화로 인한 제도의 문제로 야기된 것이며, 결국 다양한 질환에 활용될 수 있는 한의치료에 대한 의료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현실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원외탕전에 대한 부실화에 대해 지적하고 있지만, 앞으로 진행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원내 탕전' 중심의 운영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첩약 실무협의체에서도 원외 탕전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 다만 정부에서는 앞으로 원외탕전에 대한 관리 강화를 위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인증제를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방대건 한의협 수석부회장은 "첩약은 지금도 많은 국민들이 가장 주요하게 이용하는 한의의료서비스임에도 지금까지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접근성이나 비용적인 부분에서 부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첩약 건강보험이 시범사업으로라도 국가 건강보험체계 내로 들어가게 되면 한의원 문턱이 낮아지게 돼 보다 많은 국민들이 수월할 수 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방 수석부회장은 "현재 의사협회에서는 첩약 건강보험을 반대하고 있는데, 이같은 의협의 주장은 한마디로 직역 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다"며 "지금도 한약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hGMP 기준으로 엄격하게 관리돼 있고, 이러한 한약재를 이용한 첩약도 각종 통계와 논문들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돼 있는 만큼 의협도 의료인이라면 국민건강권 확대, 의료서비스의 보다 수월한 접근성 도모 등의 관점에서 판단해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경호 한의협 부회장은 "올해 4월 추나요법이 급여화됨에 따라 '국가로부터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받은 요법'이라는 수식어가 생긴 만큼 첩약에 대한 안전성·유효성은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순간 말끔히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그러나 한의협에서는 시범사업 실시 전 정부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최대한 안전성·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첩약 급여화의 목적인 국민건강 증진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이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놓고 현재 한의계에서는 찬반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난 17일 실무협의체에서 수가방식이나 상병명이 논의된 것은 조만간 정부에서 제시할 최종안 발표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는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안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찬반을 논의하는 것이 국민의 입장에서, 또 한의계의 미래를 위해서 올바른 생각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며, 한의협에서는 남은 기간 보다 많은 회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최종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