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성명서 발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31일 ‘2020년 건강보험 수가계약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건보공단에 △가입자 대리인 역할 망각하지 말고 중립적 위치에서 수가협상에 임할 것 △재정균형성에 입각한 환산지수 본연의 수가조정 원칙 준수할 것 △-왜곡된 수가 책정방식(원가+α)철회하고, 국민부담 고려한 합리적 수준에서 수가를 결정할 것 등을 촉구했다.
2020년도 건강보험수가(환산지수) 결정을 두고 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 간의 협상이 진행 중 이며, 협상 시한은 오늘(5월 31일)까지이며 의료기관 유형별 계약체결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환산지수는 최근 몇 년 간 인상폭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2017년과 2019년의 경우 환산지수 평균 인상률은 2.37%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였다. 추가 소요재정도 2017년(8.134억 원), 2018년(8,234억 원), 2019년에는 1조 원에 육박하는 9,758억 원에 이르렀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특히, 작년의 2019년 수가협상은 문재인 케어 본격 시행에 따른 첫 수가협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건보공단의 권한 범위를 넘어서는 무리한 수가인상 원칙(원가+@)을 제시하여 시민사회가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공급자가 제시하는 원가의 객관성 결여, 상대가치점수 변동으로 인한 공급자 보상 증가분(공급자 보상의 약 80% 차지), 재정중립의 원칙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왜곡된 적정수가 개념을 건보공단이 확산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한 국민부담도 가중되어 2019년 보험료 인상률은 수가인상분이 반영된 가운데 3.49% 인상되었다. 2012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것.
운동본부는 “건강보험 급여비 중 공급자 수가결정과 직결된 행위료(기본진료+진료행위) 비중은 약 70%에 육박하여 전체 급여비 증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행위료의 증가 추이도 간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건강보험 진료비 통계지표(심평원 발간)를 살펴보면 2017년 기준 전년 대비 전체 급여비 증가율은 7.7%에 그쳤으나 행위료 증가율은 이 보다 높은 8.2%로 전체 급여비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이는 최근 5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경향은 2018년에 더욱 심화되어 상급종합병원의 행위료 수입은 전년 대비 무려 26.6% 증가하였고, 병원 및 종합병원도 10% 이상 증가하였으며 의과의원도 10% 증가율을 나타내는 등, 전반적으로 진료비 점유율이 높은 의료기관들의 행위료 증가가 재정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비급여의 급여화 등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정책의 영향으로도 볼 수 있겠으나, 이보다는 급여비 증가에 있어 가격상승 효과(P)가 수량증가 효과(Q)를 압도하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2017년을 예로 들면 전제 급여비 증가율 7.7% 중 수량증가(내원일수)는 1.2%에 그친 반면, 가격증가(내원일당급여비)는 무려 6.5%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기간 1인당 실질 GDP 증가율이 2.6%인 것과 비교하면 2.5배 높은 수치로 가격상승이 매우 과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가격상승이 급여비 증가의 절대적 기여요인임을 알 수 있고, 2008년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 이래로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한다. 또한, 현재 급여비의 70%가 행위료 수입임을 감안하면 수가인상 즉, 상대가치점수 인상과 환산지수 인상 효과가 복합적으로 누적되어 발생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환산지수의 누적 인상률만 보아도 2008년을 100으로 보았을 때, 2018년은 123.9로 동일기간 소비자물가지수 누적 인상률 121.2보다 높으며, 최근 4년간(’15~’18년) 환산지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2.12%로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 1.41%를 상회한다. 행위료 가격 상승이 전체 급여비에 미치는 영향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되는 수준이며, 국민부담 능력을 고려했을 때에도 수가인상은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수년 간 이어진 과도한 행위료 증가는 가격상승 요인에 기인한 것이고, 그동안 환산지수 조정원칙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한다. 환산지수는 상대가치점수 등 수가변동에 따른 급여비 영향에 반응하여 재정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작동하는 것이 주된 원리이지, 단순히 수가인상의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은 보험자 관점이 아니라는 것이 운동본부의 입장이다.
운동본부는 “수년 간 누적된 행위료 증가 수준을 감안하면 목표진료비를 초과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고, 실제 환산지수 산출 모형인 SGR에 근거했을 때, 2020년 환산지수는 대부분의 유형에서 인하가 되어야 수가 적정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산출되었다”며 “최저인금 인상 등 공급자 비용증가분을 고려해도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면 2020년 환산지수 계약에 있어 추가 소요예산은 재정영향을 고려하여 작년보다 낮은 수준이어야 하며 최대한 보수적인 수준에서 정해야 한다. 근거도 없이 공급자의 초과수입을 인정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으며, 이번 수가계약은 적어도 동결을 하거나 원칙대로 수가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환산지수 연구결과 등을 토대로 재정운영위원회 가입자 단체들이 추가소요예산(밴드)의 가이드라인을 낮게 제시한 것을 두고,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가 공급자 단체에게 사과를 하였다고 한다. 의료계도 아닌 보험자 수가협상단 수장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리에 서있는 인사가 이러한 태도를 보인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사실상 재정운영위원회 가입자 대표들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판단한다. 건보공단이 수가협상체결이라는 성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공급자 편들기식의 행보를 보인다면 더 이상 가입자 대리인 역할을 할 자격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운동본부는 “건강보험공단이 전체 재정부문의 관리 권한이 있는 조직이라면 가입자에게만 보험료인상과 같은 기여 부담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공급자에게도 재정지출에 대한 상응할 만한 위험분담을 적용해야 한다. 더욱이 문재인 케어 시행 2년이 경과되었고 원래 계획대로 라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현 시점에서 적어도 3% 이상 개선 효과를 보여야 하나, 실제 보장률의 개선 효과는 객관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행위료 급증 등 공급자 수입기반만 넓혀 주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건보공단은 가입자 대리인 역할을 망각하지 말고, 재정운영의 균형성을 고려하여 환산지수 조정 근거와 원칙에 입각한 수가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