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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26일 (금)

문화 향기 가득한 한의학 ⑪

문화 향기 가득한 한의학 ⑪

콩과 팥-네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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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기 원장

- 그린요양병원, 다린탕전원 대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꽃)


입신양명(立身揚名), 고대 유교문화권의 성공의 한 대목이다. 출세하여 부모를 영예롭게 해야 한다는 성공명분론이다. 이름에 명예를 거는 조상들의 가치관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이름에는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다. 따라서 존중되어져야 한다. 아쉽게도 현대인들은 점차 아이디나 익명 뒤로 숨는 경향이 많다. 조금은 씁쓸하다. 이름을 귀하게 여기자. 한의학에도 쓰이는 곡류의 이름, 콩과 팥! 덕분에 많은 스토리를 풀어낸다. 

콩과 팥은 예로부터 일상의 흔한 잡곡이다. ‘콩밭에서 콩 나고 팥 밭에서 팥 난다’, ‘마음은 콩밭에 있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하여도 안 믿는다’ 등의 속담들도 많다. 동화 <콩쥐와 팥쥐>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다. 때로는 많은 민간설화에서도 단골손님이다.  

콩팥, 인체의 장기의 명칭이다. 한의학의 신장(腎臟)이다. 둘이 하나의 장기를 지칭한 것은 이례적이다. 추측컨대 생김새는 콩 모양이되, 그 색깔은 팥과 같다. 이름에서 상상해본다. 작명의 지혜가 느껴진다. 콩팥은 조상들에게는 자부심, 그 자체였다. 특히 정력과 생식능력의 상징적 이미지가 크다.  


콩팥은 현대의 해부학이 도입되면서 쇠락


한의학의 오행(五行) 분류에서 수(水)에 해당한다. 물의 장기이다. 방광과 관련이 깊다. 뼈와 두발과 청력, 짠맛에도 연관성이 있다. 현대의 남녀의 성기와 부속기관 및 성생활을 주관한다. 월경, 임신, 출산 등 기능들을 총괄한다. 

따라서 콩팥이 튼튼하면 남녀의 성징이 뚜렷하다. 생식기능이 왕성하여 성생활이 만족스럽다. 뼈가 튼튼하며 청력이 좋다. 반대로 콩팥이 약하면 비뇨생식계통이 부실하게 된다. 청력쇠약, 귀 울림, 요통, 혈색이 검어진다. 피부의 윤기가 없어지는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콩팥은 현대의 해부학이 도입되면서 쇠락한다. 해부학의 Kidney가 콩팥(신장)을 대신하는 이름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아랍문명의 신전위에 성당으로 개조하는 것과 같은 예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광의의 콩팥의 개념이 해부학적 용어로 축소, 왜곡돼 버린다. 현대의 신장(Kidney)은 해부 생리학적 기관으로 작명되었다. 콩팥의 넓은 의미의 기능들은 비뇨기관과 생식기관 등으로 흡수되어 분리된 것이다. 한의학의 기본 이론이 빛을 잃는 아쉬움을 감내해야 했다. 콩팥의 신장은 삭제되고 Kidney의 신장으로 의료용어로 대체되며 호적에서 정리된다. 

“내과질환의 최종 종착점은 신장투석이다.” 내과의사들의 촌평이다. 최근 만성신부전 환자와 투석 대상이 점차 증가되고 젊어진다는 것이다. 신장 건강에 엄중한 경고다. 투석치료는 시간 및 경제적 손실이 크다. 삶의 질의 악화와 신체의 급속한 기능저하 및 그 부작용들도 난제다. 


이름은 정체성의 상징이요, 또 하나의 권위


이제 한의학이 그 대안이 되어야 한다. 콩팥의 개념을 정립하며 축적된 경험과 치료의 지혜가 강점이다. 최근 한의계에서 신장질환을 특화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한약의 효과와 가치를 입증하고 드높일 수 있다고 믿어 응원해본다. 

이름이 힘이다. 우리는 콩팥과 Kidney에서 그 예를 본다. 한편 마늘주사, 신데렐라주사, 백옥주사 등은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졌다. 임상에서 네이밍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름같이 될 것 같은 환상을 유도하는 도발이다. 한의계도 네이밍에 고심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치료기술이나 처방명이 있다면 작명을 고민해보자. 이름은 정체성의 상징이요, 또 하나의 권위다.  

새해다. 우리는 또 한해를 한의사란 직명으로 살아갈 것이다. 한의계의 이름과 위상들이 드높아지길 기대한다. 더불어 한의사 동료들에게 예의를 지켜주길 바란다. 자신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데 누가 대신 귀하게 대접해 줄 것인가? 한의계의 상호 존중과 예의가 넘치는 한 해를 기대한다. 우리는 모두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이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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