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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9일 (일)

“나는 우리 말글 한의사다”

“나는 우리 말글 한의사다”

한의원 내에서 어려운 한자 용어 대신 쉬운 우리말 사용한 공로로 ‘우리말 사랑꾼’ 선정
박계윤 전남 장흥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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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윤 장흥한의원장 (사진 왼쪽)

 

 

<편집자주> 전남 장흥군 장흥한의원 박계윤 원장은 어려운 한의학 용어 대신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고 한글 약재 이름표를 붙이는 등 우리말과 한글 사랑을 실천하고 쉬운 말과 한글 쓰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에 앞장섰던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로부터 ‘우리말사랑꾼’에 선정돼 한의계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다음은 박계윤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선정 소감을 듣고 싶다.

 

A. 사실 할 줄 아는 말이 우리말뿐이고 쓸 줄 아는 글자가 한글뿐이라 아끼고 당연히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50년 남짓 사는 동안 인생에 큰 위기가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중학교에 입학해 로마글자와 영어를 익히는 것이었고 다른 한 번은 대학에 들어가 중국글자와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었다. 그 때 알았다. 

 

우리 글자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발명인지. 나랏말이 문자와 서로 사맛디 아니한 일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실감했고 사맛는 글자로 제 뜻을 시려펼 수 있는 게 얼마나 복된 일인지도 그 때 깨달았다. 야만시대에 문명인으로 살 수 있는 것도 한글 덕분이며 독재시대에 주권자로 살 수 있는 것도 모두 한글 덕분이라고 본다. 말이 오르면 나도 오르고 말이 바르면 나도 바르다. 힘세고 아름다운 한글과 더불어 아름답고 힘센 사람이 되고 싶다. 


Q. 한의원 내에서 우리말을 사용해서 약재 이름표나 진료서 등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A. 1999년, 나는 한의학과 3학년 학생이었다. 한의학 교과서는 중국글자로 가득했고 높은 학점을 받으려면 보고서와 시험답안을 중국글자로 써야했다. 이런 비효율적인 교육체계가 한의학 발전을 저해하고 국력을 낭비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해 10월 한글새소식에 ‘한자를 벗어던져야 한의학 발전한다’는 글을 써 올리기도 했다. 2001년 한의사가 되어 한의원을 열었을 때, 목공소에 약장을 주문하면서 약재이름을 한글로 써달라고 했더니 난감해 했다. 약장 서랍에 글씨를 쓰는 서예가가 한글로는 써본 적이 없어서 쓸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약재이름이 적히지 않는 약장을 주문해서 스스로 한글로 된 약재 이름표를 붙였다. 이름을 한글로 쓰니 가나다순이라는 정렬기준을 가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쉽게 알아보고 편하게 약재를 찾아 쓸 수도 있게 됐다. 

 

한글 기계화가 나라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공병우 박사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찍이 세벌식 글자판을 배워 쓰고 있었고 자료를 작성하고 정리하는 일에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었다. 진료부도 종이를 쓸게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당시는 종이진료부가 주류였고 전자진료부를 보조로 쓰는 때였지만 전자진료부만 쓰기로 하고 프로그램을 알아봤다. 전자진료부 역시 중국글자가 쓰여 있기에 개발회사에 한글판을 요구했더니 기술상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므로 바로 바꿔주었다. 세벌식 자판과 전자진료부는 한의원 운영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Q. 어떤 점에서 그런가?

A. 한의원도 사업이다. 비용을 줄여야 벌이가 늘어나는 게 당연한 이치다. 내가 한글을 쓰는 건 우리 한글이 이 경제적 관점에 부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일을 마다하는 건 어리석지 않은가? 남의 나라 글을 통해 지식을 전달받아야 했던 대학시절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다. 남의 나라 말을 우리말로 바꾸는데 많은 시간과 기운을 소모했기 때문이다. 한의원 운영에서는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쉬운 우리 말글을 익히는데 힘썼다. 그리고 그것을 한의원 운영에 적용했다. 누군가의 말을 소리 나는 그대로  적을 수 있다는 게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생각하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글을 가진 우리 민족 말고는 어느 나라도 이런 일을 잘할 수 없다. 한글을 배우는 것이 너무 당연해서 귀한 줄 모르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박계윤원장1.png

 

Q. 진료기록을 적을 때도 모두 한글로 적고 있다.

 

A. 그렇다. 환자가 증상을 얘기하면 한의학 용어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적는다. “앉아있다 일어날 때 무릎이 아픈디 옛날같이 득신득신 애리지는 않습디다”, “체기는 많이 가셨는디 지금도 오목가슴이 잔 답답해요”, “다리에 힘이 없어서 포로시 걸어왔소” 등 환자가 하는 말을 들리는 대로 적어 놓아야 환자의 아픔을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 있어서 진료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찍이 세종대왕께서는 ‘제 뜻을 실어 펴지 못하는’ 백성을 안타까이 여겨 한글을 만드셨다. 자기 뜻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억울함이 쌓여 몸이 아프게 된다. 그렇게 아픈 사람이 병원에 와서 의사에게 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면 병이 나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의사란 모름지기 환자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한다. 그 시작이 듣는 그대로 적는 일이며, 환자의 말을 의사가 쉬운 말로 설명해주면 치료율이 훨씬 높아지는 것 같다.


Q. 환자들이나 주변 반응이 궁금하다.

 

A. 환자들은 이미 한글만 쓰기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한글만 쓰는 한의원 분위기를 당연하게 여긴다. 안내문은 누구든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쓰면 환자들이 읽고 되묻는 일이 없으므로 직원들 역시 편하다고 한다.


Q. 이외에 강조하고 싶은 말은?

 

A. 이제 한글만 쓰자는 흐름은 도도해져서 아무도 맞서지 못하게 되었다. 걸핏하면 중국글자를 배워 쓰자고 주장하는 무리들은 힘을 잃었다. 이제 한글에 걸맞은 쉬운 말을 쓰는 일이 중요해졌으며, 전문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이 쉬운 말의 중요성을 알았으면 한다. 법률가들은 법률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고 법전을 쉬운 문장으로 다듬어야 할 것이다. 공무원들은 행정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고 각종 문서를 쉬운 문장으로 다듬어야 할 것이다. 나는 과학적인 한글을 도구삼아 쉬운 우리말을 살려 썼고 그 덕분에 23년째 거침없이 일하는 우리 말글 한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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