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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5일 (월)

'국민 건강' vs '복용 편리성', 무엇이 더 중요한가?

'국민 건강' vs '복용 편리성', 무엇이 더 중요한가?

한의협, 식약처의 건기식 소분포장 허용법안 즉각 폐기 촉구
국민 건강 뒷전으로 하는 행정편의주의적 정책 결코 용인 못해

건기식.jpg[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최혁용, 이하 한의협)가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의 소분 포장을 허용하는 내용의 '건기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 이하 식약처)를 강력히 규탄하며 관련 개정안의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오는 12일까지 입법예고 중인 동 개정안에서는 섭취·휴대 편의 등의 목적으로 우수제조기준(GMP)을 준수하는 건기식제조업소가 소비자의 주문을 받은 경우와 건기식판매업소에 소비자가 영업소를 직접 방문해 건기식을 구입한 후 휴대나 섭취하기 편하게 나눠 담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에 건기식을 소분 포장해 줄 수 있도록 개정했다.

또 소비자 보호를 위해 위생적으로 소분포장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소분 포장한 제품에 일일섭취량, 섭취방법 및 유통기한 등을 표시하도록 시설기준 및 영업자 준수사항을 신설했다.

소분포장은 제조가 완료된 하나 또는 여러가지 제품을 소비자 개인이 요구하는 조합에 맞춰 나눠 담아 주는 것을 말한다.


사실 이에 앞서 한의협은 식약처가 '건기식 소분·조합 판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확인한 후 만일 '개인형 팩 조제' 등이 가능해진다면 건기식판매업자가 한의원에서 조제한 의약품과 유사한 형태로 건기식을 조제·판매하게 됨으로써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식약처는 건기식의 소분제조 및 판매는 일종의 서비스일 뿐 한의원에서 조제하는 의약품과는 다른 개념인 것으로 판단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이에 5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부처라고는 믿기 어려우며 납득할 수 없는 태도"라고 질타한 한의협은 건기식의 소분 제조 및 판매를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되는 이유을 밝혔다.


먼저 현재 건기식 원료 중 한약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원료가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분판매와 그에따른 조합이 가능해 진다면 비의료인인 건기식판매업자가 실질적으로 한약을 처방함으로써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하게 되는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행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건기식은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아니라는 내용을 표시해야 하며, 식품 등을 의약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광고를 금지하고 있어 건기식의 소분을 허용하게 되면 건기식을 마치 의약품인것 처럼 판매하는 불법적인 행태가 증가하고 이에 대한 단속도 어렵게 되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한의협은 "단순히 보관이 용이하고 섭취하기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건강을 뒷전으로 하는 이 같은 행정편의주의적인 정책추진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국민의 건강증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한의협 2만5000한의사 일동은 국민 건강에 커다란 피해를 끼치고 한의사와 약사, 한약사 직역의 전문성을 훼손하는 건기식의 소분제조 및 판매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내에서 한약재에 의해 발생된 간독성 관련 임상보고 논문들을 분석, 간독성을 유발하는 한약재 리스트를 체계적으로 밝혀내 독성관련 국제전문학술지 Food and Chemical Toxicology(SCI급 저널)에 게재됐던 연구에 따르면 간 손상을 유발한 한약물의 약 90%가 단일 한약재를 복용한 후 간독성이 발생했다.


간독성을 일으킨 대부분이 한의원이나 한약국에서 처방받는 복합 한약물인 탕제로 인해 간독성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처방 없이 개인이 민간약 형태로 한가지 한약재를 복용해 간독성이 발생한 것이었다.
일반인의 자의적 사용에 의한 한약재 복용은 대부분 잘못되거나 부풀려진 인터넷 정보로 발생되며 실제로 당귀등혼합추출물에 숙지황을 포함한 개별인정형원료를 조합하면 한의학의 대표 처방 중 하나인 사물탕의 가미방을 만들 수 있고 감초추출물과 도라지추출물을 조합하면 감길탕 처방이 가능해진다.

현재도 건기식을 마치 의약품인 것 처럼 판매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빈번한데 상당수의 건기식이 한약재(식약공용품목)를 주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분포장을 허용한다면 어떠한 일이 발생할지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 역시 지난달 25일 이번 개정안에 강한 우려와 이의를 제기하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약사회는 "일반적으로 건기식의 경우 질병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과 달리 복용법이 간단하고 복용 개수가 많지 않아 복용이 불편하지 않다"며 그럼에도 굳이 보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품의 안전성, 안정성 문제에 대해 충분한 검토 없이 기존 의약품전달체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분 허용을 맞춤형이란 그럴 듯한 이름으로 추진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개인 맞춤 건기식을 추천하기 위한 건강상담, 관리는 자격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며 "단순히 해당 판매업소에서 고용한 이들임에도 이들로 하여금 소비자의 의약품 복용 및 건기식 섭취여부를 파악, 병용섭취 금지사항 확인 및 기능성분별 일일섭취량이 초과하지 않도록 주의의무를 주도록 한 것은 전문가의 역할을 아무 자격이 없는 상담인력에게 맡기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제조시설의 조제 허용, 판매로 이익을 보는 대상이 과연 누구인지, 판매조장을 위한 상담인력에게 전문영역을 맡겨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지 생각하면 제조업소와 온·오프라인 판매업소를 갖춘 일부 대형업체를 위한 특혜성 개정안이라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는 것.


약사회는 "기존 보건의료 전달체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개정안"이라며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드러난 식약처의 이율배반적인 입장에 심각한 이의를 제기하고 국민의 건강과 건강관련 제품의 안전성을 책임지고 있는 식약처가 이번 개정안에 대해 건기식 업계에 대한 관점이 아닌 국민과 전체 보건의료체계의 틀의 관점에서 근원적으로 다시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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