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윤영혜 기자]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1년 8개월을 맞은 시점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의 웰다잉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취약계층의 연명의료 결정과 웰다잉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차흥봉 웰다잉시민운동 이사장은 “지난 2018년 연명의료 결정 제도가 시행된 이래 장애인, 무연고자 등 취약계층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방안 마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자칫 이 제도가 근본 취지를 왜곡시켜 생명경시화, 혹은 생명의 계급화가 될 수 있는 문제가 있어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이후 22만명 이상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고 5만명 이상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취약계층의 연명의료결정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게다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의 지역별 분포율은 서울, 경기권이 50%이상으로 대도시에 편중돼 있는 실정이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대도시의 경우 소도시보다 정보 및 인프라가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혜택을 더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사회, 경제적 약자가 연명의료 결정 제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자발적 의지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백수진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취약계층의 연명의료결정 지원 방향: 사전연명 의료의향서를 중심으로’ 주제발표에서 등록기관 지원과 관련해 “우수 등록기관에 대한 정책적 지원 및 관리와 찾아가는 상담에 대한 인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상담의 안전성과 작성의 자율성이 보장되면서 접근성이 낮은 곳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작성자의 취약성과 관련해서는 “장애 유형이라면 신체적 장애, 정신적 장애, 관계에 따른 취약성 등을 구분해 점자 또는 음성 지원 파일, 수화 가능한 상담자의 확보 및 파견이 필요하다”며 “쉽고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도록 시간 등에 대한 지원도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연명의료결정법 재정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사전 의료 작성과 관련한 인프라가 굉장히 열악해 등록기관이 없으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등록기관으로 찾아오는 사람한테 설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 교수는 취약계층의 연명의료결정과 자기결정권이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표했다. 실제 서울대 고령사회연구단의 2018년 연구조사에 의하면 저소득 고령층의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이유를 살펴본 결과, ‘치료 효과가 없다’거나 ‘호스피스 시설에서 정서적으로 편안한 가운에 삶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라기보다 ‘막대한 경제적 부담’, ‘가족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득 100만원 이하의 경우 정서적인 이유보다 가족에게 피해를 끼칠 것을 우려하는 답변자가 4배 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정석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취약계층 중 노인장기요양 대상자들에 집중해 설명했다. 그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치매, 뇌졸중 등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하지 않아 장기요양에 진입해 평균 2년 이내에 사망한다”며 “신체 기능이 떨어져 연명의료 결정이 어렵기 때문에 장기 요양에 들어오기 전 연명의료의 결정을 내려야 존엄한 임종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보람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사무관은 “취약계층에도 다양성이 존재하다보니 특정 집단으로 한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환자의 자기결정을 보장하는 선진적 제도”이라며 “의료결정과 돌봄이 조화롭게 다뤄지도록 입법 취지대로 현장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