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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13일 (화)

북한 고려의학의 특징[完]

북한 고려의학의 특징[完]

C2195-29



시장경제 속으로 한 걸음 “자신이 원하는 의사 선택”



개인의원 체계, 북한 사회서는 상상할 수 없어

의사담당구역제 이면, 환자의 의료선택권 결여

열악한 의료현실은 참담함과 아픔을 느끼게 해



의료급수 유지시험과 함께 북한의사들에게 번거로운 일상은 1년에 2번 정도씩 의료 연구 및 치료경험 토론회에 참석해야 하며 특정된 인원만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이 순서를 정해 놓고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가 했던 진료행위 중에서 어떤 질환의 환자에서 어떤 약물을(양방약과 한방약을 함께, 또는 각기) 어떤 방법으로, 얼마동안 사용했고 그 결과 어떤 증상이 몇 % 호전되어 환자 치료에 이바지하게 되었다는 식이다.

이렇게 발표된 자료는 서로 공유하게 되며 다른 병원에서도 그런 방법으로 환자 치료에 적용한다. 이렇게 경험을 공유하는 방법은 북한에서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방법이다.

물론 때로 아주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여러 병원 의료진들이 다 모인 자리(보통 300명~500명 정도)에서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대충 준비하는 경우는 드물며 가치있는 치료방법이나 임상연구들이 훨씬 많다.

북한은 “진단은 양방학적으로, 치료는 한의학적으로”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방침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의료현장에서 양방과 한방의 질시와 반목은 거의 없다.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서 모든 것을 환자를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 현재 이 환자가 가장 불편해 하는 부분은 무엇이며, 이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치료는 무엇인가에 따라 양방학적인 치료가 필요할 때는 양의사가 책임적으로 치료하고 한방학적인 치료가 필요할 때는 한의사가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이런 과정 중에 서로의 치료 방법에서 한계에 이르게 되면 양의사와 한의사가 서로 상의하여 다음 치료를 논의하게 된다.

예를 들면 양방에서 수술치료 받았던 환자가 수술 후 어느 정도의 경과가 지나면 양방의사는 환자를 데리고 와서 양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으니 혹시 고려의학과에서 더 해줄 것이 없을지 하여 고려의사에게 인계하게 된다. 고려의사도 마찬가지로 환자를 치료하던 중 반드시 양방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양방의사에게 환자를 보내어 필요한 치료를 받게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괜찮은 시스템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치며…

북한의 이상적인 의료시스템은 국가경제의 어려움과 의료약품의 부족으로 자기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고 의료기관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는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국가가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돌보던 시스템은 유명무실하다. 병원에는 약이 없고 의사는 의료현장에서 본분을 다할 수 없고 환자들은 병원을 찾지 않게 되었다. 의료인으로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하는 의사들의 심리는 모든 상황이 자신 때문인 것 같은 죄책감이 든다. 병원에 출근해서 자리만 지키고 시간만 때우는 무책임한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예전처럼 자리만 지키고 있어도 급여가 나오고 배급이 나오던 때와 달리 지금은 누구나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예방의학, 의사담당구역제는 형식만 남아있고 환자들도 더 이상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병원을 찾지 않게 되었으며 병원을 그만둔 퇴직의료인들을 찾아간다. 의료현장의 열악한 환경은 북한의 이상적인 의료시스템을 무너뜨렸고 곳곳에 개인의원들이(예전의 의료인들이 집에서 환자들을 진찰해주는 정도) 생겨났다. 안면이 있어서, 또는 소개를 통하여 찾아오는 환자들을 진찰하고 처방해주며 특히 고려의사들 같은 경우는 치료까지 해준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는 일정한 비용이 발생한다. 환자는 자신이 원하는 의사에게서 필요한 진찰을 받고 의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상담과 치료를 해주고 그 대가를 받는 완벽한 개인의원이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은 북한사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스템이다.

무상치료가 북한의 사회주의제도의 가장 첫번째 우월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상치료는 사라지고 서서히, 아주 자연스럽게 유상치료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무상치료와 의사담당구역제라는 화려한 의료시스템 뒤에는 환자의 의료선택권 결여와 개인 사생활 침해라는 한국인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이 있었으며 국가에서 모든 것을 결정해주던 방식에 익숙했던 북한 사람들에게 개인선택권 같은 개념은 없었고 있었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제 북한 사람들은 비용을 어느 정도 지불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의사를 선택하면서 시장경제 속으로 자연스럽게 걸어가게 되었다. 어떤 의사(학력, 기술, 자질)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불비용이 달라지며 만족할 만한 진료를 받으면 그 비용은 절대로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이르는 등 치료하고, 치료받는 행위에 대가가 지불된다는 행위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던 사람들이 스스로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의사도 마찬가지이다. 환자들이 자신을 찾아온다는 것은 그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나누는 것이고 이렇게 얻어지는 수입으로 의사는 자신의 삶을 영위하게 된다. 열악한 북한 사회의 현실에 살아남으려면 나를 찾는 환자가 많아야 하는 것이다. 환자가 많으면 그 만큼 수입은 올라가고 더 많은 환자들이 나를 찾아오게 하려면 내가 환자들에 할 수 있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환자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환자와 의사 모두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북한 의료시스템은 변화되고 있다.



“정성”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환자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생각하면서 환자를 위하여 피와 살을 내어주는 것을 미덕이라 생각하면 살았던 북한의 의료인들이 고객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실전에서 터득하고 만들어가고 실천해 자고 있는 것이다.

생명에 대한 책임성을 가지고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싶다. 북한의 의료인들 앞에 놓여있는 열악한 의료현실은 참담함과 아픔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같은 의료인으로서 어떤 생명도 소홀히 할 수 없고 어떤 생명구제에도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함을 사명으로 공유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불어오는 남북관계의 화해 모드가 북한의료인들의 책임감과 사명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의료에 대한 지원은 단순한 의료의 경계를 넘어 그 이상이다. 생명에 대한 존중은 그들의 심리에 따뜻함을 줄 것이고 북한으로부터 한국으로 퍼져 나올 수 있는 전염병을 비롯한 감염성질환들의 발병위험을 차단할 수 있는 한국에게도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일이다.



북한의료인들이 어떤 교육을 어떻게 받고 어떤 마음으로 의료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제 우리가 그들과 함께 학술연구와 의료교류를 실천하면서 북한의 의료수준을 높일 수 있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의 절약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는데 더없이 큰 기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생명보다 더 한 인권이 어디 있을까. 나는 의료인으로 죽어가는 생명 앞에서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따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작금의 남북화해의 바람이 북한주민들에게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훈풍이기를 기대한다.



22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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