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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06일 (화)

키를 키우는 腸, 마음을 세우는 膽…‘성장’의 새 해법

키를 키우는 腸, 마음을 세우는 膽…‘성장’의 새 해법

성장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膽의 決斷’ 下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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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연 원장(장충한의원 원장·동서비교한의학회 학술이사)

 

[한의신문] 성장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성장호르몬(Growth Hormone, GH)과 인슐린유사성장인자-1(IGF-1)을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성장 의학은 GH-IGF-1 축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며,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비롯한 일부 성장장애에서 검증된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대사생물학과 장내미생물 연구가 발전하면서 성장을 특정 호르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고, 장·간·담즙산의 대사와 성장의 관계를 함께 살펴보는 새로운 관점이 제시되고 있다. 담즙산은 더 이상 지방 소화를 돕는 소화액에 머물지 않는다. 장과 간, 면역계, 내분비계, 장내미생물을 잇는 대사 신호분자로 이해되며,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생리적 환경을 조절하는 인자로 주목받고 있다.


◆ 성장은 ‘환경’의 결과다

 

성장은 성장호르몬과 성장판만으로 결정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성장판이 제 역할을 하려면 충분한 영양 공급과 정상적인 간 기능, 건강한 장내미생물, 적절한 면역 조절, 안정적인 에너지 대사 등 전신의 생리적 환경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담즙산은 성장 환경을 조절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로 주목할 만하다. 담즙산은 지방과 지용성 비타민(A·D·E·K)의 흡수를 돕고, FXR과 TGR5 수용체를 통해 포도당·지질 대사, GLP-1 분비, 갑상선호르몬 활성 및 면역 항상성 조절에 관여한다. 

 

키를 직접 늘이는 물질이라기보다 정상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대사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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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腸은 ‘제2의 뇌’…장과 마음이 함께 자란다

 

‘제2의 뇌’로 불리는 장에는 독자적인 신경망인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가 발달해 있다. 장신경계는 뇌의 직접적인 지시 없이도 소화관의 운동과 분비 등을 조절하며, 장과 뇌는 미주신경과 면역·내분비·대사 신호 등을 통해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장-뇌 축(gut-brain axis)’을 형성한다.

 

여기에 담즙산과 장내미생물이 중요한 매개체로 관여한다. 장내미생물이 생성하는 다양한 대사산물과 담즙산은 신경·면역·내분비 경로를 통해 뇌 기능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장의 상태를 단순한 소화기능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전신의 대사와 면역, 신경계의 상호작용 속에서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우리말에도 ‘담이 크다’, ‘담대하다’처럼 담(膽)을 용기나 결단과 연결한 표현이 남아 있다. 한의학에서 담(膽)이 ‘결단(決斷)’을 주관한다고 본 점도 이러한 전통적 생명관과 연결해 살펴볼 수 있다. 현대 생명과학의 담즙산과 한의학의 담을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는 없지만, 신체와 정신을 분리하지 않고 상호 연계된 체계로 이해하려는 관점에서는 흥미로운 학문적 접점을 찾을 수 있다.

 

장내세균은 담즙산의 조성을 바꾸고, 담즙산은 다시 장내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균형이 무너지면 지방 흡수와 장 장벽 기능, 면역 항상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저등급 만성염증과 대사 이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만성염증은 성장호르몬 신호전달에 영향을 미쳐 성장에 불리한 생리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특히 소장세균과다증식(SIBO)이나 만성 장질환, 담즙울체 등에서는 담즙산 대사와 영양소 흡수, 면역 항상성이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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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이미지

 

◆ 잠·운동·음식…성장을 뒷받침하는 세 가지 생활습관

 

“아이들은 자면서 자란다”는 어른들의 오랜 말은 생리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다. 성장호르몬은 하루 종일 일정하게 분비되지 않고 파동 형태로 분비되며, 특히 깊은 잠인 서파수면(slow-wave sleep)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충분하고 규칙적인 수면은 정상적인 성장호르몬 분비 리듬을 유지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운동 역시 성장기의 건강한 신체 발달에 중요한 요소다. 달리기나 줄넘기 등 체중 부하가 가해지는 신체활동은 뼈와 근육의 발달에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 다만 과도한 강도의 운동이나 특정 관절에 반복적으로 부담이 집중되는 훈련은 성장기 근골격계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적절한 강도와 휴식이 필요하다.

 

식습관 역시 중요하다. 장·간·담즙산과 대사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성장기의 식사는 단순히 ‘많이 먹느냐, 적게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당류와 초가공식품에 치우친 식생활은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장내미생물 변화 등 대사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장기간 지속되면 정상적인 성장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고열량 식습관과 이에 따른 소아비만은 이른 사춘기 발현과 연관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면 초기에는 또래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골성숙도 빨라져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 ‘빨리 크는 것’이 반드시 ‘더 크게 자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성장기 식습관은 현재의 영양 상태뿐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과 대사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 ‘몇 cm’보다 중요한 것…몸과 마음이 함께 크는 성장 치료

 

한의학은 성장을 단순한 골격의 증가가 아닌 비위(脾胃)의 운화(運化), 간(肝)의 소설(疏泄), 담(膽)의 기능과 기혈(氣血), 오장육부의 조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전신적 생명현상으로 이해해 왔다. 이는 장·간·장내미생물·담즙산·면역·내분비계를 하나의 생명 네트워크로 바라보는 현대 생명과학과 흥미로운 접점을 이룬다.

 

따라서 성장 치료 역시 성장호르몬이나 성장판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영양·장내미생물·염증·수면·운동 등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생리적 환경을 함께 살펴야 한다. 성장호르몬은 의학적 적응증에 따라 사용하면 효과가 검증된 치료법이지만 단순히 키를 더 키우기 위한 사용에는 기대효과와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한의사로서 성장 치료를 바라보며 묻게 된다. ‘우리는 아이의 키를 재면서, 마음이 얼마나 자랐는지도 함께 바라보고 있는가?’ 성장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몇 센티미터의 신장을 더 얻는 데 있지 않다. 몸과 마음이 함께 자라 아이가 자신의 가능성을 펼치며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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