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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06일 (화)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20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20

좋은 약재를 쓰면 좋은 약이 될까?
- 산지와 등급보다 더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 포제·전탕·제형

김호철 교수님1.png


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 교수

(주)뉴메드 대표이사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김호철 교수(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의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한약의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설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의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약에 대한 관심이 깊다는 것을 느낀다. 본초를 전공하지 않았어도 임상 연차가 쌓일수록 약재의 품질을 꼼꼼히 따지는 이들이 많다. 산지를 묻고 채취 시기를 묻고 절단면의 때깔을 본다. 한약을 주요 치료 수단으로 쓰는 의사로서 당연한 관심이고, 나 역시 좋은 약재를 구하려는 노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만 좋은 약재를 고르는 데서 관심이 멈춰서는 안 된다. 약재에 들어 있는 성분과 그 양은 가공하고 조제하는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산지와 성분 함량을 따지는 만큼, 어떻게 약을 만들어야 필요한 성분이 환자의 몸에 들어가 작용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같은 양의 아스피린, 최고혈중농도는 약 두 배


같은 아스피린을 같은 양으로 먹었는데, 최고혈중농도는 약 두 배 차이가 났다. 최고농도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도 한쪽은 1시간, 다른 쪽은 4시간이었다.


2022년 발표된 연구에서 성인 36명에게 인지질 복합 아스피린과 장용 아스피린을 각각 81mg씩 한 차례 투여한 결과다. 복합제는 장용정보다 혈중농도를 시간에 따라 합산한 총노출량도 44% 많았다. 혈소판에 대한 작용도 달랐다. 24시간 뒤 잔여 혈소판응집률의 중앙값은 복합제 47%, 장용정 80.5%였다. 수치가 낮을수록 혈소판 응집이 더 억제된 것으로, 복합제에서 억제 작용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 결과가 장기 복용 시 심근경색 예방 효과의 차이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지만, 유효성분과 투여량이 명확한 아스피린조차 제형에 따라 흡수와 약리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약은 성분표에 적힌 대로 곧바로 혈액 속에 들어가지 않는다. 제제에서 방출되고, 녹고, 흡수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다면 여러 약재를 함께 달이는 한약은 어떨까. 처방전의 약재 이름과 중량이 같으면, 환자의 몸에 들어가는 성분과 양도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약은 효과가 있고 안전해야 하며,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한약의 품질도 세 가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어떤 약재를 쓰는지, 그 안에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가공하고 조제해 복용하는지다.


약재의 기원: 어떤 약재를 쓰는가


약재의 품질을 살필 때 먼저 확인할 것은 처방에서 의도한 기원종과 약용부위다. 당귀가 좋은 예다. 참당귀와 중국당귀는 단순히 한국산과 중국산의 차이가 아니다. 참당귀는 Angelica gigas, 중국당귀는 Angelica sinensis로, 식물의 종부터 다르고 성분 조성도 다르다. ‘어느 나라 당귀가 더 좋은가’를 묻기 전에 ‘어떤 당귀를 쓰려는가’를 먼저 정해야 한다.


같은 식물이라도 사용하는 부위가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마황의 지상부는 땀을 내는 데, 뿌리인 마황근은 땀을 멎게 하는 데 사용해 왔다. 청피와 진피처럼 열매의 성숙도에 따라 약재를 구별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같은 약재에 성분이 많고 적은 차이를 넘어, 서로 다른 약재로 구별해 사용하는 문제다. 산지와 등급을 따지는 것은 그다음이다. 좋은 약재를 고르는 일은 처방하려는 약재가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하는 데서 시작한다.

 

김호철 교수님2.png
AI 생성 이미지

 


성분과 함량이 많다고 다가 아니다


같은 약재라도 산지와 재배 조건, 채취 시기와 생육 연수에 따라 성분의 조성과 함량이 달라진다. 약효에 기여하는 성분이라면 그 함량은 중요하다. 같은 중량을 처방해도 들어 있는 유효성분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성분이 많다는 말을 할 때는, 무엇이 많은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품질검사에 쓰는 지표성분이 반드시 약효를 나타내는 성분은 아니다. 약재를 확인하거나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측정하는 성분도 있다. 유럽의 생약 지침도 치료 작용에 기여하는 표지성분과 분석 목적으로 사용하는 지표성분을 구별한다. 따라서 지표성분의 함량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약효가 더 좋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유효성분이라도 함량과 약효가 늘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그 성분의 함량이 1%인 약재와 2%인 약재를 각각 10g씩 쓰면, 투입량은 100mg과 200mg이다. 그러나 약효까지 두 배가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 얼마나 추출되고 흡수되는지, 그 양에서 치료 효과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살펴야 한다.


규격에 맞는 원료를 쓰는 것은 기본이다. 다만 함량의 하한을 정한 규격에서는 기준을 통과한 약재끼리도 성분량이 달라질 수 있다. 둘 다 규격품이라는 뜻이지, 같은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는 뜻은 아니다. 약의 품질을 관리한다는 것은 성분이 많은 원료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치료에 필요한 성분과 함량을 파악해 그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이다.


약재는 꼼꼼히 고르면서, 조제에는 얼마나 신경 쓰는가


내가 특히 짚고 싶은 것은 조제와 제형에 대한 관심이다. 한의사들과 이야기하면서 느끼는 것은, 산지와 등급에는 관심이 많지만 그 약재를 어떻게 가공하고 달여서 복용하게 할 것인지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점이다. 그러나 같은 약재를 같은 양으로 써도 조제 방법에 따라 환자가 복용하는 성분과 양은 달라진다.


부자는 가공이 안전성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아코니틴과 같은 독성이 강한 성분은 가열하는 동안 가수분해되어 벤조일아코닌 등 상대적으로 독성이 낮은 성분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어떤 포제품을 쓰는지, 사용량과 전탕 조건이 적절한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좋은 산지에서 난 부자라는 사실이 적절한 포제와 전탕을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대황은 달이는 방법과 사하작용의 관계를 보여준다. 사하작용에 기여하는 센노사이드 A는 전탕 중 추출되지만 가열에 의해 분해될 수도 있다. 한 실험에서는 센노사이드 A의 추출량이 최대가 되는 시간이 대황 분말은 10분, 절편은 40분으로 달랐으며, 사하활성도 그 함량에 비례했다. 이 연구의 조건에서 얻은 결과지만, 무조건 짧게 달이거나 오래 달이는 것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대황 몇 g을 넣었는지 만큼, 어떤 크기로 썰어 얼마나 달였는지도 중요하다.


박하와 강황도 같은 문제를 보여준다. 은교산 연구에서는 전탕 온도와 시간에 따라 박하의 멘톨 추출량이 달라졌다. 강황의 커큐미노이드는 물과 에탄올의 비율에 따라 추출량에 큰 차이가 났다. 원료에 들어 있는 성분이 조제한 약에 그대로 옮겨지는 것은 아니다.


탕·산·환의 선택도 중요하다. 물로 달여 찌꺼기를 버리는 것과 약재를 분말로 만들어 복용하는 것은 먹게 되는 성분의 구성이 다르다. 같은 약재를 같은 중량으로 처방해도 제형에 따라 실제 복용하는 성분과 양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제형은 복용의 편의와 함께 치료 목적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성분량의 차이가 모두 치료 효과의 차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제 방법이 최종 약의 성분과 양을 바꾼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약재의 차이에는 민감하면서 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차이는 놓치고 있지 않은가. 좋은 약재를 고르는 꼼꼼함이 포제와 전탕, 제형의 선택까지 이어져야 한다.


좋은 약재에 대한 관심이 좋은 약으로 이어지려면


좋은 약재를 고르는 데 들이는 노력이 좋은 약으로 이어지려면, 조제 방법에 대한 연구와 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어떤 약재를 얼마나 달이고, 언제 넣으며, 어떤 제형으로 복용하는 것이 치료 목적에 적합한지 근거를 쌓아야 한다. 전통적으로 전해 온 조제법도 그 의미를 과학적으로 살펴, 한의사가 처방하고 조제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는 한의사의 약에 대한 관심이 약재를 고르는 단계에서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산지를 묻는 꼼꼼함으로 포제와 전탕 조건을 묻고, 성분 함량을 따지는 만큼 환자의 몸에 무엇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살폈으면 한다. 이러한 관심과 연구가 쌓여, 좋은 약재를 고르는 일부터 환자가 복용하는 약의 품질까지 뒷받침하는 제도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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