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 위주 첩약급여, 진단권 있는 한의사에게 절대 유리
“다양한 질환 볼 수 있는 환경 조성되면 한의원 문턱 낮출 것”
강원지부, 지부 회원 대상 정책설명회 개최
[한의신문=최성훈 기자] 강원도한의사회(회장 오명균, 이하 강원지부)가 지난 8일 강원지부 회관에서 전국 시·도지부로는 처음으로 지부 내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 정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책설명회 발표를 맡은 문현철 강원지부 보험정책 부회장은 “한의계를 위해서 받아들여야하는 정책인지 반대해야할 정책인지 회원들의 이해를 돕고자 이 자리에 섰다”면서 “중앙회가 제제분업에 대한 논의는 중단하고 첩약 급여 시범사업에 대해 주로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먼저 문현철 부회장은 전체 건강보험 시장과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한의약이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을 소개하며, 첩약 급여화의 당위성을 밝혔다.
그는 “전체 건보 재정에서 한의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3.5%에 불과하지만, 자동차보험 외래의 경우 한의 점유율은 68%를 차지하고 있다”며 “보장성만 강화된다면 한의원도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과, 부인과, 소아과, 피부과 영역에서 한의학은 경쟁력이 있음에도 현재 한의원의 다빈도 상병 90%는 근골격계 통증 질환”이라며 “지금 어떤 변화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결국 한의학은 뿌리 채 말라죽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부회장은 최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논의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몇 가지 쟁점에 대해 그의 견해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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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철 강원도한의사회 보험정책 부회장.[/caption]
한약조제약사·한약사도 시범사업에 참여한다?
그는 한약조제약사와 한약사 역시 일정부분 첩약에 지분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문 부회장은 “1993년 한약분쟁을 통해 (이들의 권한은)법적으로 인정된 부분이다. 한의약에 대한 어떠한 정책을 펼치더라도 한약조제약사와 한약사를 빼놓고 갈순 없다”고 피력했다.
다만 상병 위주의 첩약급여가 된다면 의료인이 아닌 이들에겐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진단권이 없기 때문에 수가에서 진단과 관련된 부분은 제외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부회장은 “그럼에도 한의계는 한약조제약사와 한약사가 첩약급여에 끼어든다고 하니 걱정을 하고 있다. 지금도 한약국과 일부 약국에서 첩약을 취급하고 있지만 이들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대략 3.5~5% 내외에 그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한약조제약사와 한약사가 100처방에 한해 첩약을 조제를 하더라도 진단을 경쟁력 삼아 한의사가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첩약 15만원은 연구 결과로 제시된 수가
첩약수가의 산출 근거에 대해서도 그는 중앙회의 일방적 주장이 아닌 첩약 급여화 방안연구에 따라 제시된 결과라고 밝혔다.
문 부회장은 “건강보험에선 약가마진이 인정되지 않고 있고, 양방도 진찰료 제한이 있는데 일부 회원들은 어떻게 첩약에 관행수가를 중앙회가 받아오겠냐고 의문들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처방료 몇 천원, 잘해봐야 몇 만원 받고 결국 비급여 첩약은 다 망하는 거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첩약수가는 최소 17~18만원의 관행수가를 인정해야 한다는 게 첩약급여화 방안 연구 결과에서의 기본입장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이에 대해 문 부회장은 “회원들의 의문이 증폭되니 최소한 자보첩약수준의 15만원 이상은 무조건 관철시키겠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이라며 “이쯤 되면 첩약수가 15만원 못 믿겠으니 물러나라가 아닌 관행수가 수준으로 올려줄 것을 회원들이 독려하고 채찍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내탕전은 고사·처방내역은 다 공개?
문 부회장은 원내탕전은 다 고사될 것이란 우려에 대해 “첩약의 기본은 한의사가 직접 진단·처방해서 약재별 수치와 법제, 가감을 거쳐 조제와 탕전에 이르기까지 직접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원외탕전의 시설과 인력을 빌려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는 직접이라는 과정이 생략되기에 원외탕전은 원내탕전보다 더 엄격한 관리와 책임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문 부회장은 “원내탕전도 어느 정도 표준화를 위한 룰이 제시될 것이지만 원외탕전은 그보다 더 엄격한 기준과 통제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방내역 공개로 인한 환자 자가조제와 관련해서도 국민의 알권리 보호차원에서 일정부분만을 공개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문 부회장은 “이번 상병위주 첩약급여에는 상병군에 따른 다양한 처방들이 제공될 수 있으므로 그 처방내역을 일정부분 공개해야하는 부담이 실제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첩약급여와 상관없이 과거에도 지금도 한의원에서 처방되는 모든 첩약에 대해 조제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구해왔고, 현재도 그 요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도 환자가 요구하면 처방을 공개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문 부회장은 처방명의 일정부분 공개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문 부회장은 “양방에서 첩약을 흔히 공격하듯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는 시커먼 물에 불과하다는 오명을 씻어 버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는 한의사들도 양보해야할 사안”이라고 제시했다.
다만 식약공용 한약재가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의사 개개인의 방제 가감의 노하우가 개입된 처방 하나 하나가 고유한 성격을 갖는 만큼, 일정 부분만을 공개하는 것으로 중앙회가 협의를 잘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안 나오기 전까지 논의 중단해선 안 돼
현재 상병 위주 첩약급여시범사업은 지난 2012년과는 다른 경로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건정심 통과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논의가 중단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부회장은 “2012년 첩약바우처 사업은 의협의 불참과 타 단체의 동의로 연간 2000억원의 예산까지 확보하며 건정심을 통과한 바 있다”면서 “하지만 한의협의 내부 반대의견으로 결국 중단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재 추진하는 상병 위주 첩약급여시범사업은 약사회가 결사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은 지금 아예 협의체에 참여도 하지 말고 중단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회원들이 ‘예산 더 확보해 와라’, ‘첩약수가 더 높게 받아와라’, ‘시범사업 규모 더 크게 늘려 와라’라는 식으로 협회를 떠밀어야 하는 판”이라며 “정말 논의도 해볼 가치가 없는 첩약급여시범사업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상병 위주 첩약급여사업에 대해 “현재 근골격계 통증질환에 치우쳐있는 다빈도 상병을 벗어나 양방의 여러 진료과목과 경쟁할 수 있는 상병군을 채택할 수 있다. 단순히 보험진입으로 인해 한의원의 문턱을 낮아지게 하는 효과 뿐 아니라 첩약이 다양한 질환에 대해 양방보다 더 좋은 효과가 있다는 점을 어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의 돈으로 국가가 홍보해서 국민들에게 알리고, 인식을 개선시킬 수 있는 최고의 홍보수단이 될 것이다. 정부와 언론이 나서 첩약급여 소식을 홍보해주고 환자는 첩약의 유효성과 만족도를 인정하게 된다면, 첩약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해 이보다 더 효율적인 이미지개선 홍보사업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