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간의 팽팽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어 제대로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외국 의사들을 국내 진료에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 내지 내달부터 미국, 유럽, 아시아, 남미 등 전 세계 어디서든 일정한 수준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것이 인정되면 국내 의료기관에서 합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8일 국내 진료 현장에 외국 의사가 진출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가운데 5월 20일까지 국민참여입법센터(http://opinion.lawmaking.go.kr)를 통해 관련 의견을 수렴 중이다.
입법예고는 국회나 정부가 법을 만들거나 바꾸기 전 새로운 법안 내용을 미리 국민들에게 공지하는 것으로, 입법예고 기간에 이견이 제출되지 않으면 예고한 대로 법은 개정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규칙의 개정 이유를 보건의료 재난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 부족으로 인한 의료공백 대응을 위해 외국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가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개정 내용은 외국 의료인 면허를 가진 자가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업무를 추가했다(제18조).
특히 보건의료와 관련하여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8조 제2항에 따른 심각 단계의 위기경보가 발령된 경우로서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료 지원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는 의사집단행동에 따른 보건의료재난 위기상황의 ‘심각’ 단계가 장기화되고 있고, 이로 인해 국민에게 실질적인 위해가 발생됨에 따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체수단 마련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보상체계 강화 등과 함께 우선적인 제도 보완 조치의 일환으로서 외국 의료인의 국내 의료행위 승인을 확대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외국 의사의 경우에도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절한 진료역량을 갖춘 경우에 승인할 계획이며, 제한된 기간 내 정해진 의료기관(수련병원 등)에서 국내 전문의의 지도 아래 사전 승인받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외국 의대 졸업자 혹은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가 한국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서는 기본적으로 복지부가 인정하는 의대를 졸업해야 한다. 그다음 외국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예비시험을 통과한 이후 한국 의사 면허 국가고시에 응시해 합격해야만 한국에서 의사 활동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지만 국내 의료위기 상황에 따라 이 같은 문턱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국내에서 외국 의사가 활동할 수 있는 범위로는 △외국과의 교육 또는 기술협력에 따른 교환교수의 업무 △교육연구 사업을 위한 업무 △국제의료봉사단의 의료봉사 업무에 한해서 승인해주고 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이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의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외국 의대 졸업 후 우리나라의 의사 국시를 치룰 수 있는 곳은 모두 38개국에 걸쳐 159개 의과대학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38개국은 그레나다, 니카라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대만, 도미니카, 독일, 러시아, 르완다, 몽골, 미국, 미얀마, 볼리비아, 벨라루스, 브라질, 스위스, 스페인,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에디오피아, 영국, 오스트리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일본, 체코, 캐나다, 카자흐스탄, 키르키스스탄, 파라과이, 폴란드, 프랑스, 필리핀, 헝가리, 호주 등이다.
또한 신현영 의원이 10일 발표한 ‘외국의대 의사국가고시 예비시험 통과 현황’및‘외국 의과대학 졸업자 국내 의사국가고시 응시 및 합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외국의대 출신이 국내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한 인원은 288명이었고, 이중 215명이 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