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과거 한국 전통차인 야생녹차에 대한 입문기와 정보를 다룬 ‘차의 귀향’을 읽고 저자의 자연주의에 감명받아 녹차를 마시기 시작했으며 느낀 점을 한의신문에 기고했던 적이 있다.
이번에는 야생녹차에 기반한 수양다도 위주의 진정한 차문화를 되살리자고 외치는 다서(茶書) 두 권, ‘차의 귀향, 그 후 20년’(최성민 저)과 ‘녹차, 다산에게 묻다’(최성민·김은정 저)가 출간돼 다시 한번 글을 적어본다.
◇차의 본질 탐구 필요
저자인 최성민은 일찍이 한겨레신문에서 ‘자연주의 여행’을 취재했다. 이 과정을 통해 무위자연의 진수를 사람의 몸과 마음에 전이시켜 주는 자연물이 차(茶)임을 깊이 인식하고 순수 야생차 원료를 얻기 위해 20년 동안 전남 곡성 야산에 ‘산절로야생다원’을 조성해 전무후무할 100% 순수 야생차숲을 조성한 이야기를 ‘차의 귀향, 그 후 20년’에 담았다.
이 책에는 저자가 전통 차문화 복원 운동의 일환으로 직접 야산에 차 씨를 심고 야생 다원을 일구면서 겪은 우여곡절들이 나와 있다.
‘녹차, 다산에게 묻다’는 녹차가 왜 중요한가에 대한 해답과 조선의 대학자 다산이 녹차 제다 일관의 독창적 제다법을 창안해 낸 내력과 다산차와 초의차를 비교하고 있다. 또한 근래 한극 차문화가 쇠퇴하게 된 근본 원인으로 차의 본질 탐구보다는 이벤트기획 위주로 차상업주의에 편승하는 반지성적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 등을 실었다. 공동저자인 김은정은 KBS 제1FM 국악 전문 프로듀서를 역임했으며, 은퇴 후 야생차 제다와 한국 수양다도 음악연구 및 강의를 하고 있다.
차는 선사시대 신농씨가 발견한 이래 음다법과 더불어 식용(煮茶法)-약용(煎茶法)-수양음료(點茶, 泡茶)의 과정을 거치며 정체성을 다듬어 왔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에서 차는 기호음료 반열으로 추락해 명운이 다해가고 있다.
차문화의 원조 중국에서는 아직도 녹차가 차 소비의 60% 이상이고 녹차를 기반으로 한 다도(일본 다도)가 국민의 일상생활 전범(典範)으로 작동하는 일본에서도 차의 주류는 녹차이다.
◇한국 차의 현 상황은?
그러나 커피식민주의-보이차사대주의 시장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는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에서 녹차가 기호음료화 돼 맥을 못 추고 있는 이유는 한국 차학계, 차문화계, 차인들이 차의 성분과 효능, 그리고 차 특유의 문화 양태인 수양론적 다도에 대해 관념적으로만 외치고 있을 뿐 깊이 있는 공부나 실증적인 인식과 이해를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당대(唐代)에 차와 차문화에 대한 이론이 확립되고 ‘다도’ 개념이 발아되면서 차가 수양음료로 인식됐고, 명말 청초에 녹차 제다과정에서 변칙적으로 오룡차와 같은 산화 발효차가 발생하면서 차가 기호음료화되는 경향을 띠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통해 중국차는 향·색·맛 등의 기호성에 따른 기호음료 및 수양음료 원조로서의 지위를 함께 누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차 도입기부터 약용으로 음용됐고, 센리큐에 의한 ‘일본 다도’ 확립이 더해져서 심신건강 수양음료의 지위를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과 일본의 차문화 융성 기반에는 녹차의 차별적인 성분과 뛰어난 효능에 대한 이해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 전통차인 녹차가 쇠망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은 차의 본질에 대한 한국 차계의 무지와 맹목적인 차상업주의 편승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아는 한국의 전통차는 ‘초의차’, 한국 전통제다법은 ‘초의제다법’이다. 오늘날 한국 전통차, 특히 녹차가 쇠망에 이르렀다면 이것은 바로 한국 전통차라는 초의차의 문제일 수도 있다. 초의차를 만드는 초의제다법은 초의가 ‘동다송’에서 밝혔듯이 ‘다록’에 있는 명나라 덖음제다법을 옮겨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덖음제다법은 명 태조 주원장이 당시 왕실공납차인 ‘용단승설’의 까다로운 제다법이 끼치는 민폐를 해소하고자 손쉬운 제다법으로 장려한 것으로 좋은 녹차를 만드는 최선의 제다법이 아니다.
◇야생녹차와 다산의 구증구포 단차 제다·삼증삼쇄 연고녹차 제다의 만남
신농씨 시절부터 녹차가 차로써 인식되고 최근 ‘세계 10대 장수식품’ 자리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일본에서 단순한 기호음료가 아닌 심신건강 수양음료로써 확고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녹차의 성분과 효능, 녹차의 차별적 정체성을 온존시켜주는 제다법 때문이다. 차에는 3대 성분 카테킨-테아닌-카페인이 있다. 카테킨은 항산화작용이 있으며, 테아닌은 뇌파를 베타파(외부 자극반응파)에서 알파파(명상파)로 변환해 심신을 진정시키는 기능이 있고, 카페인은 테아닌에 의해 안정된 뇌파의 상태에서도 각성효과를 준다. 즉 차 한잔으로 차분한 마음과 명료한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카테킨-테아닌-카페인 조합은 심신의 활성화와 명료화, 동양사상 수양론에서 말하는 ‘적적성성(寂寂猩猩)’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움을 준다. 이런 심신상태에서 나와 우리는 천도와 인도의 진리를 깨닫고 실천함으로써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조화롭고 아름다운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
의학적으로도 인체는 생명 활동을 하는 한 산화물질이 자연스럽게 발생하지만, 바이러스·질병 등 특정 원인에서는 폭증하게 되고,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지속되면 만성질병의 원인으로 치닫게 된다.
물론 문제가 되더라도 한약 치료를 통해 해결하면 되지만 평소에 항산화음료(야생녹차·국산생강차·코페아아라비카 커피 등)로 매일 대응을 해준다면 더 좋다. 특히 그중 야생녹차는 항산화로 몸을 명상과 호흡을 함께 해 정신수양을 하는 일거양득의 한의약 음료다.
야생녹차와 다산 정약용의 구증구포(九蒸九曝) 단차(團茶) 제다와 삼증삼쇄(三蒸三曬) 연고녹차(硏膏綠茶) 제다의 만남은 카테킨 산화요소의 작동을 정지시켜(殺靑) 카테킨을 보호한다. 오룡차와 보이차처럼 카테킨 산화 유실은 물론 단백질 성분인 테아닌이 미생물 발효에 의해 유실됨이 없고, 한국식 덖음제다법처럼 섭씨 300~400도의 고온에 찻잎을 넣기 때문에 비등점 157도인 녹향의 유실을 막아 몸에 좋고 향도 좋은 가장 이상적인 차가 된다.
마지막으로 구권 한 권과 신권 두 권을 읽고 저자의 초심을 한번 복기하면. ‘웰빙을 외치도록’ 병이 축적된 까닭은 지나친 인위에 있고 그 병의 치료는 단연 무위의 자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절로야생다원이 다 이루어진 오늘날 내가 바라는 힐링의 명약은 야생다원의 모습과 ‘순수야생차 산절로’의 차향에 담겨있다고 자부한다. 그 과정과 현장에서 체득하게 된 차에 도(道)라는 말이 붙게 된 많은 이야기를 싣고자 했다.
위 초심은 AI 시대를 살고 있는 한의사에게 자연주의와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또 한 번 깊은 감명을 주며 차인인 저자들이 향후 어떤 경험과 글을 작성 기대하면서 녹향 진한 따듯한 야생녹차를 한잔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