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蔡仁植 先生(1908〜1990)은 동양철학 연구를 한의학에 접목시킨 위대한 현대의 儒醫이며, 한의학 교육자다. 어려서부터 四書三經을 배우고 동양학문 전체를 섭렵하면서 天文, 地理, 醫藥, 卜筮, 兵農律曆을 연구하게 됐다. 특히, 동양철학은 청주의 박성암 선생에게서 배웠다. 24세가 되던 해에 한의학의 연구를 시작해 『素問』, 『靈樞』, 『醫學入門』, 『東醫寶鑑』, 金元四大家 醫說 등을 순서대로 공부하면서 의학적 견해를 쌓아나갔다. 해방 이후에 대전에서 개업을 한 후 다시 서울에 올라와 활동하면서 동양의학대학 강사, 부교수, 한의학과장, 부속병원원장 등을 역임했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이후로는 교수로 학생을 지도했다.
1969년에 채인식 교수는 대한한의학회지 제6권 1호에 「한국의학의 연구 발전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이 논문에서 한의학의 연구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한의학의 기초지식을 토대로 연구해야 한다는 입장 ㈏고전적 한의학을 현대적 술어로 번역해 연구해야 한다는 입장 ㈐한의학의 논리에 대해 회의적 태도로 현대의학의 논리가 제일의 방안이라고 주장하는 입장 ㈑삼사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온 고대의학은 미신이고 오직 사상의학만이 한국의학이라 주장하는 입장 ㈒한의학의 생리나 병리가 현대과학의 안목에서 긍정받지 못하니 한 개의 증후 위주인 치료의학으로 인정하여 황한의학의 연구방향을 위주하는 입장 ㈓한의학은 음양오행의 원리를 근간으로 하여 동양철학의 사유개념이 내포되었기 때문에 단순한 과학관으로만 연구할 수 없다는 입장 ㈔음양오행생극의 논법은 점술가의 말이므로 이런 논법을 배제하고서야 연구발전할 수 있다는 입장 ㈕오운육기의 논법이 한의학의 원리라 인정하는 입장 등으로 각종 견해를 정리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과학화와 현대화의 맥락에서 痰飮의 연구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벌써 오랜 세월을 두고 과학화 현대화를 제창하여 오늘에 의학연구방향에서 이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해왔으나 과학화나 현대화할 자료의 정리작업에는 10년 전이나 금일이나 뚜렷한 발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감을 느끼고 있다. 한 예를 들어 말하자면 십병 중에 아홉가지가 담의 관계란 말이 있다.
이 담이란 것의 생성 과정 및 병증의 변화과정에 대하여 한의학적인 근본논리를 정리해 그 정리된 자료를 가지고 과학의 방법 및 현대화의 방법을 주입하여 성공을 하든 못하든 연부방법을 추진해야만 될 줄 생각된다.
첫째, 한의학에서 말하는 담을 예로 들더라도 한의학적 논리체계를 세우는 기초작업이 소홀했기 때문에 즉 담에 언급된 고서의 한구절이나 또 두셋 낱말을 적기해 놓고 현대의 사고 개념 및 자기 나름 생각한 바로 가정하여 도대체 담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도저히 분간할 수 없게 나열하고 치방만을 열거하여 배치해 놓았다 하면 그것은 과학화하는 방법도 아니요 현대화의 작업도 못되는 동시에 한의학을 하는 데에 피상적인 영향을 줄지 모르나 그 내면의 진면목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생각되기도 한다. 본인은 과학화나 현대화를 하루 속히 이룩하자면 먼저 한국의학의 논리체계를 정리해야 하고 그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옛 서적의 내용으로 정리해야 한다. 옛 서적을 정리하는 방법은 엄격한 분류 방식을 정해야 하고 그 분류된 부분은 능숙한 지식을 가진 자가 알기 쉽게 번역하여 공동의 광장에서 무자비한 비판을 거쳐 그 자료를 가지고 과학화하는 방법 또는 현대화하는 방법으로 추진시켜야 된다고 주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