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한결)로부터 의료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분쟁의 원인과 효과적인 대응책을 살펴본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경찰서나 검찰청, 법원을 안 가보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피해자, 가해자, 참고인(목격자)으로서 원고, 피고, 증인 신분으로 경찰·검찰·법원에 출석하게 될 수 있다. 갑자기 출석요구서가 집과 직장으로 오거나 출석 관련 전화가 오는 경우 당황스럽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출석해야 하는가 싶다. 거기에 더해 갑자기 집, 사무실에 압수수색이 나오고 해외로 출국하려다 출국 정지로 제지당하는 경우도 있다. 알게 모르게 계좌와 휴대전화 내역이 추적당하기도 한다.
필자의 업무 중에는 “경찰, 검찰청에서 조사 관련 출석 요청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문의가 가장 많다. 이럴 경우 필자는 먼저 출석 요청을 받는 사람의 신분이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 수사관에게 확인하라고 한다. 참고인이면 굳이 수사관서에 출석해 조사받을 필요가 없다. 참고인은 수사에 협조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수사 관행상 수사 협조를 받아야 할 참고인까지 경찰·검찰 관서에 출석 조사를 받으라고 한다. 거기에 더해 수사관이 원하는 시간에 나와서 조사받으라고 한다. 조사받는 이유도 조사받는 시간도 잘 알려주지 않는다.
필자의 경우 고소·고발을 제기 받는 사람인 경우 먼저 경찰관서에 정보공개청구부터 하라고 한다. 내가 어떤 이유로 왜 조사받는지를 알고 조사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다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고소·고발장의 기재 내용에 대한 소명서를 작성해 출석 조사 전 보내라고 한다. 이후 출석기일은 내가 조사받고자 편한 시간을 몇 개 주고 수사관과 협의해 정하라고 한다. 아울러 변호사 참여하에 조사받고 싶고, 조사 일정은 변호사와 협의해 변호사가 연락하겠다고 말하라고 일러준다.
대개 조사를 받는 사람은 을이고 수사관이 갑인지라 자칫 수사관이 요청하는 날짜와 시간에 오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수사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수사관이 요청하는 시간에 응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생계에 바쁜 서민들은 평일에는 사업과 직장에 다녀야 하고 주말에만 시간이 나는 경우가 많다. 저녁에는 자녀 문제로 집에 가야 하고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도 있다. 사업상, 직장 문제로 조사기일과 시간을 조정할 수도 있고 이것은 피의자, 참고인의 권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경우에는 수사관 일방적으로 조사기일이 지정되기도 한다. 조사를 받고 그다음 날 오전에 또 출석 조사받으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조사 시 내가 한 말이 제대로 조서에 기재되지 않거나 수사관과 조사 중 나눈 대화 내용이 조서에 기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조사받는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도 조사관이 묻지 않아 제대로 변소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필자는 조사 후 조사받은 조서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해 사본을 받은 후 잘못 기재된 내용, 보충할 사항에 대해 자술 의견서를 작성·제출하라고 한다.
한편 경찰, 검찰, 법원 출석 조사를 이유로 보이스피싱 문자메시지를 보내 속아서 금전을 편취당하는 경우도 있다. 조사 관련 조사를 받은 경찰, 검사의 실명과 연락처를 조사받은 사람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수사 기밀을 이유로 잘 알려주지 않을뿐더러 수사 진행 상황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수사를 받는 사람은 알권리가 있다. 피해자인 경우 피해자로서 신변보호조치 등 알권리, 피의자로서 변호사 참여하에 조사받을 권리, 건강을 위해 조사 시간을 조정할 권리가 있다. 더불어 수사관이 공정성을 의심받을 때 수사관 기피신청을 할 수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수사 과정에서 입증책임을 조사받는 사람에게 떠넘긴다든지 ‘죄가 되지 않는다면 왜 변호인을 선임했느냐?’, ‘구속될 수 있다’는 등의 선입견을 품은 수사관이다.
그 말 한마디에 자살을 하거나 우울증,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