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학술이사
이번호에서는 외이도염으로 귀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와 치료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귀가 아프다고 하면서 환자가 오면 몇 가지 질환을 머릿 속에 떠올리게 된다. 귀 자체의 질환인 중이염이나 외이도염이 가장 흔하지만, 연관이통을 가져오는 인후두, 구강 질환도 고려해야 하고, 또한 음향자극이나 스트레스에 의한 통증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문진과 시진을 통해 하나씩 배제해 나가면서 접근해야 한다.
중이강으로 도달하기 전 3cm 내외의 외이도는 피부로 되어 있는 부분이다. 다만 외이공 쪽에 가까운 연골부 피부는 이모와 한선, 땀샘 등이 있는 피부이고 고막 쪽으로 가까운 골부 피부는 이모나 한선, 땀샘이 없는 차이점이 있으며, 특히 골부쪽은 피부가 상당히 얇아 자극에 민감하다.
한번 자극을 받은 상태에서 음주, 흡연을 하거나 반복적으로 물이 들어가면 가려워 면봉으로 자주 긁게 되면서 초기에 금방 나을 수 있는 상황이 만성으로 진행하기 쉽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곰팡이 감염도 올 수 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귀이개나 면봉, 가는 옷핀 등으로 잘못 자극하는 경우 심한 염증이 발생하는 모습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또 한번 발생한 상처에 반복적인 자극을 가해 정말 오랜 기간 진행하는 만성 외이도염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1월24일 50세 여자환자가 약 한달 가량 지속되는 귀 통증으로 내원했다.
이 환자는 면봉으로 귀지를 파다가 너무 깊숙하게 집어넣은 뒤로 증상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후 타 이비인후과에서 고막수포와 중이염이 발생했다는 소견을 들었고, 약을 받아 초기 일주일 정도 복용해 처음의 통증보다는 절반 정도 줄어들어 있지만 여전히 귀 안쪽과 주변으로 통증이 반 이상 남아있고 특히 말을 하거나 남의 말을 들어야 할 일이 많은 직업이라 귀에 느껴지는 불편감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환자의 귀 상태를 보니 초기에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고막 수포는 소실되었지만, 상처가 났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자리로 반복적으로 아직도 진물이 나서 이 진물이 외이도를 따라 넓고 두터운 가피를 만들고 있었다.
이 상황이 바깥으로 보이는 피부라면 사실 특별한 치료가 없이도 자연스럽게 나을 수 있을 텐데, 한 쪽이 막혀 있고 좁은 외이도인 데다가 상처에 민감한 고막륜 근처의 골부 피부라 오래가는 것으로 보였다. 잘못하면 위의 환자처럼 만성으로 진행하기 쉬운 상태였다.
국소 외이도염의 치료를 위해 필요한 두 축은 치료와 관리다.
외이도염의 치료에 준해 만형자산을 처방했고, 솔곡 위주의 혈자리에 사혈을 더한 부항 치료와 침 치료를 실시했다. 외이도에 직접적인 세척도 필요한 것으로 판단돼 환부 귀가 올라오도록 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외이공을 통해 소염약침액을 흘려 넣어주고 10분간 유지한 뒤 석션기로 제거했다. 이후 IR로 외이공 주위를 조사해 외이도가 잘 마를 수 있도록 한 후 치료를 정리했다.
외이도염의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귀 안쪽으로 습도와 온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귀 안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한 주의를 기울일 것과 혹시 치료 기간 중 음주를 하지 않도록 설명했다.
다음날 환자는 밤 사이 통증이 훨씬 줄었다고는 했지만 귀를 확인해보니 진물가피가 세척이 된 부위로 여전히 상피가 벗겨진 부위와 진물이 계속 나오는 자리가 보였다.
이후 동일한 반복적인 치료를 통해 벗겨진 상처 부위는 빠르게 복구가 되었고 진물이 흐르던 자리도 마르고 있었다.
치료를 시작한지 일주일이 된 1월31일 국소 부위만 남고 주변은 모두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환자가 느끼는 자각적인 통증은 거의 없어지고 하루종일 많이 바쁘고 피곤했던 하루만 통증이 2점 정도로 느껴졌었다고 했다.
사실 환자는 병변 초기 일주일간 항생제를 복용한 것으로 속쓰림과 소화불량이 심해 아직 귀 통증이 남아있지만 다시 항생제를 복용하라는 의견에 망설이던 중이였다. 한방병원에서 외이도염을 잘 봐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어 일단 치료가능성만 물어보러 왔다가 치료를 시작하게 됐다.
외이도라는 특성상 육안으로 보기가 어려운 점 외에는 치료는 일반 피부 염증치료와 동일해 한의치료가 만성으로 진행하기 쉬운 외이도염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임상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