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정부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해소하기 위한 단기대책을 내놨다.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중 중증환자 비율 등을 강화하면서 중증진료에 대한 수가 보상은 높이고 경증진료 수가 보상은 낮추며 1차 의료기관 의사가 판단해 적정 의료기관으로 직접 의뢰하도록 한다.
또 상급종합병원 이용 경증 외래환자의 본인부담률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실손보험 보장범위도 조정해 경증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 감소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 이하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환자 집중 해소를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마련, 4일 발표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복지부 노홍인 보건의료정책실장은 “ 상급종합병원 의료이용이 지난 10여년 간 꾸준히 증가해온 가운데 상급종합의 고유기능에 맞지 않는 외래‧경증진료가 여전한 실정이다. 또한 서울,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지방환자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과 수도권으로 환자가 집중될 경우 중증환자분들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적기에 충분히 진료받기 어렵고, 경증환자분들도 지속적인 관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의 경증환자의 집중문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대책은 의료기관의 종류별 기능에 맞게 역할을 정립하고 환자는 합리적으로 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자 마련됐다”고 했다.
이번 단기대책 추진방향은 아프면 먼저 ‘동네 병‧의원’에서 진찰을 받고, 의사가 의뢰하는 적정 의료기관에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확립해 나가는 것이다.
다만 의료제공 및 이용체계는 의료체계의 구조‧자원 등 전반적인 사항과 연계돼 있고 오랜 기간을 거쳐 형성된 국민의 의료이용 관행과도 관련이 있어 한 번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우선 상급종합병원의 기능에 맞지 않는 경증환자 진료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정책‧제도 등을 일부 개선‧보완하는 단기대책부터 마련해 추진하되 전반적인 의료 제공 및 이용체계 개편과 의료이용 문화 개선방안 등 중장기 대책은 추가적인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신속하게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단기대책 추진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상급종합병원이 스스로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하고, 경증환자 진료는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해 평가 및 수가 보상 체계를 개선한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중증환자가 입원환자의 최소 30% 이상(기존은 21%)이어야 하며 이보다 중증환자를 더 많이(최대 44%까지) 진료하는 병원은 평가점수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해, 중증환자 중심 진료 노력을 유도한다.
반대로 경증환자의 입원과 외래 진료비율은 낮춰 경증환자는 가급적 동네 병‧의원으로 되돌려 보내도록 하겠다는 것.
이는 제4기(’21~’23)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으로 적용될 예정이며 현 상급종합병원 42개소 중 30개소 이상이 현재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상급종합병원이 경증환자를 진료하면 불리하고 중증환자 진료시 유리하도록 수가 구조도 개선된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이 진료하는 환자의 중증·경증 여부에 관계없이 환자 수에 따라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지원받고 종별가산율(30%)도 동일하게 지급되고 있으나 앞으로는 경증 외래환자(100개 질환)에 대해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 경증(100개 질환)으로 확인된 환자(약제비 차등제 적용 환자)는 종별 가산율 적용을 배제(30%→0%)해 중증환자 진료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단, 이 경우 종별 가산율 변화로 환자의 본인부담금도 함께 줄어들지 않도록 본인부담률(현행 60%) 인상을 병행하며 경증환자에 대한 수가 보상을 줄이는 대신 중증환자에 대한 보상은 적정수준으로 조정한다.
중환자실 등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진료에 대해서는 적정 수가를 지급하고, 다학제 통합진료료 등 중증환자 심층진료 수가도 합리적으로 조정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특별히 중증환자 위주로 심층 진료를 시행하는 병원(상급·종합)에는 별도의 수가체계를 적용하는 시범사업도 시행, 해당 의료기관의 운영 구조 자체를 중증‧심층진료 위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의 명칭도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한다.
중증환자를 중점적으로 진료하는 병원임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병‧의원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꼭 필요한 환자들을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에 진료의뢰가 이뤄지도록 개선된다.
현재는 환자가 병·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 받아 본인이 직접 상급종합병원을 선택해 가는 구조로 의뢰 필요성이 낮은 경증환자도 상급종합병원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상황으로 앞으로는 동네 병·의원의 의사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때만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직접 진료를 연계해 주는 체계로 의뢰절차를 강화한다.
진료의뢰의 원칙을 의사가 적정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직접 의뢰하는 ‘의사 직접 진료의뢰’로 정하고 의뢰·회송시스템을 활용해 의사가 직접 의뢰한 경우에만 의뢰 수가를 적용하고 환자들도 불필요하게 의뢰서를 요구하지 않도록 상급종합병원이 의뢰서를 개별 제출하는 환자보다는 의뢰․회송시스템을 통해 다른 병‧의원에서 직접 진료 의뢰된 환자를 우선적으로 접수‧진료하도록 할 뿐 아니라 이에 대한 평가도 실시(의료질평가 등 보완)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환자들이 개별 제출하는 진료의뢰서는 폐지하거나,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아닌 환자 요구에 따른 의뢰에 대해서는 본인부담을 부과하는 등의 추가개선도 검토 중이다.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진료 집중을 해소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의뢰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다른 전문진료과목 의원으로 환자를 의뢰하는 ‘의원 간 의뢰’에 대해서도 의뢰수가를 시범 적용하고 아울러 서울․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진료 의뢰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서울·수도권으로 진료 의뢰를 하는 경우 의뢰수가를 차등지원한다.
상급종합병원에 내원한 경증 환자나 상태가 호전된 환자는 신속히 지역 병·의원으로 돌려보내도록 회송도 활성화시킨다.
현재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다시 이용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동네 병·의원으로 회송되는 것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은데 앞으로 환자가 회송된 후에도 적절한 후속진료가 가능하도록 상급종합병원 진료협력센터에서 사후관리토록 하고, 증상이 심해져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다시 필요해진 경우 신속히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환자의 의료이용에 대한 개선도 함께 유도한다.
우선 실손보험 등으로 인해 환자의 실 부담이 거의 없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실손보험 보장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을 관계부처(금융위)와 협의해 추진한다.
경증질환(100개 질환)을 가진 외래환자의 경우에는 상급종합병원 이용 본인부담률(현재 60%)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며 본인부담상한제에서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상급종합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경증환자에 대해서는 만성질환 관리나 비용 측면에서 지역 내 병·의원의 이용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점을 개별 안내하고 상급종합병원 이용 시 진료의뢰서가 없어도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예외 경로(응급, 분만, 치과, 장애인, 가정의학과, 해당기관 근무자, 혈우병환자)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
이와 더불어 환자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을 찾지 않고도 지역 내에서 충분하고 적정한 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의료 역량 및 신뢰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역에서 의료서비스를 충실히 제공할 수 있는 종합병원을 가칭 ‘지역우수병원’으로 시범 지정해 지역주민들이 신뢰하고 찾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육성해 나간다.
연구를 거쳐 지정‧운영 기준을 마련, 시범적으로 지정하고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집중 해소 성과 등에 따라 추후 제도화하면서 보상방안 등과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
특정 과목이나 질환에 대한 전문의료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문병원 지정‧평가제도도 내실화하고 지역 일차의료 기능 강화를 위해 일차의료기관 만성질환관리 사업 및 의원급 교육상담 시범사업 등도 지속 확대하는 한편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가 적절히 제공될 수 있도록 지역단위 필수의료협력 연계의 구심점으로 지역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한다.
이번 대책은 이달부터 준비에 들어가 조속히 시행을 하고, 건강보험수가 관련 사항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에 시행될 예정이다.
또 9월부터 의료계·수요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 의료기관 종류별·기능별 역할 재정립 방안, 의료자원 적정 관리방안, 환자의 자유로운 의료이용 선택 제한 필요성 등을 포함한 폭 넓은 논의를 시작해 중장기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20.6월)에 발표할 방침이다.
노홍인 실장은 “이번 대책으로 경증환자는 동네 병·의원을,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도록 여건을 개선하고 환자가 질환·상태에 따라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진료의뢰·회송 등 협력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되면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꼭 필요한 중증환자가 치료적기를 놓쳐 생명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벼운 질환이 있는 분들은 동네 병‧의원을 이용하는 등 국민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