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광 중
대구한의대 한방산업대학원장겸 한의과대학장
비료, 농약 등이 들어가지 않은 유기농산물 즉 자연산 농산물이 맛도 남다르고 건강에 좋으리라는 기대 속에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자연농산물이라는 것은 깊은 산에서 자연적으로 얻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재배과정에서 인위적인 처리가 최소화 된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우리 농촌의 많은 곳에서 친환경농업으로의 변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농촌변화는 과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자연 산을 좋아해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연산 농산물을 좋아하는 이유 중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자연산이 오염이 덜 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농업은 농산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농약을 많이 사용해 왔다. 자연농산물은 잔류농약이나 항생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편이 된다. 그러나 자연산을 좋아해야 할 진짜 중요한 이유는 자연산 농산물이 우리 몸의 건강을 이끌어 주는 역동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생적 역량을 인식의 기반으로 삼고 있는 동양문화권에서만 설정할 수 있는 생각이다. 동양의 인식차원에서 볼 때 자연성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동양과 서양은 자연산의 의미를 다르게 보고 있다.
서양은 자연산의 의미를 인위적인 처리가 최소화되어 오염되어 있지 않은 것에 둘 뿐 별도의 자체적인 역량을 설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오염되지 않은 것일 뿐 아니라 별도의 자체적인 역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설정한다. 개별적인 사물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서양의 개발주의적 한계의 인식과 함께 총체적인 입장을 가진 자생적 역량을 근저에 둔 동양의 자연주의가 오늘날 세계적으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세계가 동양에 기대하는 바이고 앞으로의 시대에 새롭게 자리잡을 영역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자연산의 가치도 새로운 시대의 움직임에 걸맞게 재음미할 필요가 있다. 요즘 자연산 채소라 하여 시들어 말라비틀어지고 일부는 벌레가 먹어 모양새가 나쁜 것까지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이런 농산물은 농약을 안 친 농산물이기는 하지만 진정한 땅힘도 받지 못하고 겨우 살아남은 농산물에 불과할 뿐이다. 진정한 자연산이란 그렇지 않다. 농약 없이도 당당하고 튼튼하고 제 모양새를 갖춘 농산물을 말한다. 제대로 된 자연산 농산물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남달리 땅힘이 튼튼하여야 하며, 땅힘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퇴비가 많아서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물에 걸맞은 생태 순환적 환경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인삼재배에 있어서 4년근, 6년근의 생산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생태 순환적 환경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느냐가 중요하다. 오랫동안 살아남으며 자란 산삼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근본적으로 우리의 농업을 다시 돌아볼 시대가 됐다. 과거 우리는 농가마다 가축 몇 마리씩을 키웠다. 이들 가축에서 나오는 퇴비로 논밭의 작물을 기르고 이것이 또 가축의 먹이가 되는 과정을 통해 자연생태순화적인 농촌의 살아있는 역동성을 유지하는 지혜를 갖고 있었다. 이제 이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우리 농촌이 서양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단순 안전성만을 강조하는 친환경농업으로는 WHO의 높은 파도를 넘지 못할 것이다. 우리 농촌이 나가야 할 바는 우리만이 갖고 있는 역량을 제대로 알고 역동성 있는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생산해 사회에 드러내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자연을 보존적 의미에서 관리할 때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하며 자연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이는 자연성이라는 것이 세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로 끌어안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