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인해 조화로운 삶이 무엇인지 깨우쳐…
“한의사로서 1차 의료 책임지며, 환자들의 해우소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
[한의신문=김태호 기자] 울산시 남구 신정동에서 임한제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임한제 원장은 진료가 끝나면 곧장 연습실로 달려간다. 자신의 몸통만한 색소폰을 들고 연주를 시작한 그의 모습에는 여유가 넘친다. 걸을 때 보였던 아픈 한쪽 다리는 그 무거운 색소폰을 들고 있을 때는 전혀 불편해보이지 않았다. 올해로 색소폰과 동고동락한지 4년, 가족 그리고 환자 다음으로 색소폰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음악을 하는 예술인 같다는 말에 그는 “간혹 한의원을 찾으시는 환자분들이 우연히 제 공연을 보고는 의외의 모습이라며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시곤 한다”며 “색소폰을 취미로 가진 이후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Q. 색소폰을 접하게 된 계기는?
남들과 비슷한 그리고 평범한 취미 하나를 가지고 싶었다. 내 버킷리스트에 평생 건강을 책임져줄 운동을 넣을지, 외국인과 자유자재로 소통할 수 있는 언어 정복하기를 넣을지 여러 고민을 하던 찰나 학창시절 합창동아리 활동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음악과 소리에 관심을 가졌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색소폰, 사람의 음색과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악기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망설임 없이 이 악기를 선택했다. 외관은 더욱 폼이 났다.
와이프는 키보드, 딸은 바이올린과 피아노, 아들은 드럼과 기타를 그리고 나는 색소폰을 연주한다. 악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어 기뻤고, 이제는 취미로 자리잡은 색소폰 연주로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 행복하다.
Q.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현재 당나발색소폰밴드를 결성해 각종 대회 출전, 연주회 참여, 초청공연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BRIO Flute & Saxophone 앙상블과 삼산색소폰동호회에도 소속돼 있다. 좋은 선생님들을 초청해 레슨도 열심히 받고, 앞으로 열릴 행사에서 선보일 여러 곡들을 완벽히 연주하기 위해 매진 중이다.
퇴근 후 저녁시간에 BRIO 앙상블 그리고 당나발밴드 연주를 위해 주 2~3회, 4~6시간 정도 연습을 하고, 개인레슨도 주 1회 1시간씩 하고 있다. 개인연습도 병행하고 있어 퇴근 후에는 색소폰과 함께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Q. 밴드명이 특이한데.
나는 익숙해서인지 ‘당나발’이라는 단어가 특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당나발’의 의미는 매우 단순하다. 당구를 좋아하고 색소폰(나발)을 좋아하는 모임을 조합해 탄생한 밴드가 ‘당나발’이다. BRIO 앙상블 단원 중 뜻이 맞는 6명과 함께 ‘당나발’ 밴드를 결성했다. 연주회가 1년에 한 번 정도 있었던 것이 못내 아쉬워 다양한 연주 활동들을 하고자 모이게 됐는데, 오히려 당구를 더 많이 치는 것 같다(웃음).
Q. ‘당나발’을 소개한다면?
친구들이다. 당구, 등산, 음주가무를 좋아하고, 색소폰으로 즐거운 감정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또래 친구들.
아동청소년소아과 원장이자 밴드 단장인 김진제 큰형, 큰 형의 와이프이자 밴드의 정신적 지주인 김미정 누나, 보험회사 총괄본부장이면서 지역예술계 마당발인 강상일 형, 통운 관리부장이자 산을 사랑하는 이기섭 형, 음향기획사대표 및 마당발 분위기 메이커 막내 고성호, 이런 멋진 멤버들과 함께 하고 있는 나까지 총 6명이 당나발을 꾸리고 있다.
Q. 방송에도 출연했다면 실력은 검증된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웃음). 발전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많은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다. 작년 여름에는 울산 진하해수욕장 해변백사장무대에서 처음으로 독무대에 섰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프로여서 떨리긴 했지만 나름 잘 해냈다.
Q. 색소폰 경연대회는 어떤 방식으로 우열을 가리는지.
일반적인 음악 경연대회와 같다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악보에 따라 연주하기 쉬운 곡과 어려운 곡들이 있다. 비슷한 곡들을 연주할 때는 연주 중간에 애드립을 넣기도 하고, 편곡을 통해 기량을 뽐낼 수도 있다. 내가 최근에 연주했던 독주곡은 SG워너비의 ‘라라라’ 라는 곡으로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었는데, 대중가요라서 그런지 관객들의 호응도가 상당히 좋았다.
Q. ‘예술인’이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아니다(웃음). 환자를 돌보는 것이 나의 천명이라 생각한다. 사실 난 소아마비를 앓고 있어 한쪽 다리를 사용하는 것이 제한적이다. 아픔의 고통 그리고 불편함을 알기에 환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한의원을 찾는지 공감할 수 있다. 내 스스로 더욱 한의사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예술인이라는 타이틀은 그 다음이다. 한의학에 매진했던 만큼 음악(색소폰 연주)에도 내 열정을 불태우려 한다.
Q. 색소폰만이 가진 매력은?
사람의 음색, 목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가 색소폰이라고 한다. 마우스피스와 리드 사이의 떨림으로 소리진동을 만드는데 이는 인간의 성대떨림과 매우 유사하다. 또한 사람이 호흡과 바람으로 자신의 몸을 공명시켜 소리를 내듯이 색소폰도 neck과 body를 통해 울림을 증폭·공명 시켜 소리를 낸다. 이런 이유들 때문인지 몰라도 색소폰을 연주할 때면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다른 악기와는 다르게 내면의 소리 그리고 울림이 느껴진다.
Q. 색소폰을 시작한다면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색소폰은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어디서 강습을 받을 수 있나요?”, “수강료는 얼마 정도인가요?”, 색소폰 관련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내가 드리고 싶은 팁은 주변에 색소폰 강습을 저렴하게 해주는 문화센터를 먼저 찾아보는 것이다. 그 곳에서 먼저 색소폰과 함께 교감해보고 본인의 감성과 일치하면 그 때 악기를 구입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중고 색소폰 가격이 100만원 내외이며, 레슨비는 보통 주 1회 한달(4주) 기준으로 20만원 정도 형성돼 있어 다른 취미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Q.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먼저 한의사로서 지역 주민들의 1차 의료를 책임지면서 아픈 곳을 고쳐주고 싶다. 환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일종의 나침반 또는 해우소 같은 역할까지 하고자 한다.색소폰을 접하면서 인생의 다양함을 알게 됐고,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 한방병원 대표원장이 되고자 했던 젊은 시절 꿈이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환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삶을 살고자 꿈을 꾸고 있다.
Q. 한의계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음악은 다양한 악기들의 특색있는 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곡을 완성한다. 첩약건보와 의료일원화 등 한의계에 다양한 이슈들로 잡음들이 일고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토론을 거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마지막에는 듣기 좋은 하나의 곡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목소리를 내어 한의계가 조화로운 화음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