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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14일 (수)

“정량화된 값 제공으로 정확한 변증 수행하게 될 것”

“정량화된 값 제공으로 정확한 변증 수행하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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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현 교수 / 상지대 한의대 진단생기능의학교실



설진기 분야 최초로 식약처 의료기기 품목허가 및 제조허가 획득



설진기(CTS-1000, 의료영상분석장치)를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품목허가와 제조허가를 받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8년 ‘the journal of alternative and complementary medicine’에 설진(舌診)에 대한 논문 한 편이 게재되었다.

한국의 한 연구자가 호주의 대체의학 연구팀과 공동으로 설진의 신뢰도에 대해 연구한 결과였다. 논문의 요지는 육안으로 수행한 설진의 신뢰도가 매우 낮으며, 낮은 신뢰도는 임상경력의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모두 낮았다는 내용이었다. 이 연구결과는 이전에 필자가 갖고 있던 선입견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진단방법인 설진은 다른 진단법에 비해 믿을 수 있으며, 다만 임상경력이 부족한 한의사에 의해 설진이 수행될 경우 오진의 위험성은 높을 수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상당히 충격적인 보고가 아닐 수 없었다. 따라서 신뢰도 있는 설진법을 찾는 것이 당시 한의 진단학 분야를 객관화, 정량화하기 위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설진기의 특징은 신뢰성, 유효성, 안전성 확보



신뢰도 높은 혀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하고 표준화된 조명조건을 구현해야 했으며, 혀는 일정한 위치에 위치되어야 했고, 안정적으로 전체 혀 영상을 얻을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사람들마다 얼굴의 생김새가 달라 차폐환경을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고, 설근부까지 정확하게 촬영이 가능하도록 골고루 혀에 빛이 조사되도록 조명을 설계하는 것은 물론 혀 배면부와 카메라의 시축을 최적화시키는 일 등은 모두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었다.

촬영된 혀 영상으로부터 설진에 필요한 필수적인 평가지표들을 분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했다. 당시 다양한 평가지표들이 제안된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평가지표들을 계산해야 할지도 불명확했다. 하지만 주위의 많은 전문가분들의 도움으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갔고, 마지막 힘든 관문을 통과했다.

전원만 공급된다면 이 설진기를 이용해 전국의 모든 한의의료기관에서 표준화된 설진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설진기의 독특한 차폐구조 덕분이다. 외부의 광이 설진기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폐하면서 혀가 일정한 위치에 놓이도록 설계했다. 또 설근부터 설첨부까지 혀의 배면부 전체 영역이 모두 촬영되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구조는 신뢰도 높은 검사결과를 얻는 것을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혀 촬영장치는 혀 전체의 영상을 얻는 것이 어려웠다. 특히 설근 부분의 영상을 얻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높은 신뢰도를 갖는 설진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외부광 차폐, 적절하고 정확한 혀 위치, 혀 전체에 고른 조명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가능해야 촬영된 영상을 분석해 정확한 진단도 가능하다. 이번 설진기는 이 같은 설진기의 필수적인 전제조건들을 충족시킴으로써 신뢰성, 유효성,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 설진기에 기대하는 효과는 매우 다양하고 파급효과도 점점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단순한 체외형 의료용카메라의 경우 신의료기술로 선정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설진기와 가장 유사하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외형 의료용카메라로는 1차 의원급에서 흔히 사용하는 인두경이 있다. 아이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입 속 편도선이나 구인두벽의 아데노이드의 상태를 촬영하여 모니터를 통해 디스플레이 해주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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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료기술과 한의 보장성 확대로 이어질 것



이러한 장치를 이용해 인두를 살핀다고 하더라도 추가 의료수가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단순 촬영장치는 기본 진찰요소 중 하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설진기도 혀를 단순히 촬영하는 장치라면 신의료기술로 선정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번에 허가를 받은 설진기는 표준화된 환경에서 혀를 촬영하고, 촬영된 혀 영상을 분석하여 설태의 후박상태에 대한 진단을 수행하며, 설질과 설태 뿐만 아니라, 한의사가 분석하고자 하는 부분을 자유롭게 지정해 지정된 부분의 색상정보를 인간의 눈으로 인식하는 것과 가장 유사하게 분석하여 정량화된 값으로 제공함으로써 한의사가 정확한 변증을 수행하는 것을 가능케한다.

물론 설진을 통해 이루어지는 진단행위들이 이번 설진기를 통해 모두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설진을 수행함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들은 구현되었다. 또 설진기를 이용한 연구들이 지금까지 국내외적으로 다수 이뤄지고 있어 이번 설진기는 조만간 신의료기술로 선정될 가능성이 낮지 않다. 신의료기술 선정은 곧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의미한다.

최근 한의계는 역량 중심의 교육목표와 교육과정, 실무평가 중심의 국가고시 개편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역량과 실무 중심의 교육이나 평가를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객관화된 진단도구가 필수적이다. 설진기는 지금까지 어려웠던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 아직까지 맥진기는 PBL(문제기반학습)이나 CPX(진료수행평가)를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에 불명확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설진기는 한의사가 눈으로 망진하는 혀 영상을 표준화된 조건에서 획득할 수 있고,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변증별 혀 영상 획득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지금까지 미진했던 한의학의 특징을 살린 PBL이나 CPX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가능해졌으며, 객관적인 평가도 가능해졌다.

설진기의 국제표준 선점은 한·중·일 전통의학 분야의 주도권 경쟁에서 중요하다. 최근 설진기의 일반적인 요구사항을 골자로 하는 국제표준이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에서 주도해 제안한 안이 국제표준 제정의 바로 전 단계까지 진행됐다. 큰 변수가 없는 한 2019년 상반기에 ISO 국제표준으로 제정될 예정이다. 그 국제표준안은 우리나라에서 제안한 만큼 이번 설진기를 비롯해 국내에서 개발한 설진기의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객관화된 진단도구는 역량 중심 교육에 큰 도움



맥진과 설진은 변증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나 지금까지 맥진기는 개발이 되었으나 맥진기를 통해 얻은 결과를 변증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해 임상에서는 제한적으로만 활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설진기는 그 검사결과를 한의사가 눈으로 보고 바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와 함께 그 결과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치료결과의 변화도 환자와 함께 볼 수 있으며, 그 변화의 정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설진기를 이용하면 변증을 보다 용이하게 객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앞으로 남겨진 과제는 설진기를 보급하고 신의료기술 선정을 통해 보장성을 확대하는 일이다. 현재 설진기는 과제 참여기업이었던 대승의료기기와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신의료기술 선정은 한의계 의료기기 시장의 확대에 중요한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또 현재의 설진기는 설진기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핵심기능만이 구현된 상태이며, 앞으로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추가적인 기능들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설진기는 한의학 고유의 설진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가 ‘구취(입냄새)’다. 구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진성 구취의 대표적인 원인이 설태이기 때문에, 설태를 신뢰도 있고 정확하게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구취 상태를 평가하고 구취 치료의 효과를 평가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 밖에도 설진기가 개발되지 않아 이뤄지지 못했던 설진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연구는 설진기의 적응증을 확대시키고 설진기의 보급을 촉진시킬 것이다.

앞으로도 한의학 임상에서 활용 가능한 많은 진단용 의료기기가 개발되기를 바란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진단용 의료기기가 다양해질수록 한의 진료는 다채로워지고, 진단의 정확도와 신뢰도는 향상된다.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한의학의 미래는 진단용 도구가 얼마나 풍성해지는가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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