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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07일 (화)

근세 이전 한의학 속의 해부학(Ⅵ) - 실학을 중심으로

근세 이전 한의학 속의 해부학(Ⅵ) - 실학을 중심으로

1761년경 李瀷이 간행한 星湖僿說 제15권 「人事門五臟圖」에서

‘해부를 통해 장부를 관찰투여한 처방의 약효를 확인한 이야기 등 기록



기고1



서양의 학문 즉 서학이 근세부터 동양으로 전해지면서 그 과정에서 서양의학의 내용이 흘러들어오게 되는데 인체구조에 대한 해부지식들도 역시 동양에 소개되었다. 이 당시 전해진 서양의학의 지식들이 어느 정도 당시의 주류 한의학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분명히 알 수 있으나 적어도 당시의 진보적인 일부 지식인들, 즉 소위 실학자들 사이에서는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16세기에 중국으로 들어온 마테오 리치 신부가 1595년에 南昌에서 「西國記法」을 발간하였는데 그 가운데 「原本編」에서 해부생리학 지식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뇌 기능과 관련하여 기억이 뇌낭에 있으며 뇌두개골 뒤의 침골하부에 기억실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1629년에는 아담 샬(John Adam Schall von Bell, 중국명 湯若望)이 천주교 교리서인 「主制群徵」을 간행하였는데 이를 통하여 서양의 해부학과 생리학 지식을 전했다. 예를 들면 조물주의 섭리가 천지만물과 신체에도 적용되어, 신체 각 기관의 존재와 작용이 모두 일정한 원리와 목적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특히 뇌는 오늘날 신경에 해당하는 動覺之氣를 만들어내고 명령을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서학의 영향을 받아 1688년에 王宏翰이 「醫學原始」를 저술하였는데, 天形地體圖, 四元行論, 四元行變化見象論 등을 열거하면서 의학적으로는 臟腑와 氣血을 설명하고 여기에 西學의 내용과 性理說을 취하여 그림을 그려서 인체의 生理病理를 밝혔다. 臟腑經脈圖說에서는 「內經」, 「難經」 및 역대 醫家들의 논술에 西方 生理學을 결합하여 인체의 생리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으며, 장부 각각과 오관의 구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 「醫學原始」는 비교적 이른 시기의 중서회통 저작이라 할 수 있다. 이후 1851년에는 홉슨(Benjamin Hobson, 중국명 合信)이 「全體新論」을 저술하였는데, 뼈, 근육, 장기, 순환기와 호흡기 등의 해부학적 분류체계 속에서 신체 각 부위의 생리 기능과 형태를 소개하고 있다.



이 중에는 하비의 혈액순환이론을 비롯하여 뇌신경분류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홉슨은 해부학 용어를 번역하여 중국화 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근육은 肉 또는 肌肉으로, 신경은 腦氣筋으로 번역하였다. 또한 腦가 전체를 주관한다(腦爲全體之主論)고 하여 腦說의 해부생리지식이 동물과의 객관적인 실험측량에 의해 확립되었음을 보여주었다. 홉슨이 「全體新論」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하여 「醫林改錯」의 발간에 맞추어 동시에 출간했던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기고2



우리나라에서는 1761년경에 李瀷이 「星湖僿說」을 간행하였는데 제15권의 「人事門・五臟圖」에서는 시대는 명기하지 않았으나 해부를 통해 장부를 관찰하여 투여한 처방의 약효를 확인한 이야기와 중국 宋에서 해부를 하고 五臟圖를 남겼던 경위, 王莽이 漢代에 해부를 하여 五臟을 측정하고 經脈의 終始를 살폈던 일화, 임진왜란 당시 참판 全有亨이 시신을 해부한 일 등을 기록하고 있다. 李瀷은 해부가 醫術에 필수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보아 12경맥과 奇經八脈에 관한 인식이 정밀해진 것이 인체 解剖를 통해서였다고 하였으나 한편 시체를 훼손한 과보로 화를 당한다는 일반인들의 두려움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또한 「星湖僿說類選」은 李瀷과 그의 제자 安鼎福이 1746~1791년 사이에 편찬한 것으로 추정되는 「星湖僿說」의 속권인데 이 중 제5권의 「人事篇・西國醫」에서 鄔若望과 「主制群徵」을 언급하고 있다. 鄔若望은 곧 湯若望의 다른 표기이다. 여기에서 뇌의 생리에 대해 설명하면서, 腦는 행동하고 감각하는 기운을 흩어서 이것이 심줄에 있도록 하는 것인데 뇌가 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심줄을 이끌어서 백지까지 가지 못하므로 다시 頸節과 膂髓를 통하여 뇌와 연결하여 이로써 모두 온 몸에 돌도록 한다고 하였다. 또한 간, 심, 뇌에 각각 體性之氣, 生養之氣, 動覺之氣가 있다고 하는 「主制群徵」의 설을 대체로 따르고 있으나 여기에 한의학의 기존 이론을 결합시키기도 하였다.



19세기 중엽에 李圭景이 지은 대표적인 백과전서인 「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는 또한 湯若望의 「主制群徵」을 주로 인용하면서도, 格物 窮理하는 학자는 마땅히 人形의 내경 외경을 알아야 함을 강조하여 인체 내부의 근육, 뼈, 육 등의 구조와 명칭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人身藏府骨度辨證說」 등의 편에서는 「靈樞」, 「難經」, 「人鏡」 등을 인용하여 장부와 골의 측량 기록을 제시하고 있어서 한의학의 내용을 접목시켜려 했음을 알 수 있다.



기고3



또한 19세기의 대표적인 실학자인 崔漢綺는 자신의 저작인 「身機踐驗」에서 「全體新論」을 비롯한 홉슨의 5가지 西醫書를 참고하여 서양의 의학지식을 우리나라에 전하였다. 崔漢綺는 자신의 독특한 運化氣 이론에 따라 해부학을 氣學 체계 내에 위치시키려 하였으며 서양해부학의 수준을 높이 평가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腦主知覺說에 대해서는 「腦爲全體之主論」에서 臟腑의 心이 아닌 인체 무게중심의 心이 그 실마리를 가지고 있다는 독특한 주장을 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근세의 실학자들은 개혁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상당히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외국의 새로운 학문을 받아들이기가 수월하였고, 다방면으로 박식하여 의학에도 어느 정도 식견을 가지고 있었기에 의학 분야에서 서양의학의 해부생리학 지식들을 한의학에 융합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노력들이 당시 한의학 전체의 주류의 경향이라 할 수는 없으나,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밖으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여 끊임없이 의학을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백유상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원전학교실

정혁상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해부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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