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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07일 (화)

"36년 묶인 보험한약 규정, 이제는 바꿔야 할 때"

"36년 묶인 보험한약 규정, 이제는 바꿔야 할 때"

“천연물의약품 시장은 커지는데, 최고 전문가인 한의사의 역할은 제자리”
“복합추출물 인정·처방항목 개편·약가 현실화로 건강보험용 한약제제 활성화해야"
김영수 대한한의사협회 약무이사


김영수이사 인터뷰.jpg

 

[한의신문] 1990년 이후 단 한 차례도 바뀌지 않은 56개 기준처방. 건강보험용 한약제제는 지난 36년간 급여 범위가 사실상 동결된 채 운영돼 왔다. 그 사이 의약품 시장에서 한약(생약)제제의 비중은 꾸준히 커졌지만, 정작 건강보험 안에서는 의료계도 산업계도 한약제제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가 굳어졌다. 이에 김영수 대한한의사협회 약무이사로부터 건강보험용 한약제제의 현주소와 제도 개선 방향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 건강보험용 한약제제 제도의 현황을 짚어 달라.

건강보험용 한약제제는 1987년 한방건강보험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68종 단미엑스산제와 26개 기준처방으로 출발했고, 199056개 기준처방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그 이후다. 36년이 지난 지금까지 급여 범위는 단 한 번도 확대되지 않았다. 지금도 급여목록에는 56개 기준처방과 68종 단미엑스산제, 그리고 단미엑스산제를 물리적으로 혼합한 단미엑스혼합제만 등재될 수 있다.

 

이 방식은 제정 당시의 제약 기술과 임상 환경을 반영한 것이다. 이후 질병 구조가 바뀌고 제약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제도는 그대로다. 처방을 새로 등재할 절차 자체가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일본은 148, 대만은 430여 종의 복합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 제도가 얼마나 좁은 틀에 갇혀 있는지 알 수 있다.

 

Q. 의약품 시장 전체를 보면 한약(생약)제제의 위상은 오히려 커졌는데.

바로 그것이 역설이다. 일반의약품(OTC) 시장에서 천연물 성분 의약품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약국에 가면 생약 성분의 소화제, 감기약, 진해거담제, 자양강장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소비자들의 선호도 높다. 국민은 이미 일상에서 한약(생약)제제를 폭넓게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천연물의약품에 대해 가장 깊이 있는 전문 교육을 받고, 진단부터 처방까지 책임질 수 있는 한의사의 역할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한약제제는 성분 특성상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선택할 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전문가의 진단과 관리 아래 사용되는 경로, 즉 건강보험용 한약제제를 확대하는 것이 국민이 한약(생약)제제를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길이다. 시장은 커지는데 전문가의 관리 영역은 좁아지는 지금의 구조는 국민 건강의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Q. 임상 현장에서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

첫째는 보상 구조다. 한의원에서 한약제제를 처방·조제할 때의 처방료와 조제료를 합쳐도 1일분에 1000원 남짓에 불과하다. 2026년 기준 약국의 1일분 총조제료가 6000원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것은 특정 직역과의 형평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의약품을 선택하고 조제해 투약하는 전문적 행위에 대한 보상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약제 자체의 상한금액도 낮아, 좋은 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처방하기 어려운 구조다.

 

둘째는 65세 이상 정액제다. 총진료비가 정액 구간에 묶여 있다 보니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보다 총액을 넘기지 않는 저가 약을 선택하게 되는 왜곡이 발생한다. 실제 청구 건수는 지난 10년간 2배로 늘었는데, 약품비 증가는 그에 크게 못 미치는 기형적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진료의 질을 수가 구조가 끌어내리고 있는 셈이다.

 

셋째는 처방 구성 자체다. 56개 처방은 36년 전의 질병 구조를 기준으로 짜여 있어, 현재 한의원을 찾는 근골격계·소화기·호흡기 질환과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필요한 처방이 충분히 담겨 있지 않다.

 

Q. 의약산업계 상황도 심각하다고 들었다.

그렇다. 2024년 기준 국민건강보험 약품비 268373억 원 가운데 한약제제 약품비는 441억 원, 비율로는 0.165%에도 미치지 못한다. 생약 원료 가격과 GMP 품질관리 비용은 매년 오르는데 약가는 사실상 묶여 있으니, 제약사 입장에서는 만들수록 손해인 품목이 늘어난다. 그 결과 당귀육황탕, 대청룡탕, 백출산, 인진호탕 등 급여목록에는 있지만 실제로는 생산되지 않는 품목이 계속 늘고 있다. 급여목록에 이름만 남은 처방이 많아진다는 것은 제도가 임상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이 축소되니 제약사는 신제품 개발이나 R&D 투자를 할 수 없고, 좋은 제품이 나오지 않으니 사용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다. 어려운 지금의 상황은 의료계나 산업계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풀 수 없다.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Q. 협회가 추진하는 개선 방향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천연물원료 의약품의 급여 인정이다. 현행 규정상 한약제제 단미엑스제와 혼합제로 이뤄진 형태로 매우 제한적으로 급여화가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같은 한약재라도 추출 방식, 배합 원리 등에 따라 다양한 의약품(제제)의 구성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 방식으로는 한약제제의 확대에 큰 제약이다. 따라서 한약을 기반으로 하는 천연물의 전문가인 한의사가 다양한 천연물원료 의약품을 환자에게 적절히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양방도 한약을 근간으로 하는 의약품이 급여가 되고 그 시장은 넓어지고 있는데 한의에서 급여가 되지 않은 것은 매우 불합리하며, 이는 한의학 발전의 저해뿐 아니라 환자의 치료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둘째, 처방 항목의 전면 개편이다. 임상 다빈도 처방과 사상처방 등 현장 수요가 검증된 처방을 새로 등재하고, 생산이 중단된 품목은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규 처방을 등재하고 주기적으로 목록을 재평가하는 절차를 제도화해, 다시는 36년간 방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약가 현실화와 수가 개선이다. 원가를 반영한 약가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처방·조제 행위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를 갖추며, 65세 이상 정액제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이런 개선이 공허한 요구가 아니라는 근거도 있다. 2016년 정제·연조엑스 등 제형 개선이 이뤄지자 해당 제제의 청구가 큰 폭으로 증가했고 환자 만족도도 높았다. 제도가 조금만 움직여도 시장과 임상이 즉각 반응한다는 것이 이미 확인된 것이다.

 

Q. 회원들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어려운 수가 여건 속에서도 많은 회원이 자발적으로 커뮤니티와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험한약 임상 경험과 처방 노하우를 공유하고,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써 오셨다. 이런 활동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으로 이어지는 등 대외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지금까지 보험한약의 명맥을 지켜온 것은 제도가 아닌 회원들의 헌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헌신이 바로 제도를 바꾸는 힘이라고 말 하고 싶다

 

임상 현장의 사용량은 산업계가 생산과 투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신호고, 현장에서 축적되는 임상 근거는 정부를 설득하는 가장 강력한 자료다. 실제 급여 확대와 약가 협상의 테이블에서 결정적인 것은 현장에서 얼마나 쓰이고, 어떤 치료 성과를 내고 있는가. 회원들이 쌓아온 임상 경험과 근거가 곧 정책의 근거가 된다. 협회는 그 목소리와 데이터가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책임지고 뒷받침하겠다.

 

Q. 끝으로 건강보험용 한약제제 활성화의 비전을 말해 달라.

한의약의 강점은 두 축으로 발휘된다. 하나는 환자 개개인의 체질과 상태에 맞춰 처방하는 개인맞춤형 의학으로서의 조제한약(첩약)이고, 다른 하나는 표준화된 품질로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처방할 수 있는 급여 약제로서의 한약제제다. 이 둘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다. 맞춤형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첩약을, 신속한 표준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보험한약을 적극 활용할 때 한의진료의 폭과 깊이가 모두 살아난다.

 

 

이는 한약제제 활성화가 단순히 한약제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천연물의 매커니즘을 가장 잘 아는 한의사들이 전통적인 한의학에 천연물 원료 치료 의약품을 치료에 덧붙여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 한의약의 육성 및 획기적인 치료 패러다임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낼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며, 협회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적극 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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