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스트레스와 부모의 다그침 등 학생 스트레스 '심각'
열은 줄이고 막힌 기 풀어주는 침·한약 치료 '효과'
[한의신문=강환웅 기자]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Hwa-byung'으로 표기할 정도로 한국인이 가진 독특한 질병인 '화병'은 그동안 '한'으로 대표되며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학업과 입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10대 학생에게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화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40대 이상 환자는 1만779명에서 1만65명으로 감소한 반면 30대 이하의 젊은 세대가 같은 기간 2585명에서 4078명으로 크게 증가했고, 10대 환자는 312명에서 653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이에 대해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선용 교수(사진)는 "지금 청년 세대는 'N포 세대'로 불릴 정도로 심각한 청년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특히 10대는 입시 준비 때문에 온종일 공부를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과 시간이 없어 더욱 화병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경우 집과 학교, 학원만 오가다보면 스트레스 원인의 제거가 어려워, 한의학 치료를 통해 화병 증상을 완화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대항력을 키우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증상 완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한의학 치료는 화를 줄이고 막힌 기를 풀어주는 것으로, 생각이나 감정에 체하는 화병은 '전중혈' 위주로 침 치료를 시행해 주위에 부드럽게 뭉친 덩어리나 통증을 없애며, 스트레스로 인해 열이 발생하는 증상이 있으면 '시호'라는 약제 사용해 열을 흩어주어 열로 인한 증상을 완화하고 몸과 마음에 여유를 찾게 할 수 있다. 또한 열이 흩어지고 나면, 기가 막혀있는 것을 흩어주는 치료를 위해 기운을 소통시키는 효능이 있는 진피, 청피 등의 약제를 사용하게 된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전형적인 화병은 결혼 후 시집살이 하면서 억울하고 분한 일들이 차곡차곡 누적되다가 갱년기에 기운은 떨어지면서 쌓인 화를 통제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증상이 발현되는 시기가 기운이 떨어지는 갱년기이다 보니, 쌓여있던 화가 행동화 하기보다는 가슴답답함이나 열감 등의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와 달리 청소년기 화병은 어려서부터 학업스트레스, 친구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이 차곡차곡 누적되다가 기운이 왕성해지는 청소년기에 쌓인 화를 통제 못하고 폭발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신체적 증상 이외에도 거친 행동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많은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화병은 개념 자체가 한의학적인 '화'의 개념에서 출발한 한국 고유의 증후군으로, 한의학적으로는 '간기울결'(肝氣鬱結)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 답답함이다. 간기울결 상태가 지속되면 열이 발생하는 '울구화화'(鬱久化火) 상태로 변화하며, 이렇게 발생한 열은 가슴이나 얼굴 부위의 열감을 일으키는데, 열기 외에 무언가가 몸의 밑에서부터 위로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함께 받는다. 이러한 증상의 원인이 되는 뚜렷한 스트레스 사건이 있고, 본인이나 주위에서도 그럴만한 상황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를 화병이라 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지속해서 누적된 것이 원인이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스트레스 원인 제거가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정 교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병이라는 생각 때문에 치료를 망설이는 환자들이 많고 오랜 기간 스트레스가 쌓여 발생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치료가 어렵다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화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 질환이나 암 같은 질환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치료의 중요성을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치료와 함께 지속적인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 된다. 이는 운동을 통해 체력이 길러지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져 같은 환경에서도 화병이 재발할 우려가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화병 치료를 통해 증상이 나아지기 시작하면 주 5회 정도 30분 정도의 걷기와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으며, 여유가 된다면 근력 운동도 함께 하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