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학술이사
이번호에서는 만성기침과 더불어 쉰 목소리로 한의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감별진단을 알아보려고 한다. 지난달 11세 남아가 2달이 넘은 기침과 쉰 목소리를 호소하면서 내원했다. 진료 전 대기하는 15분 정도 사이에도 끊임없이 기침을 하고 가래섞인 허스키한 목소리로 보호자와 말을 하고 있었다.
환아의 병력은 2달 전 감기로 시작했고, 당시 기침이 있어 로컬 이비인후과에서 Chest XR촬영을 했지만 별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으며, 임상적으로 알레르기성 비염 진단 하에 항히스타민제를 한달간 복용했다. 그러나 차도가 없어 1달 전 다른 이비인후과로 옮겨 다시 Chest XR촬영을 했지만, 이상이 없고 동일하게 알레르기 비염이 의심된다는 진단 하에 항히스타민제와 류코트리엔제를 한달간 복용하고 있으나 처음에는 기침만 하다가 점점 목소리가 쉬더니 현재는 완전히 쉰 목소리가 되어 기침과 헛기침을 하루종일 반복하는 상태라고 한다.
8주가 넘은 만성기침, 이물감, 목청소를 위한 헛기침, 쉰 목소리 등의 증상에서 고려해야할 질환은 만성 후두염, 인후두역류질환, 성대점막질환, 상기도 기침 증후군 등이 있다.
먼저 만성 후두염의 양상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만성 후두염의 주된 증상은 발성장애, 인후이물감, 기침, 쉰 목소리 등이며, 내시경으로 살펴볼 것은 성대 주위 발적, 피열연골 주위 발적이나 부종, 후두벽의 분비물 등이다. 임상에서는 피열연골이 발적되거나 부어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두 번째는 인후두역류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위식도역류질환에 비해 흉부작열감이나 위산 역류증상보다는 기침, 잦은 헛기침, 이물감, 쉰 목소리, 연하곤란 등의 인후부 증상을 주로 하는 질환으로, 최근 목소리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 많이 진단받아 오는 경향이 있다. 내시경에서 살펴볼 모습은 식도와 후두의 연합부 발적 비후, 후두점막의 전반적 부종, 끈적이는 분비물이 이상와나 후두강으로 고여있는 모습, 성대돌기 육아종(접촉 육아종)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쉰 목소리로 생각할 수 있는 성대점막질환은 성대결절, 폴립, 라인케부종, 성대구증 등 여러 질환이 있고 특히 기침이나 헛기침이 더해진다면 이중 성대 폴립과 접촉성 육아종을 좀 더 고려해 볼 수 있다.
성대의 폴립은 소리를 자주 지르는거나 반복적인 기침으로도 발생하는데 보통 편측으로 발생하고 급성이면 출혈성 폴립으로 보이거나 오래되는 경우 반투명의 무혈관 회색을 보이는 점액형으로 나타난다.
접촉성 육아종은 목에 힘을 주고 지나치게 낮은 소리 발성을 하거나 습관적으로 헛기침을 하면 잘 발생하는 질환이다. 피열연골 성대돌기 주위 점막과 연골막에 염증이 생기고 여기에 인후두역류가 있으면 더욱 악화돼 발생하는데 육아종의 경우 시일이 지나면서 성숙된 육아종이 탈락해도 잔여 육아종이 남거나 또는 수술로 제거해도 염증이 재발하면서 육아종이 다시 생기는 경우가 많아 기침과 쉰 목소리 연하곤란의 증상을 오랫동안 가져온다.
마지막으로 상기도 기침 증후군이라고 하며, 과거 후비루 증후군이라 불리는 양상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만성기침의 87%까지 원인으로 보고 있다는 이 질환은 비염 특히 알레르기 비염, 만성비염, 부비동염 등으로 인한 점액 분비물이 인후두를 자극해 발생한다고 하고 만성경과가 길수록 비강쪽의 증상이 미약해 구인두를 잘 살펴 후비루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진상 자극된 구인두점막에 자갈 모양의 림프과립이 있거나 비인두에서 구인두로 내려오는 점액을 확인한다.
환아의 후두와 성대에는 위에서 살펴본 모습들이 없어 만성 후두염, 성대점막질환, 인후두역류질환은 배제했다. 그간 두차례에 걸쳐 chest XR도 촬영했고, 청진기로 확인한 호흡음에서도 특별한 이상소견은 없었다. 이후 만성기침과 쉰 목소리를 유발할 수 있는 후비루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비강 안을 확인했는데 감기에 걸린지 2달 경과한 상태로 비강 안은 약간의 끈적이는 점액만 비도에 조금씩 보이고 구인두도 분비물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위와 같은 질환을 염두에 두고 다시 살펴보던 중 환아가 설압자로 인해 약간의 구역반사가 발생하자 구개궁이 좁아지면서 비인두 아래쪽이 보이고 여기에 진한 꿀처럼 달라붙어있는 점도 높은 분비물이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기침의 가장 큰 원인은 후비루였던 것이고, 장기간 복용한 약으로 인해 인두 건조감이 심해지면서 분비물은 점조해지고 인두는 과자극됐던 상태였다. 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는 기침과 목청소를 자주 하다보니 쉰 목소리까지 발생한 것으로 보였다.
기침과 쉰 목소리는 증상의 시작이였던 만성 비염을 치료하면 같이 없어질 증상이므로 형개연교탕을 처방했고, 여기에 더해 환아가 코와 구인두를 관리하는 방법을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리를 위해 코는 한쪽식 살살 번갈아 풀고 뒷목으로 내려오는 콧물을 없애기 위해 너무 세게 기침이나 목청소를 하지 말 것과 함께 외출 후에는 하루 한번씩 식염수로 비강 세척을 하도록 했다. 또한 당분간 찬 과일이나 음료수를 먹지 않고 건조해진 목을 위해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실 것을 설명하고 잘 지키도록 약속했다.
병원에 다녀간 이후 한달 조금 넘게 경과한 6월3일 증상을 확인했더니 놀랍게도 한약 복용과 생활수칙을 지킨지 일주일이 경과된 시기부터 기침은 말끔히 소실됐고, 거의 동시에 쉰 목소리도 호전돼 기존의 목소리로 돌아왔다고 했다.
만성기침은 원인이 다양한 만큼 감별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여러 질환을 염두에 두고 하나씩 배제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증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