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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4일 (일)

“한의약, 건강·장수·치유의 섬인 제주도에 가장 적합”

“한의약, 건강·장수·치유의 섬인 제주도에 가장 적합”

디지털 기술과 접목돼 사람 살리는 일이 한의약 전통과 가장 잘 맞는 사업
진피, 독소재 연구로 시작해 해녀 안전 디지털헬스케어 사업까지 역할 확장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과 논쟁 이어갈 때 한의약 점진적 발전
송민호 제주한의약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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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과 석사 4학년인 하재운 학생과 김성은 학생이 대학원 특성화 실습 과정의 일환으로 한의신문 인턴기자로 참여해 송민호 제주한의약연구원장의 역할과 향후 계획 등을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한다.

 

푸른 바다를 지나 공항에 내렸다. 제각각의 크기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야자수들과 서로 다른 돌들로 켜켜이 쌓여 있는 돌담들이 이국적이면서도 정겨운 제주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제주도는 독특한 지형과 자연환경으로 다채로운 생태계의 보고(寶庫)다.

 

제주한의약연구원은 한의약의 고유한 특성과 효능을 바탕으로 제주도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주의 한의약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 2대에 이어 제3대 제주한의약연구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민호 원장님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현재 제주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독특한 환경을 활용하여 한의약 산업의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Q. 제주한의약연구원 설립 당시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곽향(배초향)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조부님께서 한약방을 하셨던 덕에 곽향(배초향)에 대해 잘 알게 되었습니다. 국내산 곽향이 신선하고 효과가 좋은데 제가 개업한 90년대 중반 무렵에는 잘 모르고 그냥 수입산을 쓰는 분위기였습니다.

 

좀 더 좋은 한약재인 국산 곽향을 비교 검증하고 널리 알려보려는 차원에서 노력하다 보니 결국 연구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회사와 한의원을 운영하며 고생하다가 자연스레 한의학은 한의사인 우리가 직접 연구하는 게 맞다라는 결론에 이르러 우리 지역에 연구원을 설립하고자 나서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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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년간 제주한의약연구원장을 맡고 계신 데, 연구원도 이제 개원한 지 8년이 지났습니다. 원장님이 생각하시는 한의약의 발전 방향을 듣고 싶습니다.

 

A. 한의약의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어서 우리도 과거에 비하여 어느 정도 발전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임상에서 상당 기간 떠나 있어서 큰 틀에서 한의약 발전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제주라는 섬과 우리 연구원의 발전 방향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떨까 합니다.

 

과거부터 제주는 건강과 장수의 섬, 또는 치유의 섬이라 불렸습니다. 실제로 제주도가 건강과 장수 그리고 행운까지 더해져서 도민과 관광객 모두가 행복한 땅이 되길 진정으로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수단이 한의약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의약에는 누구나 다 알다시피 ‘양생’의 전통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질병과 환자의 몸을 관리하는 방법이 체계화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인공지능 및 스마트 기기를 접목하여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이러한 자원을 잘 융합하여 나아간다면 한의약이 지역 발전을 견인하고 서로 상생하는 모델이 될 것으로 여기며 한의사 원장님들과 함께 이쪽 분야에도 힘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Q. 재임 중 가장 보람찬 일과 성과 중 하나로 물질 중 해녀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을 꼽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해녀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이 한의약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지적하는데, 이에 대한 원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A. 한의약을 과거 박물관 의학으로 생각하려는 분들이 있는 듯해요.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의학은 언제나 당대 최고의 과학기술과 병행 발전합니다.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사람을 살리는 일이야말로 한의약의 전통에 가장 잘 맞는 사업이라 생각합니다.

 

조업 중 해녀 사망사고는 계속 발생하는데 아무도 해답을 못 내놔요, 진맥을 기본으로 배우고 활용하는 한의사로선 심박동수를 활용하면 예방이 되겠다는 생각이 바로 나오는데,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되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우선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실제 바다 조업 환경에서도 예방 관리가 잘돼서 우리가 관리한 어촌계에서는 아무런 해녀 사고가 없었어요. 이를 계기로 저는 우리 의학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서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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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장님께서는 꾸준히 ‘독’ 소재 연구에 관한 관심을 표명하셨습니다. 현재 제주한의약연구원에서 봉독 저분자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봉독 이외에 추가로 관심을 두고 계신 독의약이 있을까요? 또 3년 전 인터뷰에서 한라산 중심으로 산간에 퍼져 있는 각종 버섯류의 독에 관해 언급하셨는데 이와 관련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우리가 임상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다양한 무기가 개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사용한 전통적인 방식 외에 새로운 기기, 새로운 소재가 다양하게 개발돼야 한의사가 임상에서 자신의 능력과 역할수행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새롭고 강력한 분야이면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가 독소재라고 여기고 계속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사독 및 해양독까지 욕심이 있지만, 사실 이 분야가 쉽지 않습니다. 봉독을 상용화하는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면 목표한 소재도 함께 상용화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한라산 독버섯은 전문가를 통해서 일부 채취하여 연구 준비를 했습니다만 채취량이 워낙 적어서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서 지금은 좀 뒤로 미뤄 놓은 상태입니다.

 

Q. 제주에서 독보적으로 생산되는 한약재 귤피는 여러 연구에서 항지질 효과와 관련된 논문들이 보고되며 비만 및 혈중 지질 성분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제주도는 전국에서 최고 수준의 비만율을 기록해 왔으며, 2023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 여전히 비만 1위로 조사되었습니다. 실질적인 제주도민의 비만율을 개선하기 위해 귤피를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제주가 건강을 위한 좋은 자연환경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만율 1위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이슈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원에서는 진피(귤피)를 활용한 비만개선 한의공공의료사업을 통해 진피가 비만율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였고 최근 기술이전을 통한 임상연구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임상연구가 효과적으로 마무리되면 진피일물탕, 이진탕 등 한의약의 대표적 진피 처방에 사용되는 일반 진피원료를 표준화된 진피원료로 대체하여 뛰어난 임상 효과를 가지도록 준비해 나가고자 합니다.

 

또한 제주 한의약 웰니스 전시체험 박람회 개최를 통해 제주도민 분들이 자가 건강관리 습관을 개선하고 실천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한의사의 상담 및 진단과 다양한 비만 개선 체험 프로그램들을 지원하여 비만율을 개선해 나가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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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주한의약연구원 실습을 하며 연구와 실험에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한의약이 다방면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연구 분야로 진출하는 한의사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한의사가 연구원이 되고자 한다면 필요한 자질 및 태도가 궁금합니다.

 

A. 연구 분야로 한의사가 많이 진출해야 한다는 부분에 매우 공감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자질과 태도는 소통하는 능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로, 두 개의 원에서 생긴 교집합적 의미를 해결하려면 한쪽 원의 수만 알고서는 최소공약수나, 최대공배수를 풀어나갈 수가 없습니다.

 

두 분야의 기술과 전공을 모두 이해해야만 공통적인 목표를 해결하고 한의약이 다방면으로 발전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한의약에 관심을 두고 있는 여러 분야의 전문분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한의약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소통과 논쟁을 이어가야만 한의약은 점진적인 발전이 생겨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전공을 이해하고 협력하려는 적극적인 자질과 태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 덧붙이자면 한의사이기에 한의학을 잘 알고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 용어는 과거 언어이기에 현대인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적어도 자신이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에서만큼은 충분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한의사 연구원이 부족한 실정인데,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듣고 싶습니다.

 

A. 우리는 지금껏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추진해 왔습니다. 첫째는 한의약을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의사회원들과 함께한 다양한 공공의료 활동이었습니다. 현재는 이 두 가지가 사업이 꽤 괜찮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우리 연구원에 꼭 연구한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현재 2개팀(연구개발팀, 기획운영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한의 임상과 다른 분야를 융합하여 연구, 관리하는 팀을 신설하고 향후 임상연구센터로 역할을 확대하고픈 생각이 있습니다. 다만 예산이 많이 드는 일이라서 제주도와 많은 논의와 설득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차분히 준비해나가겠습니다.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하재운 학생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4학년 김성은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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