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 학생(우석대 한의대 본과2)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제1회 국제침도학술대회’. 평소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관심이 컸던 나와 친구들은 침도(鍼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중국어 서포터즈로 본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이번 행사는 국내·외의 여러 한의계 연구자, 임상의들을 비롯해 학부생들까지도 침도 치료에 대한 최신 연구와 임상 사례를 접할 수 있었던 유익한 기회였다.
‘제1회 국제침도학술대회’는 지난달 29~30일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서 대한침도의학회의 주관으로 개최됐다. 주요 주제로는 세계 침구 발전 현황, 초음파 기기를 활용한 침도치료, 침도를 통한 난치성 척추질환 및 내과질환 치료, 미국의 통합의학적 관점에서의 침 치료 등이 다뤄졌다.
연사분들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과 연구 성과를 남기신 훌륭한 분들이셨다. 침도라는 같은 도구를 가지고도, 각기 다른 스타일로 봉침(蜂針)과 추나요법(推拿療法) 등을 조합해 화자에 따라 치료 방법을 달리 설계하시는 모습이 굉장히 ‘스타일리쉬’ 했다.
해부생리학에 근거한 미세 침도치료 강의
무엇보다 침도의 기본에 충실한 유명석 회장님의 강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유 회장님의 강의를 통해, 해부생리학에 근거해 변성 조직을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미세 침도 치료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질 수 있었다. 회장님께서 강의해 주신 척추관 협착증과 같은 신경근병증은 대개 수술을 필요로 하는 난치성 질환으로 알고 있었지만, 침도를 통해 직접적으로 미세수술을 하듯 유착된 부분을 절개하면 마취 없이도 짧은 시간 안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음을 배웠다. 앞 시간에 진행됐던 ‘초음파 가이드 침도치료’의 내용을 접목한다면 나 또한 황색인대를 자신감 있게 치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 의료기기와 한의학적 치료 기술의 접목
초음파 기기를 이용한 침도치료와 관련해서는 최성운 이사님께서 강의를 진행하셨으며, 초음파 기기를 이용한 침도 치료의 이점으로 ‘정확도 높은 시술의 재현성’을 강조하셨다. 침도는 침 끝이 진짜 칼로 돼있기 때문에 시술의 목표점이 정확하지 않으면 출혈이나 신경 손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시술자의 높은 숙련도가 요구된다. 따라서 시술자는 침 끝이 도달해야 할 명확한 삼차원의 포인트를 알아야 하는데, 초음파 기기를 활용하기 전에는 그저 반복된 연습만이 시술의 재현성을 높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초음파를 이용해 시술 부위의 내부 구조물을 삼차원으로 볼 수 있게 되면서 도침의 자입점, 방향, 깊이 등을 보다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됐다. 즉 초음파를 통해 시술자는 높은 재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환자는 안전하고 정확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초음파 기기를 이용해 몸의 깊숙한 부위까지 침도로 정밀하고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침도는 비수술적·최소침습적 의료 트렌드와도 맞닿아있는 트렌디한 치료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초음파를 비롯해 침도 치료의 트렌디함을 한층 더 끌어올렸던 강의는 지현우 이사님의 ‘침도 치료와 교정치료의 결합’을 주제로 한 강의였다. 지 이사님께서는 근골격계 질환의 진단에 가장 효율적인 기기로 X-ray를 꼽으셨는데, 그 이유는 뼈의 모양과 배열을 통해 근막과 근육의 직관적인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 이사님의 풍부한 영상자료와 임상례를 통해 기능의학으로써의 한의학의 강점을 알 수 있게 됐고, X-ray 등의 영상을 통한 진단과 치료에 대한 관점을 넓힐 수 있어서 한의사로서의 무한한 치료 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한의학, 첨단기술 날개 달고 미래의학의 주축 될 수 있어
정리하자면, 이번 학술대회는 현대 의료기기와 한의학적 치료기술의 접목으로 미래 한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분명하게 제시해 준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침도 치료로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계신 연사님들의 발표를 들으며 침도에 대한 이해가 한층 깊어질 수 있었다.
특히 초음파 기기를 이용해 황색인대를 정확하고 안전하게 미세절개 할 수 있는 척추관 협착증 치료법은 수술을 대체할 침술과 초음파의 혁신적인 콜라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초음파 기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대 진단기기를 활용해 질 높은 한의치료 서비스를 보편화할 수 있다면, 한의학은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중국어 통역 서포터즈로 참여한 ‘제1회 국제침도학술대회’는 침도 치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의학이 첨단기술이라는 날개를 달고 미래의학의 주축이 될 수 있도록 일조하는 예비 한의과학자가 되고자 다짐하며 후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