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강환웅 기자] “의료의 존재 목적은 국민들의 건강을 유지하고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사들에게만 특혜를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의과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기를 조금이라도 완화시켜달라는 요구이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윤성찬·이하 한의협)는 23일 한의사회관 대강당에서 ‘보건의약전문지 기자 간담회’를 개최, 윤성찬 회장이 취임한 이후 100여 일간 회무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소회와 함께 제45대 집행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회무방향 등을 설명했다.
윤성찬 회장을 비롯해 김지호 기획·학술이사, 김석희 총무·홍보이사, 이지혜 홍보이사, 이소연 홍보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정상화, 공정한 의료제도의 정착 △정부 추진 일차의료 강화정책 한의의료 참여 및 활성화라는 두 가지 큰 틀에서 향후 한의협이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 방향이 제시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윤성찬 회장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제도 정착을 위해 한의계가 요구하는 것은 한의만을 위한 특혜가 아닌 의과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윤성찬 회장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 한의사를 더욱 폭넓게 활용해 나간다면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제도 정착을 통해 국민들이 보다 건강한 삶을 누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특히 ‘기울어진 운동장의 정상화, 공정한 의료제도의 정착’과 관련해 실손의료보험에서의 한의비급여 보장 및 한의사의 진단기기 활용행위의 급여화를 촉구했다.
윤성찬 회장은 “실손보험의 경우 2009년 표준약관 제정 당시 한의치료의 비급여 의료비가 실손보험 보장에서 제외됨에 따라 한의계에서는 내원환자 감소 등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한의과와 의과는 동일한 질환에 대해 경쟁적으로 발전하는 관계인데, 어느 한쪽만 실손보험으로 보장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공정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기 중에는 무엇보다 실손보험 문제만은 꼭 해결하고 싶다”고 밝힌 윤 회장은 “한의계에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치료 목적 한의 비급여 의료비의 실손보험 보장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혀 개선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또 “양의과의 독점으로 인한 불공정한 의료시장 및 비급여 과잉 등의 의료왜곡을 해소키 위해 하루라도 빨리 실손보험에 한의 비급여를 보장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 완화 및 진료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유권해석 및 법원의 판결로 인해 한의사의 사용이 합법화된 의료기기에 대한 급여화 적용 역시 불공정한 문제 해소 및 형평성 차원에서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법적으로는 한의사의 사용이 가능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한의과와 의과가 유사한, 그리고 동일한 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과에는 급여화가 적용되는 반면 한의과는 비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불공정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윤 회장은 이어 “한의사의 진단기기 사용 급여화로 국민의 의료기관 이중방문에 따른 불편 해소 및 의료비 절감, 치료효율 증대와 국민건강 증진 차원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차의료 강화정책 한의의료 참여 및 활성화’와 관련해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개선 △한의사 치매주치의 참여 △한의사 장애인건강주치의 참여 △한의사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참여 등을 제시했다.
우선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은 2021년 8월부터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양방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과 동일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양방의 경우에는 월 100회의 방문진료가 가능한 반면 한의과는 월 60회로 제한돼 있다.
이와 관련 윤 회장은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의 경우 한의과는 2676개소가 참여하고 있으며, 양방의원은 892개소 참여에 그치고 있는 등 한의과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사업임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방문진료 횟수에서 차별을 받는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며 “한·양방 의료의 공정성을 실현하고 시범사업 취지에 맞는 의료 약자의 편익과 건강 증진을 위한 성공적인 시범사업을 위해 한의 방문진료 횟수를 양방과 동일하게 100회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이날부터 시행되는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 및 장애인건강주치의에서의 한의사 참여 배제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윤 회장은 “현재 지자체 중심으로 한의 치매관리사업 및 연구, 임상결과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정작 국가 차원에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에는 한의계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의의료가 제외됐다”면서 “어르신들의 치료효과 및 만족도가 높은 한의의료가 반드시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에 포함돼 어르신들의 건강 증진 및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또 “양방만으로 시행된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 3단계 시범사업을 보면 장애인 중 0.5%만 참여하고, 주치의는 72명만 활동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진행한 한의 장애인 건강관리에 대한 연구 수행결과를 보면 설문 참여 장애인의 92.3%가 한의사 주치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설문 참여 한의사의 96%가 참여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또한 “이처럼 공급자인 한의사와 수요자인 장애인이 모두 원하는 한의사의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참여를 통해 장애인의 의료선택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시범사업도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2019년 1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에서도 한의계의 참여가 배제되고 있다. 한의계의 경우 대부분 일차의료기관으로 이 사업과 가장 연관성이 깊은 직역이며,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한의 만성질환관리 모형 연구를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의계의 참여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윤 회장은 “만성질환의 대표적인 고혈압·당뇨의 경우에는 이미 한의원에서 치료·관리하고 있는 영역이며, 더불어 만성질환은 이 두 질환 외에도 가장 흔한 퇴행성 관절염 등으로 질환 확대가 필요하지만 시범사업의 성과가 두드러지지 못해 질환 확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이에 대해 “만성질환 치료에 강점을 갖고 있는 한의약이 시범사업에 참여한다면 시범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대상질환 확대로 이어진다면 국민들에게 보다 다양한 의료적 혜택을 제공하는데 기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찬 회장은 또 “현재 우리나라 의료개혁을 위해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전체적인 의료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임에도 의료이원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의와 관련된 논의가 없는 것은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특별위원회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전체 의료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한의 분야도 논의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윤 회장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의료-적정수가의 의료가 필요한데, 한의약이야말로 이에 적합한 의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이어 “현재 한의사는 현대 한의학을 배우고 현대 한의학을 하고 있는 의료인으로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 의료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국민들의 건강권 증진을 위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에 한의사가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조언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