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광 중
대구한의대 한방산업대학원장 겸 한의과대학장
현 참여정부는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주요 정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역의 역량이 수도권으로 과도하게 집중되는 지금같은 상태에서는 바람직한 나라 전체의 발전이 어렵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방 살리기에 대한 지역의 대응자세는 어떠한가.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지방경제는 최악의 상황이고, 그 이유가 산업구조, 더 나아가 시민의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요란스러운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지방의 모든 것이 확 바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으나 지금은 그때와 많이 달라진 느낌이다. 체념한 것인지 아니면 정부정책대로 저절로 지역균형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IMF 외환위기 사태가 생긴 것도 일부 IT산업의 풍요 속에 나라의 각 부문마다 스스로의 중심위치를 망각한 것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있지 않은가. 요즘 지방들의 대응자세를 보면 진정한 위기감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지방의 위상강화는 중앙과 차별화된 의식을 담은 분명한 지방전략을 갖고 당당히 나아갈 때 가능해진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지방의 남다른 산업역량확보 등 경제적 독립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오랜 시간 완만한 성장과정을 거쳐온 선진국과는 달리, 급속 성장과정을 밟아온 우리나라의 지방환경을 볼 때 경제적 독립성은 더욱 중요하다.
급속한 산업화의 결과 산업부문의 거의 모든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블랙홀 현상’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 살리기를 위한 방법에 있어선 기존의 블랙홀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는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경영합리화나 산업다각화 등의 정책 움직임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각 지방에 어울리는 차별화된 산업정책을 추구해 기존의 수도권 중심으로 산업자원이 집중되는 폐해를 개선하는 산업구조가 될 때 진정한 지방 살리기는 가능하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지방이 지방화 전략을 갖고 당당히 중앙과 함께 하고자 대두된 전략의 하나가 한방산업 육성이다. 한방산업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한의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산업이나 한약재를 바탕으로 상품개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방농축산물, 황토방, 자연생활, 건강촌 등의 자연건강생활 산업과 기공, 단식, 명상 등의 자기계발 건강산업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한방산업은 자연성을 강조하며 자연과의 이미지 연계를 통한 산업기반속에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기존 1·2차 산업의 구도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산업간의 조그만 구조조정이나 리모델링으로도 얼마든지 경쟁력 있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다. 또한 한방산업은 포스트모더니즘 속에 세계적으로 새롭게 일고 있는 자생적 수요를 가진 건강산업이다. 따라서 한방산업은 결코 우리 주변에 떠도는 곁가지 산업이 아니라 이 시대 세계가 요구하고 우리 지역만이 제대로 가꾸고 키울 수 있는 중심 산업이요 신산업이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은 한방산업을 지역전략산업으로 선택해 놓고도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실천으로 이끌기가 어려워서인지 제대로 추진을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방산업은 이미 널리 존재하는 수요를 잘 끌어 모으는 산업이다. 따라서 새롭게 수요를 창출하는 위험이 적은 산업인 만큼 산업정책의 추진과정에서 큰 틀을 가지고 주위 여건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일관되고 뚜렷한 의지를 가진 ‘기(氣)싸움’이 중요하다. 결국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우리나라 지방만이 갖고 있는 지역역량을 당당히 펼쳐 나갈 때 한방산업을 통한 지방 살리기는 가능하다. 세계가 웰빙문화 바람 속에 우리의 건강산업, 한방산업 창출을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는 한방산업과 함께 새로운 분야로 한 발짝씩 나아가는 것이 곧 지방의 살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