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광 중 대구한의대 한방산업대학원장겸 한의과대학장]
지율 스님 단식에 대한 이야기로 나라가 시끄럽다. 과연 극단적인 방법으로 인해 대형국책사업이 중단되는 것이 옳은 일이냐의 문제 때문이다. 부안군 위도 핵폐기장 설치 무산에 이어 새만금 간척사업의 중단이 야기된 이후라 그 심각성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국가의 대형국책사업 중단으로 미래지향적인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부담이 되고 이미 계획되고 진행되어 왔던 사업이 극단적인 방법의 저지로 사업이 중지되는 전례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형국책사업을 통한 지역개발이 자연환경보전의 문제로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정부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형국책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미리 여론을 수렴하여 계획을 세우는 방법과 진행과정의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사회적 조정기관 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 결과론적 대책만으로 이러한 사회적 갈등에 대한 해결이 가능할 것인가.
우리 사회에 왜 이런 갈등 현상이 생겨나는 것일까.
원래 지역개발과 자연환경보전은 상대적인 것이라 병존하기 힘든 측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역개발과 자연환경보전 모두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향성을 갖고 있기에 이것은 양존해야 하며, 이것이 병존해야 삶의 질이 향상된 사회와 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 결국 이것은 하나의 목적에 대한 두 가지 서로 다른, 그러나 모순되지 않은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지역개발과 자연환경보전은 병존하는 상태에서 각각 자기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지역개발과 자연환경보전이 병존하지 못하고 지역개발 입장에서 자연환경보전을 생각하는 상태로 이뤄져 왔다. 오늘날의 사회적 갈등은 지역개발과 자연환경보전을 일방적으로 하나의 틀 속에 무리하게 집어넣는 데서 생긴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지역개발 입장에 따라 자연환경보전을 생각하면서 급격하게 진행되는 자연의 오염과 자원의 고갈을 막지 못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하는 데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이러한 상태에서 그동안 일방적으로 끌려가던 소외부분인 자연환경보전을 독립적 입장에서 생각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또한 이를 의도적으로 보호하려는 분위기도 함께 생겨나게 된 것이다. 지금 이들의 극단적인 행위에 따른 사회나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도 이 분위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극단적인 행위를 통한 사회적 변화의 유도 움직임은 결국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힘의 양극화 속에서 힘이 집중되는 곳과 집중되지 않는 곳 사이의 갈등이 아직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앞으로 사회적 갈등이 해소돼 극단적 행위가 없어지기 위해서는 힘의 양극화 속에 힘이 모아지는 곳과 힘이 모아지지 않은 곳이 서로를 독립적으로 인정하는 자연스런 분위기 속에서 각각 사회적 기준을 세워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힘이 집중되는 곳이 사회적 기준이 되고 대세가 되는 경향이 컸다. 또한 대세에 따라 승복하는 것이 사회적 윤리였다. 그러나 이제는 힘이 모이는 것이 비록 대세라 하더라도 전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대세라 하여 소외된 곳, 힘이 약한 곳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워서는 안되는 시대다. 민심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다수결 결정도 때로는 민심을 다시 확인하면서 해야 함을 보지 않았던가.
성숙된 삶의 과정을 찾기 위한 의식혁명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현실적으로 힘의 양면성을 느끼면서도 두 얼굴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는 인색했다. 주류·비주류, 제도권·비제도권으로 비쳐지는 것이 그것이다. 앞으로는 두 얼굴 속에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지율 스님의 단식은 우리 모두가 빠져있는 고정된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세상 힘의 양면적 존재를 인정하라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한·양방의 존재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