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강준혁 기자]“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인한 의료비 재정압박과 불경기로 인한 건강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의료 질 평가체계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된 ‘2024년 인구정책의 전망과 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유엔 인구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46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된 인구구조에서 고령화는 반대로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강 연구원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는 지역사회 주민 단위로 건강·의료·돌봄의 통합관리에 대한 사회적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 적용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의 1인당 월평균 진료비의 전체 평균 대비 수준은 매년 줄어들어 2022년은 2017년 대비 0.36%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구성비는 2017년 13.4%에서 2022년 17%까지 3.6%포인트 증가했다.
강 연구원은 “총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유사한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는 당분간 사망률 감소와 생존율 증가의 영향이 지속되며, 의료비 지출은 고령인구 증가에 맞춰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OECD 통계의 2022년 잠정치 기준으로 한국의 의료비 지출 수준은 OECD 평균을 이미 넘어섰다. 전 국민이 지출한 보건의료 비용인 경상의료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9.7%로 OECD 평균 9.2%를 초과했다. 이미 고령화가 진행 중인 일본과는 2.3%포인트 차이로 가까워졌다.
강 연구원은 “특히 2024년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면서 “초고령사회는 서비스 제공과 지출 구조에서 혁신적 변화가 없다면 어느 때보다 건강관리에 적극적인 고령인구의 증가로 건강 증진 의료비 지출 증가에 대한 국가의 재정 부담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생산인구 감소와 맞물린 고령화가 건강보험 재정 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본격적으로 체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필사적인 혁신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선 단기적으로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장기적으로 미래 보건의료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는 핵심 정책으로 ‘지역사회 일차 의료 혁신’의 추진이 필요하다는 게 강 연구원의 주장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이 주도하는 보건의료 정책 환경에서 일차의료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강 연구원은 국정 과제와 보건의료 환경 전망을 반영해 함께 추진해야 할 세부 과제로는 △지역 주민 대상 일차의료 가치 기반 지불 모형의 개발과 시범 운영 △의료비 지원 제도의 체계적 통합과 외연 확대 △건강보험 의료 질 평가 체계 구조 개편 △디지털 전환을 통한 혁신의 촉진 등을 제안했다. 그는 “이 과제들은 기타 정책 추진의 기반이 되고 일차의료 혁신에 공통으로 작용한다”며 “상호연관성과 전체 보건의료시스템으로의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가치 기반 의료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한 건강보험 의료 질 평가체계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디지털 전환이 이를 위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강 연구원은 “가치기반 의료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지원하고 사업 간 효율적인 연계를 위해서는 국가 단위 의료 질 평가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며 “의료 질 평가 사업의 영향이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되고 있어 병원과 의원에 대한 평가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치 기반 지불모형은 개발 단계부터 디지털 전환과 AI 자동화 계획을 반영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내 부서 간 협의와 협력 구조를 마련해야 하지만, 여전히 디지털 전환이 알맹이 없는 수단으로서 독립적이고 분산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많은 디지털 데이터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기록·저장할 수 있도록 시스템·데이터 간 상호운용성 전략을 가치 기반 지불 모형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