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강현구 기자] 한의사 교의의 성교육이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에게 성 인식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남녀합반 시 이성 강사에, 남녀분반 시 동성 강사를 선호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박정수 세명대학교 한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조교수와 이승환 대한한의사협회 소아청소년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세명대학교 한의학연구소 논문집 제24권에 ‘초등학교 5·6학년 대상 한의사 교의의 남녀분반 성교육이 성 지식 및 성 인식에 미치는 영향(Assessing the Impact of Gender-Segregated Sex Education by School Doctors of Korean Medicine on 5th and 6th-grade Elementary School Students)’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게재했다.
학교는 학교보건법 제15조와 학교보건법 시행령 제23조에 근거해 교의를 둘 수 있으며, 한의사 교의는 학교가 요청하는 보건교육(성교육, 감염병 교육, 건강관리 교육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교육과 감염병 교육에 대한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의 높은 만족도와 요구도가 높아짐에 따라 서울시한의사회는 학교당 교의 1명을 배정하고, 공통 교안을 개발·제공해오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의학에서는 남자 16세, 여자 14세에 천계(天癸)에 의해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 생식이 가능하다고 했으며, 질병관리청의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2021년)’에서도 △중학교 1학년 이전 성관계 경험 학생이 전체의 0.8% △성관계 시작 연령은 남학생 13.9세, 여학생 14.3세로 조사된 만큼 학교는 사춘기 학생들이 올바른 성 관념을 가질 수 있도록 시대 상황에 맞는 성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박정수 조교수, 이승환 부위원장
이에 연구진은 초등학교 고학년의 성 지식과 성 인식을 알아보고, 교육 전후 변화에 대해 고찰해 남녀 분반으로 동성 한의사 교의가 진행하는 성교육이 더 효과적인지를 알아보고자 연구를 수행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남녀 분반, 동성 교의가 성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2명의 남녀 한의사가 대면으로 참여해 5·6학년 남녀 학생을 대상으로 △남성과 여성의 신체 변화 △성관계 △성 매개 감염병 △이성 교제 △성폭력(온라인 그루밍, 가스라이팅)에 대해 교육했으며, 성교육 전후 학생들이 자기기입식 설문조사에 응답하도록 했다.
이후 연구진은 △응답자의 특성 △교육 전후 성 지식·인식 △교육 후 만족도에 대한 사항을 기술 통계 방법으로 빈도와 분율로 제시했으며, △본인이 생각하는 성 지식 정도와 실제 차이 정도 △교육 전후 성 지식의 변화는 독립 표본 t-검정(유의수준 0.05)을 사용해 분석했다.
남녀분반 성교육의 교육 전 설문조사에는 48명(남학생 29명, 여학생 19명)이, 교육 후 설문조사에는 52명(남학생 29명, 여학생 23명)이 참여했으며, 학년은 교육 전 5학년이 24명(50.0%), 6학년이 24명(50.0%), 교육 후에는 5학년이 28명(53.9%), 6학년이 24명(46.2%) 참여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93.8%가 성교육 경험이 있었고, 이성교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8.3%(4명)이었다.
이어 본인의 성 지식 정도에 대해서는 ‘(조금·매우)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학생이 83.0%(39명), 평소 성 생각 정도에서 ‘거의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생은 64.6%(31명)로 나타났으며, ‘사춘기로 인한 신체 변화가 있다’고 응답한 학생이 36.2%(17명)였으나 ‘모르겠다’고 응답한 학생이 46.8%(22명)으로 더 많았다.
성 지식 문항은 ‘사춘기의 시기와 변화는 사람마다 다르다’, ‘약한 생리통에도 무조건 진통제를 복용해야 한다’ 등 총 8문항으로, 성교육 전 성 지식 점수는 3.98±1.71(평균±표준편차)에서 교육 후 평균 6.54±1.43(만점 8점)으로 상승했는데 특히 성교육 전후 문항별 정답률은 교육 전 16.7~97.9%에서 교육 후 53.8~100.0%로 증가했다.
이중 ‘생리는 정상이지만 냉은 비정상’이라는 문항에 대해 교육 전에는 ‘모르겠다’고 응답한 학생이 75.0%였으나 교육 후에는 정답률이 78.8%로 상승하는 등 전체적인 정답률이 교육 전에 비해 상승했다.
또 과거 성교육 경험과 본인이 판단하는 성 지식 정도에 따라 실제 성 지식에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분석했는데 성교육 경험에 따른 실제 성 지식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성교육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학생에게서 더 높았으며, 본인이 판단한 성 지식 정도가 높은 학생의 성 지식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 인식 문항은 ‘여드름, 변성기, 성장통이 왜 생기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다른 성별의 2차 성징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등 총 7문항으로 실시, 교육 전에 비해 교육 후에 성 인식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교육의 도움 정도에서는 남녀분반 교육의 도움 정도가 4.25±0.81, 동성 교의의 도움 정도가 4.38±0.72, 한의사 교의의 도움 정도가 4.27±0.82(평균±표준편차)로 나타났다.
특히 ‘남녀분반 수업이 남녀합반 수업에 비해 도움 됐다’는 답변은 80.8%, ‘이성 강사에 비해 동성 강사가 도움 됐다’는 답변은 86.5%, ‘한의사 교의의 성교육이 도움이 됐다’는 답변은 80.8%로 집계됐다.
또 이번 연구에서 성교육 경험이 있다고 한 학생은 93.8%였고, 앞서 또 다른 조사에서 중학교 1학년 학생의 연간 성교육 경험률은 81.9%였으나 성교육 경험 여부에 따른 통계적인 성 지식 차이는 없었고, 오히려 성교육 경험이 없는 군에서 성 지식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이는 학교의 성교육이 성 지식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성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아울러 “서울시한의사회에서는 유네스코 성교육 가이드라인에 따라 △관계 △성적 자기 결정권 △젠더에 대한 이해 △건강 관리 기술 △성폭력 △신체 발달 △성·건강 등의 내용을 포함한 성교육 교안을 개발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초등학생 대상 성교육은 생물학적 지식에서 나아가 아동이나 청소년을 성폭력 피해에서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포괄해 성 지식을 늘리고, 사상을 고취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