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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5일 (월)

곤칠러스

곤칠러스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며 아쉬움에 눈물을 글썽이는 순수한 동포애는 영원히 잊을 수 없어
김영근 경남한의사회 사무처장

사랑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봉사다. 봉사는 남을 위한 일이지만 자신을 뒤돌아보는데 더 소중한 기회일 수가 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고 돌아오는 길은, 누구로부터 받는 것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

김영근 처장님.jpg

 

십여 년 전이다. 한의약의 후예 10여 명이 카자흐스탄에 한방 의료봉사 활동을 하려고 떠났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해외 교민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함이었다.

 

카자흐스탄 유수토베는 고려인들이 처음 강제로 이주당한 곳이다. 아직도 그곳에는 고향을 그리워한 나머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추억에 잠기는 교민들이 살고 있었다. 급수 사정도 나빴다. 석회가 섞여 있는 물을 정수도 하지 않고 오랫동안 마셔서 비만, 요도염 등 각종 질환을 앓고 있었다. 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일깨워 주었다.

 

아침 숙소에서 진료 장소로 이동하는데 버스정류장의 풍경이 이채로웠다. 노점상 노인들은 담배를 한 개비씩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 칠 팔 십 년대 보릿고개 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친숙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의료봉사 첫날에 짜라따예보라는 두 살짜리 어린아이가 진료받으러 왔는데, 하지마비로 인해 걷기가 힘들었다. 모녀가 언어장애라 주위에 있는 분이 대신 통역하였다. 연민의 정이 느껴졌지만, 어머니와 딸이 말을 못하니 답답하였다. 긴 의자를 잡고 걸을 수 있도록 해보는데, 다리에 힘은 있으나 이내 쓰러졌다. 걷지 못하는 아이에게 의료진이 침을 놓고 치료를 해주니 조금씩 걸음마를 했다. 이제부터라도 부지런히 걷는 연습을 하면 걸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다음날 또 오라고 단단히 일러두었지만, 다시 오지 않았다. 참으로 마음이 애달팠다. 너무나 안타까운 나머지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한국에 가서 보행기라도 보내드리면 어떻겠냐고 해외의료봉사단에 애면글면해 보기로 했다.

 

아버지는 자식을 외면하고 도망을 간 모양이다. 비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머니는 자식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였다. 모성애는 세계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똑같았다. 더 많은 도움을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은 하루였다.

 

이튿날 오신 차제라는 이름을 가진 분은 아들과 함께 왔다. 이곳에서 바느질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고, 남편은 관공서에 근무하다 먼저 세상을 등졌다고 하였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차 늘 향수에 젖어 살고 있다고 했다. 차제님 어머니는 고향이 평양이었는데, 다시 가보지도 못하고 82세 일기로 유명을 달리하였다는 말에 가슴이 먹먹해 왔다. 체제는 다를지라도 동포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었다. 평소 한국말을 잘 사용하지 않다 보니 서툴고 어눌하였지만, 한마디씩 할 때마다 애틋한 정이 배여 있었다. 그간의 삶의 애로를 이야기할 때는 더욱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낮 기온은 35도 이상 뙤약볕이었다. 하지만 봉사 열기는 더없이 뜨거웠다. 그날따라 날씨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천둥과 바람을 동반한 강한 비가 내렸다. 금방 도로가 물바다로 변하고 교회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되어버렸다. 이곳에 비가 올 때는 바람과 천둥을 동반한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방수 처리가 잘되어 있지 않다고 하였다. 어쩔 수 없이 비가 그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날씨가 쾌청하였다.

 

오후 진료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가는 와중에 차창 밖에 흰 천으로 둘러싸인 움막이 양쪽으로 즐비해 있었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듯 침대와 여러 가지 가재도구 등도 눈에 띄었다. 그야말로 집 없는 사람의 움막이었다. 카자흐스탄은 산유국이라도 빈부격차가 크다고 가이드가 귀띔해 주었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와 TV를 보려고 리모컨으로 조작을 해보았으나 가동이 되지 않았다. 다른 방에도 그런가 싶어 가보니 마찬가지였다. 프런트에 가서 직원에게 TV를‘고쳐 달라’고 하니 “곤칠러스! 곤칠러스!”라고만 하였다. 우리말로 고치겠다는 말로 알아듣고 기다렸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알고 보니 그 뜻은 ‘방송이 끝났다’는 말이라 일러 주었다. 소리는 우리말과 비슷한 것 같은데 다른 뜻을 지니고 있어 한바탕 웃으며 언어소통에 이런 묘미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결혼한 카자흐스탄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곤칠러스’라는 말을 듣고, 남녀사랑의 에로틱한 여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연일 계속되는 진료로 몸은 지쳐 있었지만, 치료받은 후 한결같이 가슴에 손을 얹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스파시바!(감사합니다), 스파시바!”로 고마움을 표하였다. 그 말을 들으니 고단함이 일순간 사라졌다. 의료봉사를 통해 교민들의 가슴에 희망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음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꼈다. 

 

이국땅에 와서 교민들과 나누고 인도주의를 실천하며 얻은 감동의 물결은 아직도 뇌리에 짠하다. 언젠가 다시 한번 만날 날을 학수고대하고 헤어졌지만, 보내기 싫어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며 아쉬움에 눈물을 글썽이는 순수한 동포애는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수필과 비평.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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