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이규철 기자] 인천광역시한의사회(회장 정준택)가 지난달 21일 열린 제44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선거 및 선거규정 개정을 승인하고, 전국 시도지부 최초로 회장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천지부는 차기 회장선거부터 후보자가 다수일 경우에 한해 1차 투표에서 과반의 득표자가 나오지 않게 되면 상위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2차 투표인 결선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결선투표제가 실시되면 당선자는 전체 투표자의 과반으로부터 지지를 얻은 것, 즉 반대한 사람보다 찬성한 사람이 더 많았다는 의미가 되므로 당선자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 보다 용이해지게 된다.
현재까지 진행되었던 종다수결 투표의 경우 군소후보 지지자는 사표론에 휩쓸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투표하게 되는 경우가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결선투표 도입은 이론적으로는 소신투표가 늘어나게 되어 유권자 의사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른바 ‘콩도르세 패자(Condorcet loser)’의 당선이 불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콩도르세 패자란 다른 모든 후보들과의 일대일 대결에서 지는 후보가 있을 시, 바로 그 후보를 말한다.
예를 들어 세 후보 A, B, C가 있는데, A 후보가 B와의 일대일 대결에서도 지고, C와의 일대일 대결에서도 진다고 하면 A가 바로 콩도르세 패자다. 그런데 1차 투표로만 치러지는 선거에서 후보가 3명 이상이라면, 콩도르세 패자가 1위가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즉 앞선 예에서 A, B, C가 3자 대결을 한다면 A가 1위가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의 노태우 후보의 당선이 바로 그런 예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노태우 후보는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 각각의 일대일 대결에서 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3자 대결로 치러진 해당 선거에서는 36.6%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다.
반면 앞서 설명한 것과 반대로 결선투표가 진행될 경우 오히려 콩도르세 승자가 낙선하는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 일대일 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는 후보자가 3자 대결을 진행할 경우 1차 투표에서 탈락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두 차례 투표를 진행하는데 따른 인적‧물적 비용 증가라는 부담도 생길 수 있다. 현행 선거처럼 온라인 선거를 진행하게 된다손 치더라도 1차 투표 종료 후 다시 한 번 투표를 거치게 되어 선거 기간은 더욱 늘어나게 되며, 예산의 추가 투입 역시 불가피하다.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에 독단적인 회무를 운영할 수 있는 여지도 우려될 수 있다. 결선투표의 경우 최다 득표자 2명만 놓고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자신이 그다지 지지하지 않는데 어쩔 수 없이 후보를 고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결과에는 이것이 나타나지 않고 그냥 과반을 얻은 것으로만 집계되기 때문에 당선자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온전히 과반의 지지를 얻었다는 생각에 빠져 향후 회무 운영에 있어 본인의 소신대로만 밀어붙일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한의계에서는 인천광역시한의사회의 이 같은 선거제도 변화가 향후 다른 지부와 중앙회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미 인천지부는 지난 2005년 열린 지부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회장 직선제를 전국 시도지부 최초로 통과시킨 바 있기 때문이다.
인천지부의 이와 같은 변화 시도는, 이후 타 지부들에도 선거 및 선거규정 개정을 통해 지부장 선거가 직선제로 확산되는 첫 걸음이 되었고, 중앙회 역시 제41대 회장 및 수석부회장 선거부터는 직선제를 도입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