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강환웅 기자]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회장 김보경·이하 학회)은 13일 성명서 발표를 통해 감정자유기법이 반복 등재된 신의료기술 고시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Emotional Freedom Technique)’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를 위한 치료기술로, ‘19년 우리나라 신의료기술 고시(제2019-232호)에 이미 등재된 기술이다. 특히 한국보건의료원(NECA)의 안전성·유효성 평가를 통해 한의계 최초의 신의료기술로 등재됐고, ‘21년에는 한방 정신요법으로서 행위 비급여 목록에 등재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월29일 보건보깆부는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결과 고시’를 개정·발령하면서 ‘감정자유기법(EFT)’을 신의료기술로 반복 등재해 한의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 성명서에서는 “이번에 감정자유기법을 신의료기술로 다시 신청한 측에서는 기존 감정자유기법과 다른 부위를 자극하고, 일부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에 기존 기술이 아니라는 취지로 서류를 제출했다”며 “이후 심평원에서는 기존 기술 여부를 확인하는 위원회를 양의사 위원들로만 구성·심의한 결과 심지어 이름까지도 똑같은 기술을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학회에 따르면 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보고서에서 확인된 신청 EFT의 기존 EFT와 다른 점은 9개 자극 부위 중 정수리 부위의 백회혈을 추가하고, 겨드랑이 부위의 대포혈을 제외한 것이 전부라는 설명이다.
학회는 “신청 기술이 두드림 자극 이후 뇌조율과정을 생략했다고는 하지만, 기존 기술에 없는 것을 더한 것도 아니고 기존 기술의 전체 과정 중 일부를 생략한 것이 어떻게 신의료기술이 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는 뇌조율 과정은 필요시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단축형·표준형의 분류에 지나지 않은 것이며, 백회혈과 대포혈의 선택, 뇌조율과정의 생략은 기존 기술에서도 사례에 따라 통상적으로 응용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특히 성명서에서는 “EFT 정신요법과 경혈학에 대해 조금이라도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위원이라면, 두 기술이 다른 기술이라는 판단 또는 신청 기술이 신의료기술 평가대상이라는 판단을 절대로 내릴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런 판단은 당시 위원들의 고의적인 직무유기이고, 만약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 해당 위원으로 참여해 이렇게 판단했다면 위원회를 소집한 심평원의 무능인 셈으로, 어느 경우든 심평원의 기존 기술 여부 심사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자명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학회는 “심평원에서 기존 기술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후 NECA는 신청 기술의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해야 하는데, 이때도 양의사들로만 이뤄진 소위원회가 평가를 진행했으며, 이 위원회에서는 ‘19년 기존 EFT를 평가할 당시 선택한 근거 논문들을 그대로 사용한 것은 기존 기술과 같은 근거들로 새로운 기술을 평가한 셈”이라며 “기술 자체가 같으니 어쩔 수 없는 결과일 텐데, 심평원과 NECA를 거쳐 신의료기술을 평가·심의하는 전반적인 과정의 불공정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학회는 “이번 경우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기존 기술을 신의료기술이라고 다시 반복 등재한 어이없는 상황”이라며 “심각한 행정상 오류로 인해 같은 기술을 두 번 평가·심의하고, 두 번 모두 신의료기술로 등재한 이번 결과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즉각적인 신의료기술 고시 철회를 통해 행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