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훈 척추신경추나의학회 학술이사
지난 2019년 레베카 지유스티(Rebecca E. Giusti) 의장의 주도 하에 “Leading, Expanding, and Cutting : The Edges of Osteopathic Medicine”이라는 주제로 올랜도(Orlando)에서 열렸던 AAO 학술대회에 참석한 이래로 5년 만에 다시 2024 AAO 학술대회에 참여하게 된 나는 기대 반 설렘 반의 마음가짐으로 출국길에 나서게 됐다. 이번엔 추나학회에서는 양회천 회장님, 남항우 학술위원장님, 이현준 국제이사님, 이근우 학술위원님을 비롯해 필자까지 다섯 명이 참석했다. 2019년 당시엔 림프계통이 없다고 여겨지는 뇌의 노폐물 배출 통로인 Glymphatic system에 대한 소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AAO 학술대회는 해마다 다른 곳에서 다른 주제를 다루는데 올해는 록키산맥 끝자락 Colorado Springs의 대자연이 아름다운 Broadmoor호텔에서 “인간 수행력 극대화(Maximizing Human Performance)"라는 주제가 다뤄졌다.
운동에 중점을 둔 진단‧치료‧재활
해발 1800미터에 달하는 고원지대인 Colorado Springs의 3월 초 날씨는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와 비슷해 무척 추웠다. 첫날엔 운동에 중점을 둔 관점을 가진 DO들이 진단과 치료 및 재활에 운동의 여러 측면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나탈리(Natalie A. Hyppolite)는 인간의 다섯 가지 기본 동작을 Pushing(밀기), Pulling(당기기), Loaded Carry(무게지탱), Hinging(경첩움직임), Bending(굽히기)로 나누어 움직임을 분석하고, Plank, Push-up, Mountain Climber, Squat, Burpee의 다섯 가지 기본 운동을 치료 및 재활에 활용했다. 운동을 시행할 때에는 자세와 몸통 제어, 균형, 유연성, 힘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소가 모두 제대로 갖추어지면 정상적인 활성화 패턴을 따라 움직임이 일어난다. 환자의 경우 이 중 어떠한 요소들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움직임이 일어나는 패턴이 변한다. 이를 통해 진단도 가능하고 문제가 있는 요소들을 바로잡아주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와 재활로 이어진다.
단테(Dante M. Paredes)는 터키쉬 겟업이라는 운동을 상부교차증후군의 진단 및 치료와 재활에 응용하는 방법을 소개했는데, 이 운동은 도인운동요법으로 시행하기에 손색이 없는 운동으로 생각됐다. 인터넷에서 터키쉬 겟업을 검색해보면 쉽게 찾아보고 따라 할 수 있다.
평소 추나요법 시술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하루였으며, “인간은 혹독한 육체적 노력 없이는 육체적으로 정상일 수 없다(Humans are not physically normal in the absence of hard physical effort.)”라는 마크(Mark Rippetoe)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첫날의 주제와 어울리게 우리는 매일 오전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호텔의 체육관은 매우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으며, 수영장 및 자쿠지와 바로 연결이 되어 있어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 수영 후 온천욕의 순서로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어 매일 아침을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이날 아주 반가운 사람과도 만났는데, 바로 필자가 동료들과 함께 번역해 2022년에 발간한 책 “두안이비인후과 질환의 오스테오패시 치료 2판”의 저자인 마이크 쿠체라(Michael L. Kuchera) 교수였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만난 터라 그간의 회포를 푸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전시관(exhibition) 구역에서는 학생들의 논문 요약도 열람할 수 있었고, 참고해 볼 만한 오스테오패시 서적들도 구매할 수 있었으며, 의료기나 제약회사 및 각 대학의 다양한 부스들이 모여있었다. 여기에서 도움이 될만한 서적 몇 권을 구입했다.
예능인을 대상으로 한 오스테오패시 접근법
둘째 날엔 발레, 댄스, 성악가, 악기연주자, 순회공연 예술가 등 예능인을 대상으로 한 오스테오패시 접근법이 소개되었다.
여후다(Yehudah Jay Sandweiss)는 순회공연 예술가나 엘리트 체육인들을 주로 치료한 경험을 소개했는데, DO로서는 특이하게도 응용근신경학(Applied Kinesiology)을 기반으로 진료하고 있으며, 근육검사를 통해 두개골 기능이상이나 턱관절의 문제가 있는지를 검사하는 방법과 척추주위근육군을 두드려 핵심적인 병소를 찾고 치료하는 간단한 방법을 소개했다(주: DO들은 대개 알게 모르게 DC들을 무시하거나 깔보는 경향이 있다고 느껴졌는데 최근 AAO 학술대회에서는 DC들이 주로 많이 사용하는 고속저진폭 기법들도 소개되고 있으며 이번에 George Goodheart, DC가 창안한 응용근신경학의 관점도 소개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한국계인 예인(Yein Lee)은 성악가나 가수에 대한 접근을 소개했는데, 주로 성대 내외 및 두경부의 해부학을 설명했으며, 해당 부위의 체성 기능장애를 해결하는 방법들을 다뤘다.
저녁때엔 미시건 주립대 오스테오패시 대학 동문회에 초대돼 수기의학의 바이블로 통하는 “그린만의 수기의학의 원리 5판”의 저자인 디스테파노 교수, 근막왜곡모델(FDM)의 선두주자 중 하나인 제니퍼 리바, 작년에 방한해 추나학회에서 징크 패턴에 대해 강의한 벤자민 그린 등과 만나 담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밤부터 눈이 많이 왔다. 이 날 저녁엔 일행들이 함께 모여 이번 학술대회에서 얻은 성과들을 귀국해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잠자리에 들었다.
경락과 경혈에 대한 침술‧지압 등 전인적 관리법 소개
셋째 날엔 퇴역군인과 군인 및 재소자 등 특수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오스테오패시 치료가 소개됐으며 오스테오패시의 창시자인 A.T. Still의 어록들을 음미해 볼 수 있는 Pure Osteopathy라는 제목의 전체강의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로버트(Robert N. Angello)는 경락과 경혈에 대한 침술과 지압, 이침, 호흡법 등을 포함한 전인적 관리법을 소개했다.
오후엔 2차대전 비행기 박물관도 들러보고 텍사스 로드하우스라는 스테이크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후 호텔 볼링장에서 볼링도 한 게임 쳤다.
다음날 콜로라도 스프링스 공항에서 6시 비행기에 오르기로 되어 있어 일행들과 새벽 2시 45분에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고 방에 올라갔는데 알람을 맞추고 누워있어도 잠이 잘 오질 않았다. 새벽 1시가 지나고 2시가 가까울 무렵 필자의 룸메이트인 이근우 원장님이 다급한 목소리로 나에게 시간을 물었다. 시계를 보니 3시가 넘어있었다. 우리는 깜짝 놀라 짐을 싸서 다급히 로비에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연락했다. 알고 보니 3월 둘째 주 일요일 새벽 2시는 2시가 3시로 바뀌는 서머타임 시작점이었다. 서두른 덕에 비행기를 놓치진 않았지만 긴장감이 힘들었는지 귀국길 비행기 안에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곯아떨어졌다.
늘 널리 보는 혜안으로 이런 소중한 기회를 갖게 해주신 추나학회 양회천 회장님, 아직도 학문에 대한 열정만은 청춘이신 남항우 학술위원장님, 꼼꼼한 준비성과 유창한 영어로 우리의 어려움을 덜어준 이현준 국제이사님, 이번 출장의 룸메이트로 즐거운 대화 상대가 되어 준 스마트한 이근우 학술위원님, 운전과 보급 및 현지 안내 등 다양한 지원에 힘써주신 MSU IGH 정성수 부소장님 덕에 의미 있고 보람찬 출장이 되었으며, 우리는 여기서 얻어진 성과들이 학회에서 구체화되고 한의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후속 노력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