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이규철 기자] 대한한의사협회 윤성찬 회장이 9일 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의 집무실을 방문해 △건강보험 추나요법 급여기준 개선 △한방물리요법 건강보험 급여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활용 행위의 급여화 등 한의 건강보험의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윤성찬 회장은 현행 50% 또는 80%를 환자가 부담하고 있는 추나요법 본인부담률을 한의원 30%‧한방병원 40%로 변경하고, 횟수 제한도 연간 20회에서 제한을 삭제하거나 적어도 연간 30회 이상으로 기준을 완화해 국민의 한의의료기관 접근성을 확대하고, 환자의 치료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정부는 추나요법 급여에 대해 재정적인 부담과 모럴해저드 우려 등을 내세우며 높은 본인부담률과 제한적 급여기준을 마련·적용하고 있으나, 지난 2022년 심사결정분 기준으로 약 575억원만이 집행되는 등 실제로는 재정추계(연 1087억원~1191억원)의 절반 수준(43.3~52.9%)만 소요된 것으로 나타나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윤 회장은 “추나요법은 본 사업 진입 6년차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범사업과 같은 비정상적인 높은 본인부담률이 적용되고 있다”면서 “앞서 정부는 추나요법 급여 적용 이후 2년간의 모니터링을 거쳐 급여 기준이나 수가 조정 등 제도 보완 추진을 예고했지만,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의과와 의과에서 동일하게 시행되고 있는 물리요법이 의과에서는 급여로 적용되고 있는 반면 한의과는 급여로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개선도 요구했다.
윤성찬 회장은 “경근간섭저주파요법(ICT, Interferential Current Therapy) 및 경피전기자극요법(TENS, Transcutaneous Electrical Nerve Stimulation)이 비급여로 분류되어 있어 국민의 의료선택권 제한 및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자동차보험 및 공무상 특수요양비에서는 다빈도 한방물리요법 행위들에 대해 급여로 적용되고 있지만, 건강보험에서는 급여로 분류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동일한 의료 행위에 대해 한의과와 의과에 보험급여를 달리 적용해 건보 수가 적용에 대한 국민 혼란 야기 및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면담에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 및 법원의 판결에 따라 한의사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확인된 현대 의료기기 활용 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 필요성도 논의됐다.
윤성찬 회장은 “혈액‧소변검사기, 초음파진단기 등은 복지부의 유권해석과 법원의 판결에 따라 한의사의 사용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건강보험 급여 또는 비급여 적용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회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했고, 이후 사법부에서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관련한 전향적인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과학기술을 활용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활용이 다양화‧객관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적용 차별화로 인해 국민의 건강권‧의료 선택권 및 접근성이 저해되고 있는 문제에 복지부도 적극적으로 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아직까지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환자가 진단검사를 위해 양방의원을 추가로 방문하는 등 물리적 불편과 진료비 중복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는 유사 또는 동일한 의료행위에 대해 보건의료 직종 및 의료기관별로 건강보험 적용을 달리하는 형평성 등 사회경제적 논란이 내재되어 있고, 한의사 의료기기 활용의 다양화 및 활성화에 대한 걸림돌로도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박민수 제2차관은 “오늘 면담을 통해 한의계가 요구하는 건강보험 주요 현안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보건복지부는 새롭게 취임한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성찬 회장은 박민수 제2차관과의 면담 종료 후 세종청사에서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 강민규 한의약정책관 등을 잇달아 만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확대 및 한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면담에는 윤성찬 회장 외에도 정유옹 수석부회장, 서만선 부회장, 김지호 기획/학술이사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