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일주일 동안 베트남과 대한민국의 화평과 미소를 위해 모인 베트남 평화의료연대 진료단으로서 봉사를 다녀왔습니다. 베트남 중부지역의 사람들을 만나 한의과 치료를 진행하는 한의팀으로서 의료보조 및 예진업무를 맡았습니다.
진료팀에 참여하며,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치료받으러 와주셨습니다. 어떤 분께서는 환한 미소와 감사인사로 저희에게 답해주셨고, 어떤 분들은 음식과 과일을 대접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환한 웃음소리와 해맑음으로, 때로는 작은 선물로 감동을 주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충전되는 따스한 기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일 밤 우리는 서로의 고민과 마음을 공유했고, 함께 웃었습니다. 누군가는 제게 작은 교훈을 주기도, 큰 배려를 보여주기도 해 너무나도 감사하고 소중한 순간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내면의 변화를 위해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찾아오는 기회를 고민만 하며 번번이 놓치던 제게는 '망설이지 말자'라는 목표가 있었고, 운 좋게 베트남 평연봉사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번 봉사에서, 큰 용기를 내어준 동료분들과 선생님들을 보며 자극받고, 힘을 얻어갈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특히 멋진 모습을 보여준 Nguyễn NTh y Trang 선생님과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신 김현철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밖에도 베트남에서 일어난 대한민국군의 민간인 희생과 관련해 위령비와 박물관 및 생존자분들을 만나 당시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평화를 희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생존자분들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저희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그들의 반응을 듣게 됐습니다. 생존자분들께서는 이전의 아픈 기억은 더 이상 꺼내보지 말아줬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찾아와 준 의료진분들과 젊은 대학생들에게 미래의 평화를 함께 지켜줄 것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치과진료팀 김용주 선생님께서 ‘직녀에게’를 노래하셨습니다. ‘직녀에게’는 이별과 슬픔에서 벗어나, 오작교 없이도 서로 맞닿을 시간을 고대하는 노래였습니다.
인터뷰 이후, 우리는 어쩌면 ‘평화를 위한 연대’가 아니라, ‘평화에 의한 연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내면의 평화를 위해, 누군가는 친구나 가족과의 평화를 위해, 누군가는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들끼리의 평화를 위해 진료단에 참여했지만, 결국 ‘평화’가 우리를 묶어준 게 아닐까요.
지난 일주일간, 우리가 꿈꿔온 평화는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과 우정을 남겨주었습니다. 평화는 평화의료연대라는 이름으로 진료팀과 통역팀뿐만 아니라, 베트남 주민 분들, 학생들, 생존자 분들 모두를 함께 이어줬습니다.
우리는 훗날 서로 만날 날을 약속했고 기다리고 있으며 만날 것입니다. 이것이 생존자 분들께서 말씀하신 평화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서로 끊기지 않도록 맞잡고, 오작교 없이도 가슴 딛고 만나야 합니다. 이에 평화가 반드시 우리를 다시금 이어주고, 단단히 묶어줄 것임을 희망합니다. 또한 망설이지 않고, 서로에게 손을 내밀 것을 다짐합니다.
-이준원 학생(경희대 한의과대학 본과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