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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4일 (일)

“여기는 감옥이다, 감옥, 옥중 일기나 써볼까”

“여기는 감옥이다, 감옥, 옥중 일기나 써볼까”

한의학 웰빙 & 웰다잉 24
환자의 가장 큰 두려움은 ‘집에 다시 가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 것’

김은혜 원장님(최종).jpg

 

김은혜 치휴한방병원 진료원장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원장의 글을 소개한다.


입원한 지 400일이 넘어가는 환자가 있다. 병원에서 큰 사고가 있었던 이후로 외출, 원외(院外) 산책, 보호자 면회가 전면 금지된 시기라서, 환자는 말 그대로 400일 동안 병원 안에서 꼼짝없이 혼자 지낸 것이다.

 

암의 종류나 진행 정도와 상관없이 암 환자를 두렵게 만드는 상황은 다양하다. 투병하면서 직장에서 먹는 눈칫밥, 반복되는 치료의 부작용,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고 온 아들딸들에 대한 그리움, 가장의 책임감 그리고 모든 암 환자의 기저에 깔린 죽음에 대한 두려움.


“수많은 문제들이 환자를 자꾸만 막아섰다”


폐암을 진단받자마자 시작된 치료가 한없이 길어져서 400일 넘게 입원해 있는 이 환자의 가장 큰 두려움은 ‘집에 다시 가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병원에 오래 모시려 했던 건 아니다. 뼈와 뇌에 전이가 있는 4기 폐암 환자인데, 이런 경우 항암 치료를 받았을 때 평균수명이 11개월 정도로 알려져 있다. 길지 않은 기간이기에 적어도 걸어 다닐 수 있는 컨디션일 때 최대한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퇴원 계획을 몇 번 세울 때마다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열이 나고, 면역 수치가 정상 수치인 5000보다 한참 모자란 50으로 떨어지고, 폐렴에 걸리고, 새빨간 피를 토하고, 항암제가 들어가는 관이 막히기도 했다. 다 나열할 수도 없는 수많은 문제들이 집에 가려는 환자를 자꾸만 막아섰다.

 

달마다 항암 주사를 맞고 방사선치료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머리가 숭숭 빠질 때도, 치료의 누적으로 너무 얇아진 혈관 때문에 채혈 바늘을 몇 번씩 찌를 때도, 3개월마다 찍는 CT에서 조금씩 커져가는 암을 확인했을 때도 앓는 소리 한번 크게 안 내던 환자다. 하지만 거듭되는 희망 고문은 그런 성정조차 지치게 만들었는지, “여기는 감옥이다, 감옥, 옥중 일기나 써볼까”라며 하소연 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아들아, 이제 그만하자”


‘수감 생활’이 400일을 지나 500일을 향해가던 어느 날, 환자와 보호자인 아들을 모두 스테이션에 앉혀놓고 며칠 전 검사한 CT 결과를 말해주었다.

 

“머리에 있는 건 비슷한데 폐에 있는 건 1년 전이랑 비교해서 이제 많이 커졌어요. 아마 항암제 바꾸자고 하실 거예요. 항암 치료에 내성도 잘 안 생기시는 편이고 폐암은 치료제가 많으니까 시도해볼 만하세요.”

 

처음 진단일로부터 15개월이 되던 날이었다. 이미 통계적인 수치보다 오래 살고 계신 상황이었다. 치료의 효과였는지, 의지의 힘 덕분인지, 혹은 기적이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평균수명이 11개월인 줄 알았는데 4개월을 더 살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누군가는 “영감님, 좋으시겠어요. 치료 계속 받으세요”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신의 입장에서는 암은 계속 커져만 가고, 이미 몇 백 일간 꼼짝 못 하는 입원 생활을 보내왔으며, 항암치료를 다시 시작하면 펼쳐질 상황들이 빤히 그려졌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병원에 오래 더 있는다해서 건강하게 살아서 나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치료를 위해 더 욕심을 부릴지, 아니면 여기서 그만둘 것인지, 그 선택은 전적으로 환자의 손에 달려 있기에, 환자의 입에서 나온 결정을 말릴 수는 없었다.

 

“아들아, 이제 그만하자. 내 집으로 좀 데리고 가도.” 환자는 후자를 선택했다. 

 

김은혜 원장님2.jpg

 

“지금 그만둬야 호상이다, 아들아”


“아버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치료 효과가 좋으신 편이라는데……. 여기서 그만두실 거예요? 오래 사셔야죠.”

 

“병원에만 있는데 오래 살아서 뭐하냐. 할아비가 되어서 네가 작년에 낳은 우리 손녀 얼굴 한번 못 봤는디……. 그리고 지금 김 선생이 내가 오래 산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으니 되었다. 지금 그만둬야 호상이다, 아들아.”

 

“그래도…….”

 

“네가 온 김에 지금 짐도 싸자. 나 혼자서는 못 한다. 퇴원한다는 거 몸이 알면 바로 고장나 버리니께 지금 빨리 가자.”

 

환자는 미련 없이 홀가분하게 병실을 떠났다. 500일 가까이 환자의 집을 대신했던 병실은 청소를 마치자 다시 휑하니 비어 다음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로 감옥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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