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강준혁 기자] 정부가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비대면 의료서비스가 제도화되면 고용이 최대 150만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고용영향평가브리프 제41호’에서는 ‘비대면 의료서비스 확산의 고용효과’를 주제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은 코로나19 시기에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전면적으로 허용된 바 있고, 2024년 현재 비대면 진료서비스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국정과제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명시하고, 의료취약지 등 의료사각지대 해소 및 상시적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 대해 일차의료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서 급증한 비대면 의료
한국의 원격의료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업화를 시작하거나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지만, 제도의 불확실성 때문에 본격적인 시장은 아직 형성되지 못한 상태다. 국내 원격의료 기업은 2023년 8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 종료를 기점으로 대부분의 비대면 진료서비스를 중단하고, 남은 일부 서비스도 사업전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네이버는 일본에서 라인을 통해 원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원격의료 지원이 가능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테스트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의료 데이터 플랫폼 기반의 원격모니터링 및 건강관리, 병원 솔루션 지원, 데이터 분석을 기본 사업구조로 하며 당뇨관리를 기반으로 한 건강관리에 집중해 원격의료 시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은 재외국민 등 해외환자를 중심으로 한 원격의료서비스, 원내 입원환자 대상 비대면 상담 및 회진서비스, 비대면 협진체계 중심의 원격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원격의료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비대면 의료, 의료인력 부족 해결책 될까
원격의료산업의 성장은 노동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첫째, 원격의료는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의료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둘째, 원격의료는 의료인력의 고용형태 다양화를 초래한다. 미국에서는 원격의료 활성화의 효과로 의사의 고용형태가 원격의료 기업 직접고용, 파트타임, 긱워커 등으로 다양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셋째, 원격의료 기술을 보유한 의료 전문인력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보건의료 서비스의 제공방식 측면에서 볼 때, ICT의 발전과 함께 비대면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원격 건강관리 서비스 수요와 방문의료, 건강주치의 등 밀착형 서비스 수요가 증가했다.
다만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원격진료의 허용범위가 협소하기 때문에 원격의료 서비스산업의 성장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의사나 약사의 경우 비대면 진료 전담 의료기관 및 비대면 조제 전담 약국 운영 금지, 비대면 진료·조제 비중 제한 등으로 인해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의료인의 재택근무, 긱워커와 같은 고용여건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작다는 설명이다.
다만 의료취약지나 재외한국인, 해외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원격 의료서비스는 증가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의료인 일자리도 일부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엔지니어 수요도 증가 전망
또한 원격의료서비스는 ICT와 같은 비의료인력 노동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원격의료 지원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으며,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관련 개발·제조, 서비스 기획 및 개발과 관련된 엔지니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만성질환 원격진료 및 모니터링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원격진료에 필요한 클라우드 기반 EHR, 화상회의, 결재 및 보험청구, 진료예약, 자동선별 등 소프트웨어 관련 일자리가 증가할 수 있다. 원격모니터링에 필요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원격모니터링 의료기기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디지털치료제 등 디지털 의료기기 시장도 꾸준히 성장할 전망으로 관련 제품개발 및 생산에 필요한 엔지니어 수요의 증가가 기대된다.
다만 디지털 헬스케어와 원격의료산업 분야는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정책적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ICT는 세계적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 분야의 IT는 선진국에 비해 3년가량 뒤떨어져 있다. 의료분야의 전문성과 ICT가 효과적으로 결합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의료분야는 생명을 다루는 매우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산업이므로 IT가 도입되는데 많은 시간과 검증이 필요하지만, IT에 대한 수용성이 증가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확대되고 있다. 의료산업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원격의료 관련 정책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원격의료 관련 정책의 뒷받침이 있으면, 의료산업 전반의 디지털화가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보고서에서는 끝으로 비대면 의료서비스 확대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로 의료법 이외에도 개인정보보호제도, 데이터 관련 제도, 의료기기제조 관련 정책 등이 폭넓게 고려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계획한 정책을 모두 추진하면 고용 유발 효과가 충분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의료기기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2023.4.4.) △보건의료기술육성 기본계획(2023.4.19.)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고도화(2023.6.1.) 등 정부정책에는 필요한 정책이 망라돼 있다.
보고서는 “급진적 규제 개혁까지 가지 않더라도 중간 수준의 규제개선만으로도 고용효과가 크다”면서 “정책시나리오 구성에 사용한 10개의 정책을 차근차근 검토하면서 실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