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발주한 ‘한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도입 타당성 연구’(연구책임자 이혜윤 교수·부산대 한의전) 공청회가 지난 7일 서울역 KTX 회의실에서 개최돼 실기시험 도입 모형안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날 공청회는 ‘한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도입 타당성 연구’의 마지막 단계로, △선행자료 분석 △설문조사를 통한 의견수렴 △한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협회 자문회의 △전문가 델파이조사 및 토론 △관련 기관 협의 △시뮬레이션 등을 거쳐 마련됐다.
공청회는 송호섭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이은용 한의사국가시험위원장, 최성열 대한한의학회 교육이사, 조학준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평가인증단장, 한창호 한국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협회 간사 등을 비롯 연구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한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도입 타당성 연구’는 전국의 한의사 2575명과 한의과대학 교수진 206명이 응답한 설문조사 및 한의과대학 추천 12명과 임상분과학회 추천 9명으로 구성된 21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응답률을 바탕으로 모형안이 작성됐다.
연구 책임자인 이혜윤 교수는 실기시험 모형(안)에 대한 설명을 통해 “이번 연구는 ‘일차진료의’로서 기본적인 진료수행능력을 갖춘 한의사 배출과 같은 사회적 요구가 있는 반면, 현행 한의사국가시험은 진료수행능력 중 지식 이외에 임상추론능력, 임상술기, 태도 및 의사소통 능력 등에 대한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한한 개선방안으로 한의사국가시험에도 실기시험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돼 진행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연구는 △실기시험 필요성 및 도입 시기 △구성방안 △운영방안 △소위원회 논의사항 △시뮬레이션 결과 △로드맵 및 향후 과제 등에 걸쳐 이뤄졌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실기시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한한의사협회 회원 설문조사 응답자 중 81.9%(1819명)가, 한의과대(원) 교수 설문 응답자 중 92.2%(190명)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실기시험 도입 시기는 전체 한의사 조사결과 ‘25년 시행안을 가장 많이 선택했지만(1328명, 64.5%), 전문가 델파이 조사에서는 ‘27년(10명)과 ‘29년(10명) 시행안을 선택했다.
‘27년에 실기시험이 도입되려면 최소 2년 전 시행규칙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한 2024년 8월 중에는 의료법 시행규칙이 개정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실기시험 형태에 대해서는 한의사의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고려하여 진료 수행의 전반적 절차를 평가하는 진료문항 8개와 임상술기를 평가하는 복합수기문항 2개로 구성됐으며, 문항 당 소요시간은 12분으로 제안됐다.
이는 실기시험의 신뢰도 유지를 위해 필요한 station 숫자를 확보하고, 수기문항의 채점관으로 참여할 교수 인력의 수, 진료문항의 개발 및 표준화환자 훈련에 참여할 교수 인력의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평가항목은 진료문항 대상 임상표현 48개(예비문항 포함 58개)와 수기문항 대상 수기 24개가 제시됐으며, 시행 후 난이도, 변별도와 구현 가능성 등을 고려해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진단됐다.
이와 함께 운영방안에 대해서는 국시원 주관 일괄 시행으로 필기시험 전 졸업예정자에게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진료문항의 채점은 표준화 환자 2인이, 수기문항의 채점은 한의과대학 교원 1인이 하는 것이 타당한 방법으로 제안됐다.
더불어 국가시험 합격 여부에 대해서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 모두 합격할 경우 면허를 부여하는 방안이 제시됐으며, 소요시간은 학생 1명 응시 시간이 약 3시간(시험실 이동 시간 포함)으로, 800명 기준 국시원 3개 라인을 이용해 1일 3사이클을 돌았을 때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관련 이혜윤 교수는 “현재 각 대학에서 실기 교육 및 평가가 진행 중인데, 국가시험 수준의 실기시험 도입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한대협 내 ‘실기시험위원회’ 설치 등 체계적인 협의 구조를 제안했다.
이에 송호섭 부회장은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타당한 결과를 만들어준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실기시험 도입은 궁극적으로 우수한 한의사 배출을 통해 의료서비스 질 제고에 도움이 되는 부분인 만큼 조기에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한대협처럼 대표성 있는 집단을 통해 전체 한의과대학이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일관성 유지를 위해 한대협 산하에 ‘실기시험위원회’를 설치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학준 한평원 평가인증단장은 “OSCE(객관구조화진료시험) 문항 관련 맥진, 추나, 사상체질의학 테마와 채점방법의 재현성이 불안정한 점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채점할 수 있을 만한 툴을 잘 선택해야 할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실기시험 도입과 진행에 있어서는 찬성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은용 위원장도 “구체적인 실행방안과 평가항목에 대해서는 보다 심도있는 논의와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연구의 결과를 확대 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향후 세부적인 시행지침과 모의시험 연구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이혜윤 교수는 “이 연구는 실기시험 도입에 대한 첫 번째 연구로서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와 조건들을 고려해 한 가지 예시 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제안요청서 내에 실행방안 제안, 도입 시까지 로드맵 제시, 직종 내 합의 도출 등의 요구가 있었기에 이 내용을 포함해 도입 모형이 타당한지 평가했다”며 “한의사 국가시험의 실기시험 실행방안 및 평가항목을 확정하는 연구가 아닌 ‘타당성 연구’인만큼, 측정하고자 하는 역량과 요구되는 자원 측면에서 도입이 타당한지 검토한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밖에 신병철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원장은 “각 대학의 준비사항도 굉장히 중요할 텐데, 연구가 진행이 되면 각 대학교에서도 발 빠르게 준비해야할 것 같다”며 “저의 한의대 재학시절인 20년 전에는 주입식교육을 받았지만, 우리 후배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연구에서는 로드맵에 맞게 세부적인 조정이나 구체적인 방안 등 각 대학의 실천과제를 제시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혜윤 교수 연구팀은 공청회에서 진행된 질의응답을 바탕으로 최종(안)을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