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 역량 강화를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주치의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측은 “전문의 중심의 현 의료체계에 맞지 않다”며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지난 29일 국회도서관에서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 주최로 열린 ‘지역사회 일차의료 역량강화 방안과 디지털 헬스케어’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일차의료에 국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정부 추진 정책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찬성 입장을 보였으나 비대면 진료 과정에서의 주치의 제도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놨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 주치의 제도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노인인구, 만성질환 증가에 대한 대안 △의료서비스의 분절화로 인한 질 저하 △건강 및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의 형평성 △보건의료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 △보건의료 서비스 만족도 향상 △보건의료비 지출 안정화 등을 꼽았다.
이어 주치의 제도가 갖는 편익으로는 △국가 보건의료체계 효율성과 형평성 개선 △합리적 의료자원 이용 가능 △보장성 강화를 통한 의료소비자의 부담 경감 △노인인구 급증과 만성질환 증가에 대비 가능 △감염병 등에 대비해 언택트 진료 가능 △의료비 지출 안정화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 △일차의료 속성(최초접촉, 지속성, 포괄성, 조정기능) 구현 등을 제시했다.
홍윤철 서울대병원 교수는 주치의 중심의 플랫폼 기반 스마트 의료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해당 시스템은 우선 동네 책임의료 회원가입을 한 뒤, 주치의를 선택하고 계약한다. 여기서 주치의는 만성질환 관리와 감기, 설사 등 가벼운 급성 질환 등을 담당한다. 이후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집에 설치된 헬스 디바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개인 생체 정보를 수집하고, 심층 진료가 필요할 경우 주치의와 대면해 진료를 하거나 주치의 진단에 짜라 상급병원으로 연계되는 체계다.
홍 교수는 “미래의료 시스템이 ‘사람, 지역사회, 민관협력의료체계’로 중심이 이동할 것”이라며 “환자가 퇴원한 후에도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한 모니터링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고문은 “개인의 거주지나 가까운 곳에 전문적 의료인이나 신뢰하는 전문 주치의가 상주하는 일차의료기관이 있어 이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조기치료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일차의료 전공의가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해 인증을 받는 법적 제도가 확립돼 의료소비자가 안심하고 일차의료를 개인의 주치의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오늘 본격 강조된 것은 주치의 제도인데 의협은 오랫동안 반대해 왔다”며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전문의 위주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료 시스템에서는 어느 정도) 환자의 선택권을 제한해야만 한다”며 “사회적 공익 차원에서 정해진 의사한테 가라고 정치권이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 분위기는 주권자인 국민이 싫어하는 말을 잘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는 “우리는 90%가 전문의로 환자 볼 시스템이 안 돼 있다”고 운을 뗐다. 노인은 어깨도 아프고 척추도 아프고, 지금같아서는 다섯 군데 병원을 따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기자는 “CT찍어야 하지, MRI 찍어야 하지, 얼마나 자원 낭비인가”라며 “이걸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GP(일반의사)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소아과나 산부인과는 환자가 줄 수밖에 없는 반면, 노인 인구가 늘면 그에 맞는 의사 양성도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환자를 많이 진료를 해야 돈을 버는 구조”라며 “지역 사회와 원격의료를 아무리 강조해도 돈이 많이 드는 건데 아무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얘길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